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동료를 애도하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이라니
서울 중구청, 타지에서 사망했단 이유로 관할 쪽방주민 공영장례 외면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공영장례 취지 무색하게 만든 서울 중구청의 장사행정

▲   지난 1월 14일, 서울 중구청 앞에서 열린 ‘공영장례제도 무력화하는 중구청의 무연고 장사행정 규탄 기자회견’ <사진 출처=빈곤사회연대>

작년 7월 11일, 당뇨 합병증세로 수술을 받고 춘천의 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서울시 중구 쪽방주민 김정원님이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죽고, 그의 사체가 말끔하게 처리된 지 다섯 달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아야 했다. ‘노숙’이라는 처참한 시절을 보냈고, 홈리스야학에서 늦깎이로 ‘한글’을 배웠고, ‘노숙’을 한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차별에 대항했던 그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배웅 없이 떠나고 말았다. 서울 중구청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행정이 그의 마지막을 무연(無緣)의 장소에서 정리하도록 떠밀었기 때문이다.


홈리스 운동은 지난 몇 년간 서울시 공영장례조례가 제정되도록 노력했다. 집 없는 사람을 위해 공공(公共) 주택이 필요하듯, 가난한 사람의 마무리를 위해 공영(公營) 장례가 필수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례마저 철저하게 상품이 된 오늘날, 가난한 이들이 사후 뒷감당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장례를 치를 능력이 안 되는 이들의 곁에는 연고 없는 죽음이 쌓였고, 정부는 이들의 죽음을 보건위생 차원에서 ‘처리’해 왔다. 이런 비극을 막고자, 적어도 가난한 이들의 장례는 ‘시장’이 아니라 ‘공공’에서 책임지도록 서울시에 공영장례조례 제정을 요구해 왔다. 알맹이 쏙 빠진 조례안을 논의하는 회의장에 들어가 항의하고, 공공역사와 노숙인 시설들을 다니며 서명을 받아 전달하고, 여러 차례의 기자회견과 의견서를 통해 서울시의회를 압박했다.


2018년 3월 22일,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공영장례조례」를 공포하였다. 서울시는 “가족해체와 빈곤 등으로 장례를 치를 수 없는 무연고자 및 저소득층에 대한 장례지원”으로 “고인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상부상조의 공동체의식과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라는 사회복지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호언하였다.


그러나 고인은 서울시 공영장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연고자라 할 가족이 없었고, 가난했고, 존엄해야 할 인간이었지만 서울 중구청은 그에게 공영장례를 허락하지 않았다. 서울시 공영장례조례는 서울시에 주민등록을 둔 무연고자나 장제급여 대상자를 지원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중구청은 사망지가 서울·경기 지역일 경우에만 지원하는 것으로 협소하게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고인은 장례 의식 없이 화장되고 말았다. 만약, 이런 행정이 서울 전역으로 일반화된다면 간병비 등 비용 문제로 지역의 요양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가난한 이들 대다수에게 서울시 공영장례제도는 그저 무용지물일 뿐이다.


책임주체 명확히 규정 않은 공영장례제도 개선해야
문제의 원인은 공영장례제도 자체에도 있다. <서울특별시 공영장례지원 업무안내>는 “거리상의 문제로 사망자의 이송 등의 불편이 발생할 경우 기초 수급자를 관리하는 행정기관과 사망한 지역의 행정기관 간의 시신 처리 및 비용 등에 관한 사항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공영장례지원 대상자가 원거리에서 사망할 경우 주소지 관할 지자체는 비싼 이송료를 부담하지 않으려 할 게 뻔하다. 서울 중구청 역시 마찬가지 판단을 했을 것이다. 결국 서울시 공영장례가 조례가 가난한 서울시민들의 장례를 책임질 수 있으려면 이와 같은 비용의 책임 주체가 명확해져야 한다. 서울시가 전부 부담하든, 구청과 절반씩 나눠 내든 비용 부담 방식을 확정해야 한다. 이송료뿐 아니라, 안치료, 사체 수습비, 검안비 등 장례에 따라붙는 비용은 때에 따라 다양하고, 가난한 이들이 부담하기에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따라서 이런 절차 비용을 서울시와 자치구가 어떻게 분담할지 명확히 하지 않으면 공영장례는 절대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


지난 1월 14일, 우리는 중구청의 파행적인 장사행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故) 김정원님과 함께 노숙 생활을 했던 쪽방 주민 이태헌님은 ‘밥 한술, 술 한 잔 놔 드리지도 못하고’ 고인을 보내게 한 중구청이 야속하다며 울분을 쏟았다. 이번으로 끝내야 한다. 서울시는 공영장례에 필요한 절차 비용에 대한 해법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공영장례 시 부고(訃告) 알림, 공영장례 대상 확대 등 기존 제도가 놓치고 있는 문제들 역시 함께 챙겨야 한다. 두 번 없는 장례다. 더 이상 비인간적인 장사행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속히 개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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