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 61
2019.12.02 (21:36:24)

[특집]


죽어서 비로소 ‘사람’이 되다
빈곤철폐의 날 맞아 파주 용미리에서 <무연고사망자 합동위령제> 열려


김인손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  파주시 용미리 ‘무연고 추모의 집’에서 열린 무연고사망자 합동위령제 <사진출처=홈리스뉴스 편집부>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의 ‘무연고 추모의 집’에는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을 봉안하는 봉안당이 있다. 무연고 사망자는 사망했으나 유가족이 없거나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해 지자체가 시신을 처리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무연고 장례를 치른 유골은 10년간 여기에 봉안되고, 그 이후에도 연고자가 유골을 찾지 않으면 집단으로 매장된다. 3,700구가 넘는 유골이 봉안되어 있지만 1년에 364일은 문이 닫혀있어 고인을 마주할 수도, 조의를 표할 수도 없는 곳이다. 1년 중 문이 열리는 단 하루가 바로 무연고 사망자 위령제가 있는 날이다.



지난 10월 16일, 빈곤철폐의 날을 즈음해 파주 용미리에 위치한 무연고 추모의 집에서 ‘빈곤과 사회적 고립의 희생자 무연고 사망자 합동 위령제’가 열렸다. 나눔과나눔,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동자동사랑방, 빈곤사회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홈리스행동의 주최로 열린 이 날 행사에서는, 무연고 사망자를 추모하고 애도하기 위한 기도법회와 추모문화제가 진행되었다. 참석자들은 추모의 집에 모셔진 무연고 사망자 유골에 헌화하는 시간을 갖고 조의를 표했다.



“나도 없이 살지만….”


“같은 건물에 2층에 살던 할머니, 며칠 동안 안 보이더니 쓰러져 있습니다. 내가 빨리 알았으면 살고 계실 텐데. 가족이 없어 동네 사람들이 장례를 치렀습니다. 고기도 생선도 아닌데 냉동실에 두 달간 석 달간 들어있으니 마음이 괴롭습니다. 장례에 가면 나도 모르면 눈물이 납니다.”


이날 동자동 쪽방촌 주민 조인형씨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나도 없이 살지만’이라는 제목의 시로 표현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는 2549명으로 2017년 2010명에서 무려 26%나 증가했다. 그러나 지자체별로 사망자 집계 기준이 제각각인데다, 기초수급자를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 포함하지 않는 지자체도 있어 실질적인 무연고 사망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연고 사망자의 대부분은 거리 홈리스, 쪽방촌 주민, 기초생활수급자 등 빈곤층이다.


동료 주민의 사망과 장례를 수없이 목격하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무연고 사망은 그리 먼 일이 아니다. 생전 가까웠던 동료의 장례조차 혈연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치르지 못하는 현실, 연고가 있지만 자신도 ‘무연고 사망자’가 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현실(홈리스 뉴스 71호)은 이미 쪽방촌 주민들에게 너무나 가까운 일이다. 살아서도 가난하고 외로웠던 삶이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셈이다.


어떻게 ‘사람’이 되는가

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은 호주 원주민의 종교를 연구하면서, 사람의 인격이 신성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그것이 ‘집합적인 영혼’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립된 개인은 결코 존엄할 수 없다. 개인이 공동체 안에 들어와 집합적 영혼을 나누어가질 때 그 인격은 비로소 존엄하고 신성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가 무연고 사망자를 추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을 애도함으로써 우리는 망자를 공동체 안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의 인격을 존엄한 것으로 기억한다. 산자와 망자가 ‘우리’가 될 때, 비록 혈연가족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죽은 자를 하나의 존엄한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하고 공동체 안의 자리를 내어줄 때, 생물학적·의료적 삶은 종결되었을지언정 이들의 사회적 삶은 지속된다. 그래서 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은 중요하다.


죽어서 비로소 ‘사람’이 되다

무연고 사망자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일과 함께, 살아생전 가난하고 소외받던 이들을 한국 사회가 ‘우리’로 받아들인 적이 있었는지 물어야 한다. 일할 생각은 안 하고 수급 받아먹을 궁리만 한다는 낙인 속에서, 불쌍하다는 동정과 연민 속에서, 냄새나고 위험하다는 차별의 시선 속에서, 가난한 이들은 한 명의 동등한 사회구성원이자 존엄한 인격을 지닌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공동체 밖으로 버려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살아생전 버려졌던 삶은 무연고 사망자 위령제를 통해 죽음 이후에야 비로소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생물학적·의료적 생존만이 삶의 유일한 조건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인간으로 태어나지만 서로가 사람임을 인정하는 사회적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사람’이 된다. 한국 사회는 어떻게 가난한 이들을 ‘우리’ 밖으로 밀어내 왔는가? 이제 어떻게 이들을 ‘우리’로 받아들일 것인가? 어떻게 이들을 동등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내 옆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줄 것인가? 고민해보아야 한다.




가난한 이들이 죽음 이후 놓이게 되는 자리


김인손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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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립승화원 유택동산 분향대 <사진 출처=홈리스뉴스 편집부>                 ▲파주 용미리 무연고 추모의 집 내부 <사진 출처=홈리스뉴스 편집부>


“잡탕되는 게 싫어.” 무연고 장례를 마친 후 장례에 참석한 쪽방주민이 나지막이 내뱉었다.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은 화장장 내부의 공동시설에서 산골(散骨)되거나 파주 용미리의 봉안시설로 옮겨져 10년 동안 봉안된다. 그는 공동시설에서 산골하면 고인의 유골이 다른 여러 유골과 섞여 “잡탕”이 된다며 불안해했다. 그래서 차라리 봉안시설에 가는 게 낫다고 했다.


10월 16일 열린 무연고 사망자 위령제에서 봉안시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봉안시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평도 되지 않는 공간에 빽빽이 쌓인 3천 구 이상의 유골은 생전 가난하고 외로웠던 이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잡탕”이 되거나 철제 캐비닛에 쌓인 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 이들이 이런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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