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첩]노숙인 문제 빠진 ‘舊 서울역’ 청사진 | |||
입력: 2007년 11월 12일 17:53:58 | |||
비가 왔던 지난 9일 저녁. 구(舊) 서울역사 문이 오랜만에 열렸다. 2004년 KTX가 개통돼 기차역의 기능이 모두 신 역사로 옮겨간 이후 줄곧 불 꺼진 채 닫혀 있던 서울역사가 개방된 것은 구 서울역사 활용방안을 위한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궂은 날씨였지만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건축학 또는 미술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부터 주부, 직장인까지 다양했다.
문화관광부와 공연예술아카데미가 마련한 이날 행사에 온 시민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다. 1925년 르네상스풍으로 세워진 이래 일제시기와 한국전쟁, 산업화 등을 거치며 많은 이들의 꿈과 애환을 실어날랐던 옛 서울역 건물을 자신의 아이디어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주최측은 이날 참석한 시민들을 포함,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구 서울역사 활용 방안 아이디어를 다음달 9일까지 받아 수상자를 결정한다. 이날 강사로 나온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구 서울역사의 문화공간화 프로젝트는 사람과 문화가 주인이 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중 근대건축문화 유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더욱 의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역사의 작은 물리적 공간과 큰 상징성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정보기술(IT)과 결부된 미디어 아트 또는 IT와 결부된 오프라인 예술장르의 전시장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 이날 워크숍에서 노숙인들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다. 문화도시, 문화건축 등을 목표로 퐁피두센터, 오르세미술관 얘기까지 나왔지만 어느 누구도 서울역 앞의 ‘실제 주인’인 노숙인들에 대한 대책은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 그렇다고 노숙인이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했다. 경호업체 직원들이 출입구를 지키고 서서 노숙인 등 허가받지 않은 사람들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사업 등에서 봤듯이 대도시의 도심 미화작업은 소외계층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을 보더라도 노숙인들은 대도시의 기차역 주변을 떠나지 못한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 묻혀 ‘안전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역 앞에서 비에 흠뻑 젖은 노숙인 권모씨(40)는 “오래간만에 불이 켜진 걸 보니 조만간 무언가 할 모양인디…, 글쎄 우리가 보기 싫다고 해서 내쫓지만 않았으면 좋겠수”라고 말했다. 노숙인에 대한 고려까지 문화계에서 해야 하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분들은 경향신문이 10월22일자에 보도한 ‘사회적 기업가가 만들어낸 조화로운 공동체: 노숙자서 노동자로-빅이슈’에 실린 노숙인들이 역 앞에서 잡지 판매를 맡아서 하는 일본 사례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손제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