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87
2023.05.29 (15: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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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의 방. 정수기와 세탁기를 여러명이서 사용한다. 세탁기 위에 “밤 9시 이후에는 세탁기 사용을 절대 금지합니다. 다른 손님들의 수면에 지장을 초래합니다. 위반시 벌금 1만원씩. <신고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사진=박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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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의 방 안. 방 폭은 양팔을 다 뻗지도 못할 만큼 좁다. 사진=박승민

 

A씨(62세)가 사는 집에서는 동자동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새꿈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공원에서는 쪽방 상담소에서 쪽방 주민들에게 물건을 나눠주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그 물건들을 받을 수 없다. 쪽방에 살고 있지만, 그 물건을 받을 수 없다. 자신이 사는 건물은 쪽방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방은 양쪽 팔을 벌리면 다 펼쳐지기도 전에 손끝이 벽에 닿는다. 좁은 방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선반에 살림을 정리해 놓은 모습은 쪽방 모습 그대로다. 

 

그는 분명 집 주인으로부터 쪽방이라고 들었건만 상담소에서는 집주인이 쪽방으로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쪽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인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물었지만 이미 세를 놓은 주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2012년부터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B씨(73세)는 몇 달 전 옆방 주민과의 갈등으로 이사를 해야만 했다. 이사 갈 방을 알아보던 중 화장실이 집 안에 있는 방이 마음에 들었다. 십여 년 전 쪽방에서 처음 살게 되었을 때는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건강이 나빠지면서 척추협착증으로 화장실 이용이 크게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이 집으로 이사 후 서울시에서 쪽방 주민에게 지급하는 동행 식당 식권을 받기 위해 쪽방 상담소를 갔을 때 새로 이사한 곳이 쪽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장실과 싱크대가 있는 작은 원룸 형태로 그가 사는 집은 쪽방 건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가 이사한 곳은 오래전부터 살고 있던 쪽방의 바로 옆 건물로 쪽방 건물에 둘러싸여 있어 당연히 쪽방일 거로 생각했던 그에게는 날벼락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A씨와 B씨는 자신들이 사는 곳이 쪽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A씨가 사는 방은 동자동 쪽방촌의 대부분 쪽방과 다르지 않고, 쪽방이지만 화장실과 싱크대가 있는 방도 있기 때문이다.

 

비주택으로 분류되는 쪽방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은 없다. 그래서 건물주가 쪽방이지만 쪽방으로 등록을 안 하면 쪽방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며, 화장실과 싱크대가 설치되어 있어도 쪽방에 해당하는 방들이 있건만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쪽방촌에서 쪽방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곳에 사는 A씨와 B씨의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를 짚어 보았다. 

 

투명인간과 같은 불인정 쪽방 주민

 

지금 사는 곳이 쪽방인지 아닌지는 쪽방 주민들을 지원하는 쪽방 상담소의 회원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 이것은 물품 나눔이 흔한 동자동 쪽방촌에서는 생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물품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가 판가름 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 2021년 2월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이 발표되면서 쪽방 주민이 입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 입주 자격이 주어지므로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개발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이러한 문제로 쪽방에 살지만, 개발에 소외되는 쪽방 주민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인터뷰 중 주민 B씨의 말처럼 기초 생활수급으로는 생활이 어려운 주민은 쪽방상담소를 통해 그나마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안정된 주거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저 주거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최악의 주거로 존재하는 쪽방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파악은 비적정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일 것이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함께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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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씨의 방으로 오르는 계단. 척추협착증을 앓는 그가 오르기에는 더없이 가파르다. 사진=박승민

 

 

지금 살고 있는 곳에는 언제부터 사셨고, 살고 계신 곳이 쪽방이 아니라는 것은 어떻게 알게 되셨을까요?

 

숙대 입구에 있는 고시원에 살다 2021년 11월에 이사 왔다. 주인한테 쪽방이 되냐고 물어봤더니 된다고 했다. 센터(쪽방 상담소)에 가서 신청서 다 적었는데 아저씨는 아니라고 했다. 주인이 쪽방으로 신청 안 해놨다고 했다. 주인한테 쪽방(회원)이 안됐다고 했더니 아무 말을 안 하더라. (A씨) 

2012년부터 쪽방에 살았고 작년 10월에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했다. 식권을 받기 위해 상담소에 갔더니 상담소에서는 내가 이사한 거를 벌써 알고 있었다. 이사한 곳은 쪽방이 아니라면서 회원자격 박탈이라고 물건 수령 못 한다고 해서 알았다. 우리 같은 사람은 상담소에서 나눠주는 게 큰 도움이 되는데 못 받는다고 해서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서울시에 민원도 넣었었다. 하지만 거주하고 있는 건물이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쪽방 건물이 아니어서 회원등록이 안 되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답변이 왔다. 그러면서 후원에 대한 전문적인 도움을 받기를 희망하면 동주민센터에 요청해 보고, 척추협착증을 앓고 있어 그에 맞는 주거가 꼭 필요하다면 공공임대 주택을 알아보라는 안내만 받았다. (B씨)

 

이사하기 전에 쪽방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 보셨나요?

 

쪽방인지 주인한테 물어봤기 때문에 당연히 쪽방인 줄 알았다. (A씨) 

 

생각 못 했다. 쪽방촌이니까. 양옆, 뒷집 다 쪽방촌이니까 당연히 쪽방으로 당연히 해당이 될 줄 알았다. 지금 사는 곳은 상담소 회원으로 등록이 안 된다고 해서 그러면 건물주한테 쪽방으로 등록해달라고 그러면 되냐고 그랬더니 안된다고 했다. 서울시 답변에는 무슨 기준이 있다는데 뭔지 모르겠다. (B씨)

 

전에 살던 곳과 비교하면 지금 사는 곳은 어떠신가요?

 

고시원이 낫다. 고시원은 그래도 에어컨도 나온다. 여기는 옥상이라 너무 덥다. (A씨) 

이사하기 전에는 화장실을 상담소까지 가서 보든가, 아니면 공원에 공중화장실에 가서 보든가, 아니면 급할 때는 우유 통으로 하나 변기통을 만들어서 일 보고 가서 버렸다. 다리가 아파서 쭈그리고 앉지를 못하니까. 그나마 지금은 화장실이 방에 있다. 그것이 해결돼서 이사한 거다. (B씨) 

 

쪽방 주민들은 서울시에서 지급하는 동행 식당 쿠폰을 이용하는데 식사는 어떻게 하시나요?

 

해 먹는다. 집 근처 고시원에 있는 사람들은 식권 받아서 밥 먹으러 간다. 집에서 공원이 다 보이는데 사람들 모여서 상담소에서 물건 받아 가는데 나는 이게 뭐야 싶다. 지금 사는 집에 사는 사람들이 다 수급받고 주거 지원받는데 여기 사는 사람들은 상담소에서 나눠주는 거 다 못 받는다. (A씨)

 

용산구청 복지관에서 보내 주는 점심 도시락으로 점심밥 먹고 아침, 저녁은 그냥 안 먹고 지나가거나 라면 먹는다. 반찬 사서 먹고 뭐 밥에 뭐 먹는 게 안된다. 기초 수급비만으로는 생활이 안 된다. (B씨)

 

쪽방 주민들처럼 물건을 받지 못해서 쪽방으로 다시 이사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이사 할 거다. 지금 사는 방이 옥상이라 너무 덥기도 해서 이사할 거다. 물건도 못 받고. (A씨)

 

이사 생각을 했다. 생필품을 받기 위해서라도 쪽방으로 이사 갔으면 쓰겠는데 화장실 때문에 갈 수가 없다. 쪽방에는 화장실 딸린 집이 없다. 쪽방 상담소에서도 생필품을 받으려면 다시 쪽방으로 등록된 곳으로 이사를 하라고 했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하기 전에 이곳이 방세도 비싸고 전기, 수도, 가스비를 따로 내야 하니까 부담스러워서 이 동네를 다 뒤지고 다녔는데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좀 덜 쓰고 말자 하는 생각에 이사를 한 건데 지금 너무 힘들다. 사실 나처럼 홀로 사는, 진짜 노동력도 없고 수급비만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이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 건물이 쪽방으로 등록이 안 됐다는 이유로 쪽방 회원자격을 박탈해 버리면 그거는 서울시 복지 정책이 잘못된 거 아닌가 싶다. 지금 여기가 쪽방보다 환경이 좋지만 그거 제한해 버리는 거는 그건 완전히 자네들 전시행정이지 뭔가, 그게. (B씨)

 

동자동 공공 개발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건물주들 말대로 아름다운 민간개발이 될까요?

 

주택을 지어서 살고 싶으면 살아야 한다. 그런데 건물주들이 자기 것만 챙기려고 한다. 돈 있는 사람들 다 건물주들이다. 우리는 돈이 없다. 건물주들이 속내만 차리려고 하지 우리한테 지어 주겠나. 자기들 것만 챙기려고 하지. (A씨)

 

되냐고? 그 말이 안 되지. 자기들 이권을 먼저 따지지 쪽방 주민들 배려해서 그거 뭐 할 사람들인가? 지금 하는 꼬라지들이랑 횡포로 봐서는 능히 그건 형식적으로 그렇게 해놓고 그 민간 개발로 어떤 뭐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자기네들 이권이 먼저지 쪽방 사람들을 배려할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지금까지 이 동네 건물주들의 횡포를 봐서는. 화장실을 제대로 해준 건물이 있나, 취사실이 제대로 있나, 12~13년 살면서 이 동네에 그런 건물 하나도 못 봤다. (B씨)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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