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反빈곤 半걸음]은 현안에 대한 반(反)빈곤 단체들의 입장과 견해를 전하는 꼭지

 

사회적 재난 참사, 전세사기·깡통전세

현실 무시한 반쪽짜리 특별법…세입자 권리 확대할 수 있는 근본대책 마련돼야

 

<이원호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5면전세사기.jpg  

▲6월 3일 주안역 남광장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합동추모제 현장<사진=빈곤사회연대>

연이은 부고와 사회적 재난 경계령

지난 2월 28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30대 남성 세입자 A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2800여 채 주택을 소유해 소위 건축왕으로 불린 전세 사기꾼에게 당했다. 보증금 7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 채 경매가 진행되는 집에서 “나라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고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전세사기로 세상을 떠난 첫 번째 희생자 이야기다.

 

그의 죽음 이후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정부는 무책임하고 소극적인 행정으로 일관해 또 다른 희생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잇따르는 죽음은 우리 사회에 재난 경보를 울렸다. 더는 방치하면 안 된다며, 이 선을 넘으면 재난이 참사로 번질 것이라는 경고의 경계령이다. 그들의 소리 없는 죽음이 강렬한 사회적 재난의 경보를 울리고 있는데, 정작 정부는 제대로 듣지 않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 아니다’라는 발언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책 실패로 예견된 피해 속출, 왜 이것이 재난이 아니란 말인가?

현실은 정부의 안일한 입장과 달랐다. 2월 28일 첫 희생자 이후 4월 14일, 두 번째, 4월 17일 세 번째 희생자가 발생했다. 5월 8일 과도한 채무에 짓눌려 투잡 쓰리잡을 견디던 네 번째 희생자가 목숨을 잃었고, 5월 24일 다섯 번째 희생자가 발생했다. 전세사기 피해는 전국의 세입자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가 그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사회적 재난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가 사회적 재난으로 눈덩이처럼 커진 배경에는 정부 정책 실패가 있다. 악성 임대인과 공인중개사, 은행과 보증기관 등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은 그들에게 세입자의 보증금을 먹잇감으로 삼게 했다. ‘빚내서 집 사라”, “빚내서 세 살라”는 대출 중심의 주거정책, 그에 기반해 집으로 돈을 버는 투기 부양책이 세입자 주거 불안을 키웠다. 세입자들의 잇따른 죽음은 스스로 선택이 아닌, 벼랑 끝으로 등 떠민 정부 정책에 기인한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또한, 전세보증금이 주택가격에 육박하거나 심지어 집값을 넘어서는 높은 전세가율 상황은 이 문제가 특정 집단에 의한 사기 문제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기 어려운 깡통전세 문제가 세입자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더 심각해질 것이 예상된다. 정녕 이것이 사회적 재난이 아니란 말인가? “다주택자 세금 완화가 세입자의 부담을 줄이는 서민 정책”이라는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인식에서 이미 사회적 재난 참사는 시작된 셈이다.

 

반쪽짜리 특별법, 부실한 피해구제와 예방대책 

피해세입자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 끝에, 지난 5월 25일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구제하는 방안은 제외됐다. 현행 제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땜질식 미봉책으로 일관하며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던 정부와 여당이, 문제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마지못해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반쪽짜리 특별법을 제정한 것이다. 최소화된 특별법의 실행 이후 드러날 피해 유형과 규모 등을 면밀히 분석해 보완 입법을 반드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의 예방대책도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내버려 두고 있다. 전세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는 현행 제도는 세입자의 주거권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재난 참사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보증금 규모에 대한 규제와 무분별한 대출에 대한 규제,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세입자 권리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 정부와 여당, 부동산 시장주의 세력들은 세입자 불안 상황에서도 근거 없이 임대차 3법에 대한 공격을 이념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어느 때보다 임대차보호법 강화로 세입자 권리를 확대할 때다. 

 

대출 중심의 정책 말고, 주거권을!

전세제도는 임대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아파트 투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무이자 사금융제도로 활용되며 확대되어왔다. 과도한 전세가로 인한 세입자 고통이 증가하고,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라는 위험이 상존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전제제도의 역설과 마주해야 한다. 전세제도가 주거 사다리의 역할을 하는 등 장점이 있었지만, 전세 대출 증가가 투기의 자양분이 되었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는 데에서 제도 개선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전세 대출 대신 주거비 직접 지원을 강화하고, 월세 지원을 강화하는 등 전세 중심의 대출 지원을 월세에 대한 주거지원과 공공임대주택 공급 중심으로 이동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빚을 권하는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권리 중심의 정책 즉 주거권 확대다.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996 <홈리스뉴스 114호> 미디어 요~지경 - 비난, 낙인 처벌, 계도 파일
홈리스행동
72 2023-07-30
995 <홈리스뉴스 114호> 이달의 짤막한 홈리스 소식 - 7월의 홈리스 단신 파일
홈리스행동
100 2023-07-30
994 <홈리스뉴스 114호> 세계의 홈리스 - 주거권 뒤흔드는 미국의 ‘노숙금지법’ 파일
홈리스행동
184 2023-07-30
993 <홈리스뉴스 114호> 똑똑똑 - 할아버지는 자꾸 내게 용돈을 쥐어주려 한다 파일
홈리스행동
90 2023-07-30
992 <홈리스뉴스 114호> 기고 - '반(反)빈곤' 세상으로 나아가는 연대를 위하여 파일
홈리스행동
184 2023-07-30
991 <홈리스뉴스 114호> 김땡땡의 홈리스만평 - 동행? ‘동’네주민 기만하는 ‘행’정은 서울시가 으뜸! 파일
홈리스행동
107 2023-07-30
990 <쪽방신문 17호> 전세임대주택 제한적 공급 재개, 임기응변 말고 신속히 추경예산 편성하라! 파일
홈리스행동
119 2023-07-19
989 <홈리스뉴스 113호> 특집 - '사적 제재' 표적 된 서울역 지하도 거주 홈리스 파일
홈리스행동
153 2023-06-21
988 <홈리스뉴스 113호> 미디어 요~지경 - <드림>, 기만을 신파로 포장하다 파일
홈리스행동
117 2023-06-21
987 <홈리스뉴스 113호> 이달의 짤막한 홈리스 소식 - 6월의 홈리스 단신 파일
홈리스행동
80 2023-06-21
986 <홈리스뉴스 113호> 다림질 - 아무리 미화해도 감추기 어려운 분열적인 시선 파일
홈리스행동
54 2023-06-21
985 <홈리스뉴스 113호> 진단 -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닫힌 문 파일
홈리스행동
44 2023-06-21
Selected <홈리스뉴스 113호> 반빈곤 반걸음 - 사회적 재난 참사, 전세사기·깡통전세 파일
홈리스행동
44 2023-06-21
983 <홈리스뉴스 113호> 세계의 홈리스 - 선량한 시민들의 홈리스 혐오와 ‘조던 닐리’의 싸움 파일
홈리스행동
71 2023-06-21
982 <홈리스뉴스 113호> 똑똑똑 - 건실한 사회복지사 되기 파일
홈리스행동
100 2023-06-21
981 <쪽방신문 16호> 두 주민 이야기 : 쪽방에서도 배제된 사람들 파일
홈리스행동
87 2023-05-29
980 <쪽방신문 16호>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지원사업의 변화, 유감 파일
홈리스행동
57 2023-05-29
979 <쪽방신문 16호>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 개정, 일부의 성과와 남은 과제 파일
홈리스행동
46 2023-05-29
978 <홈리스뉴스 112호> 특집 Ⅰ - 정부의 비정상거처 이주지원 대책, ‘빚' 좋은 개살구 파일
홈리스행동
100 2023-05-20
977 <홈리스뉴스 112호> 진단 - ‘2022 서울시 노숙인 실태조사’ 결과 함께 읽기 파일
홈리스행동
135 2023-05-20
Tag Lis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