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떠난 동료를 추모하며
홈리스 당사자 3인의 동료를 위한 추모사




노숙인 시설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동료,
故 나승옥님에게 보내는 추모사



<행복 / 홈리스 당사자>


2년 전 나승옥 님을 시설에서 만났습니다. 나승옥님이 세탁실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자주 만나면서 친해졌습니다. 남영역 근처에 있는 아랫마을야학에서 컴퓨터도 같이 배웠고, 도배학원도 같이 다니고 했어요. 2019년 7월부터는 공공근로를 같이했어요. 봉사활동을 좋아했고 독서를 좋아하고 아프신 몸으로도 일을 열심히 하셨지요.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잘 하셨지요. 몸이 아프고 마음도 아파서 술을 마셨었지요. 열심히 살았는데 아쉽기만 하네요. 나승옥님이 아무도 없는 고시원 독방에서 아무도 지켜보지 못한 채 싸늘하게 하늘나라로 가신 것이 너무 슬픕니다. 저라도 전화를 자주 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곁에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같이 조리사 학원 다니자고 했는데, 제가 학원이 멀어 못 간다고 했어요. 저만 조리사 학원에 다녀서 미안합니다. 같이 학원 다녔으면 서로 이야기 하면서 좀 더 같이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무엇이 급해서 그리도 빨리 가야만 했는지요. 시골에 내려가서 버섯재배를 해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시골로 놀러오라고 했잖아요. 못다 핀 꽃송이처럼 못다 핀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 참 아쉽네요. 이곳에서 못 이룬 꿈을 하늘나라에서 마음껏 펼치길 바래요. 오늘따라 나승옥님이 더욱 더 보고 싶어지고, 그리워지고, 눈물이 나네요. 다음 생에는 마음껏 꿈을 펼치고 천천히 가세요. 하늘나라에서 마음껏 쉬시고 모든 꿈을 이루고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편히 고이 잠드소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쪽방에서 다시 만난 오랜 동료,
故 연영철님에게 보내는 추모사



<송범섭 / 홈리스 당사자>


연영철 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형님을 처음 만난 건 한 삼십년 됐습니다. 다시 만나게 된 건 5~6년 됐습니다. 쪽방에 이사를 왔더니 옆방에 형님이 계셔서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그 이후부터 서로 의지하며 잘 지냈습니다. 영화구경도 하고 남산에 올라가 술도 한 잔 하며 지냈습니다.


형님이 첫 공공근로를 나간 날, 3층 방으로 올라오시다 넘어지셨습니다. 119를 불러 병원으로 갔습니다. 이후 1년 5개월 동안 형님은 무려 6개의 병원을 옮겨 다녀야 했습니다. 제가 병간호를 하며 1년 5개월을 보냈고, 수술도 두 번씩이나 하며 병원을 여섯 군데나 다녔는데, 결국 형님은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병원들이 치료를 안 해주는 바람에 골든타임이라는 시간을 놓쳐 돌아가시게 된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빨리 수술만 했으면 이렇게 돌아가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또 병원비와 의료기구 비용이 여의치 않아 굉장히 저도 옆에서 힘이 들었습니다.


영철이 형과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서 술 한 잔 하고, 사는 얘기도 하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가까이 지냈던 형님이 떠나고 제가 상주가 되어 마무리를 했습니다. 유골을 제가 모시고 강과 산이 접해 있는 곳에다 뿌렸습니다. 뿌리는 순간, 이게 마지막이구나, 영철이 형과 진짜 마지막이구나 싶었습니다. 내 주위 사람들은 왜 일찍들 가는지 허망하였습니다. 형님이 저를 내려다보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좋은 데로 가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아직도 제 머리에선 완전히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형님을 좋은 데로 보내드리려 합니다.





거리에서 함께 머물던 동료,
故 정금안님에게 보내는 추모사



<홍난이 / 홈리스 당사자>


정금안 언니를 처음 만난 건 25년 전 서울역 구역사 동그란 벤치였어요. 언니가 나한테 하는 말이, “야, 니 집이 어디고?” 하더라고요. 그래가 집이 울산 쪽이라고 하니까, 그 먼데서 왜 여기까지 와서 어린나이에 노숙하냐고 그러더라고요. 언니도 당시에 이십대였는데. 그래서 “언니, 내가 갈 데가 없는데 언니 따라 다니면 안 되겠어요?” 그랬더니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 언니를 따라 댕겼어요.


언니는 스무살 즈음에 서울에 올라왔다고 했어요. 열다섯 살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다가 남편의 가정폭력과 바람 때문에 이혼하고 서울에 홀로 와서 노숙을 한다고 했어요. 저와 같은 지적장애가 있어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언니는 빈병을 모아가 팔고 신문도 모아가 팔고 구리도 까가 팔아서 나오는 돈으로 생활을 했어요. 그렇게 번 돈으로 나한테 컵라면하고 밥하고, 음료수, 담배를 사줬어요. 언니는 쪽방보다 거리에서 오래 생활했어요. 갈 수 있는 데가 쪽방이나 고시원 밖에 없는데 좁은 방이 답답하다 그랬어요. 그래가 서소문공원, 우체국지하도에서 주로 자곤 했어요. 하지만 무료급식소는 이용하지 않았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밥을 잘 챙겨먹지 않았어요.


언니가 나한테 한 마지막 인사는 7년 전이었어요. 내가 대구에 병원에 내려가기 전에 나를 살짝 불러서 “난이야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돼. 밥을 잘 챙겨 묵고”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마지막 인사였어요. 언니는 고생을 하다가 쪽방에서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했어요. 언니한테 전기장판 그거 얼마 한다고 사서 깔고 자라니까, 2~3만원 주면 산다니까 말을 안 듣더니 쪽방 찬 바닥에서 자다가 죽었다고 해요. 언니의 언니가 시신을 인수해 갔지만 하루장만 치렀다고 해요. 어디 뿌렸는지 어디 모셨는지 내가 알 수가 없어요.


마지막으로 언니에게 한 마디 하고 싶어요. 언니야, 내 아픈 데 없으니까, 하늘나라에서는 가난도 아픈 것도 없을 테니까 편히 잠들어요. 다음에, 명절날하고 설 때, 가끔가다 2번 출구에 가서 소주 한 병 사서 뿌려줄게 언니. 언니랑 놀던 장소니까. 하늘나라에서 잘 계세요. 난이가 마지막으로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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