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이제는 지방 도시에서도 흔히 노숙인들을 찾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동안 보호시설 설치 등 여러 대책도 나왔지만 그리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GBN 강원방송 장진철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다리상판 아래에 종이상자와 버려진 옷가지가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지저분한 그릇과 먹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음식물도 눈에 띕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사람이 산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곳.
하지만 이곳은 한 노숙자가 이번 겨울을 몸 하나로 버텨내야 할 보금자리입니다.
석사천 일대 다리밑에는 노숙자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이렇게 노숙자들은 영하의 추운날씨지만 종이박스와 변변찮은 이불에 의지해 추위를 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노숙자]
"(어려운 것이) 있으면 생활하기 힘들죠. 남들처럼 일자리를 좀 주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사회복지 단체가 파악하고 있는 춘천 지역 노숙자 수는 5명 내외.
하지만 신분 노출을 꺼리는 노숙인들을 감안하면, 실제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두 동사 등 불의의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춘천시는 노숙자 보호 시설 등 다양한 사회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아직 미미합니다.
[인터뷰:황행옥, 춘천시복지과 과장]
"적응 못하고 나오시는 분이 있어요. 그런 분들은 저희가 독력해서 다시 들여 보내거나 아니면 연고자를 찾아서 있으면 고향으로 보내고…"
알콜 중독 등으로 보호 시설에 적응하기가 어려운 노숙 자들의 특성 때문에 노력이 겉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매년 겨울만 되면 반복되는 노숙자 문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GBN NEWS 장진철입니다.
[사설] 부산서만 3명이나 凍死한 노숙자의 '현실'
겨울은 점점 따뜻해지고 있지만 거리에서 얼어죽는 노숙자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겨울 들어서만도 부산에서 모두 3명의 노숙자가 추위로 숨졌다. 지난 5일 부산 동구 수정동 수정산 기슭에서 숨진 이모(31)씨의 경우 몸을 가릴 천막조차없이 노천에서 얇은 이불 하나만으로 한파를 피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각한 것은 노숙자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별다른 대책이 세워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거리에서 동사하지 않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탱하는 노숙자들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부산노숙인센터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산지역의 거리 노숙자와 시설 노숙자 등 전체 노숙자 수는 대략 650명 선이며, 쪽방 거주자 등 잠재적 노숙자들까지 포함하면 무려 1천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거리 노숙자 275명의 절반은 3년 이상 노숙 생활을 하고 있으며, 노숙자 3명 중 2명은 알코올 중독과 신체장애 등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노숙자 신세가 된 데는 실직이나 신체장애, 질환 등 개인적 요인도 있겠지만 그 배경에는 빈곤과 저렴한 주택의 부족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 노숙자가 양산되기 시작한 IMF 외환위기 이후 무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쉼터 운영 같은 초보적인 대책이 고작인 현실이다.
최소한 노숙자의 동사만은 막기 위한 긴급 피난 시설 운영은 물론 장기적으로 자활 및 재활 프로그램의 실질적 운영이 시급하다. 노숙자를 없애는 궁극적인 방법은 그들을 자활시켜 사회에 복귀시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노숙자가 겪고 있는 알코올 중독과 무기력증 같은 신체적·심리적 질병을 치유하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취업 훈련과 함께 일자리 제공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노숙자가 스스로 노숙 생활을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일 때 노숙자 대책은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