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1246
2013.12.27 (14:10:05)

[연속기고]는 글쓰기 모임“늦봄에”에 참여한 당사자들의 노숙 경험을 글로 적은 꼭지입니다.

 

내가 이십대로 돌아간다면 2

 

<홈리스뉴스 편집부>

 

<편집자> 글쓰기 모임에서는 동료들이 모여 서로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건네며 생애사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함께 대화하듯 나누었던 인터뷰들을 글로 옮겨 적었습니다. 이번 호에는 지난 호에 이어 ‘사랑나라’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아동보호소를 탈출하다
Q: 그럼 다른 반은 어땠나요? 나이에 따라 나눈 건가요?
사랑: 그렇죠, 또래에 있는 아이들을 같이 넣는 것 같았어요. 거기서 언제 한 번 도망치기로 작정을 했어요.

 

Q: 그 당시 못 견디고 나가는 사람이 많았어요?
사랑: 거기서는 못 견디고 나갈 게 없어요. 그냥 가둬 놓는 거에요. 부모가 찾아가기 전까지. 도망치지 않으면 못 나가는 거에요. 화장실 밑으로 도망가다가 뺑기통에 빠져서 죽은 애들도 많고. 거기 있으면 고등학교까지 보내줬어요. 근데 저는 처음에 도망칠 때 담을 딱 타 넘었는데. 사람이 안 보이는 거야. 터벅터벅 걸어가다가 나중에 누가 잡으러 온 거야. 근데 보니까 거기가 정문으로 가는 길이었던 거야(웃음). 그래서 잡혀가지고 외국인 신부님이 탁구 빠따로 엉덩이 몇 대 때리고. 그 때 소년의 집에 악명 높은 한국 사람이 있었어요. 신부님한테 벌을 받았으면 끝난 건데 그 놈들이 또 위협을 하는 거에요. 그러다가 또 있게 됐죠. 그러다가 가을운동회 날을 잡아서 튄다 그래가지고 3명이서. 광주 사는 애가 있었는데 자기 집에 가면 좀 괜찮을거라고 그래서 갔는데.

 

집 나와서 가장 먹고 싶었던 건
Q: 집 나와서 가장 먹고 싶었던 게 뭔지, 궁금했는데. 그 당시에.
사랑: 가장 먹고 싶었던 건 없었구요. 있으면 아무거나 막 먹었죠. 경동시장에 과일이 한 쪽은 썩고 한 쪽은 멀쩡한 거 그런 거 많이 먹었죠. 시장 사람들이 그렇다고 밥은 안 사주니까.

 

Q: 경동시장에 애들이 많았어요?
사랑: 아니요. 경동시장은 제가 잡고 있었죠(웃음). 경동시장 안에 15원짜리 국수를 팔았어요. 제가 70년대에 올라왔을 때. 밀가루는 나라에서 대주고 리어카 끄는 사람, 지게꾼이나 없는 사람 상대로 파는 건데. 제 또래 아이가, 대왕코너 근처에서 한 아주머니가 자리를 펴고 애 젖을 먹이고 있었는데, 누가 오면 신호를 하래요. 그러니까 아주머니 곁으로 슬금슬금가더라구요, 전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처음에는. 그랬더니 가더니 아주머니 똑딱이 지갑을 훔쳐왔어. 돈이 600원인가 얼마가 있었어요. 나한테 300원을 주더라고.

 

Q: 왜 그랬지?
사랑: 같이 공범이다, 한 몸이다(웃음). 그러더니 경동시장 안으로 국수 먹으러 가자고. 저는 한 번도 못 먹어 봤었죠. 15원짜리 국수를 먹는데, 어려서 그랬는지, 국수양이 왜 그렇게 많은지. 국수가 곱빼기였어요. 그 국수를 다 먹고. 어릴 적에는 보통 음식이 있으면 지금도 남기는 건 없어요. 어떻게 됐든 다 먹어요. 그런 버릇이 되가지고.

 

4p.jpg 요리 학원을 다녔어요
Q: 노동일은 계속 하신 거에요?
사랑: 노동일을 좀 하다가 저는 레스토랑 일로 빠졌죠. 빠져서 있다가 제가 압구정동에서 일을 하면서 요리 학원을 다녔어요. 그 때가 명동에 있다가 신촌에 있다가 압구정동으로 갔을 거에요. 1983년도에 시험을 봤었는데, 필기시험은 학원 다니는 사람 중에 한 명 붙고 다 떨어졌어. 필기시험에서부터. 한 명 붙었는데, 대학물을 먹은 애가 붙고 그 애는 여의도에서 자기 부모님이 복요리집을 했어요, 특수요리. 그래가지고 복요리사 자격증까지 땄어요. 포장마차 하던 아저씨도 학원을 다녔는데, 학원이 영등포에 있었는데 현대요리학원이라고. 그래서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압구정동에 있을 때 원래 낮에는 아가씨들이 일을 하고 우리는 야간만 하기로 했는데, 들어와서 얼마 안 있다가 아가씨들 싹 없애버리고 우리가 오전부터 저녁까지 장사를 하게 되서 저는 웨이터를 했죠.

 

Q: 그 때 왜 요리학원을 가신 거에요?
사랑: 요리학원을 다녀가지고 그쪽 계통으로 빠지려고 했죠. 근데 그때 버스가 압구정동에서 영등포로 왔다가 돌아서 막바로 가는 버스가 23번인가 여하튼 있었어요, 영등포 종점이 없고, 영등포 역 지나서 시장으로 해가지고 막바로 가버리는, 일을 하다가 피곤해서 어떤 때는 잠이 들어가지고 눈을 떠 가지고 보면 다시 가고 있는 중이야(웃음) 일하는 데로.

 

Q: 일은 하루 종일 하신 거예요?
사랑: 예, 거기는 시간이 길었어요. 아침 9시에 일어나서 청소 시작해서 아침밥 먹는다는 손님은 안 받으니까, 레스토랑에 아침밥 먹으로 오지도 않고, 청소 시작해서 점심 손님들 받고, 차 드시러 오는 손님 받고 저녁 손님이 11시 돼서 끝났으니까 길었죠. 저는 이제 학원을 다닌다고 애길 했으니까 시간을 빼줬어요. 근데 빼주면 뭐하냐고, 학원 제일 앞에 앉아 가지고 그냥 잠자는 거야. 가면 잠자는 게 일이었어요.
 
Q: 그럼 일하시는 데는 압구정이고 잠은 어디서 주무셨어요?
사랑: 가게에서. 제가 명동에서 일할 때는 준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있었는데, 그게 지점이 9개 있었어요, 그 당시에. 레스토랑 중에서는 알아주는 곳이었죠, 가격도 비쌌고. 거기서 있을 때가 80~81년 사이였는데. 그곳에서도 그랬어요, 일은 잘해줬으니까, 미국에서 원판을 많이 갖다놓았다고, 어떻게 수를 써가지고. 디제이가 영업 끝나고 나서 밤에, 영어를 몰랐으니까 밤새 처음부터 음악을 듣는 거에요, 그래가지고 판이 700장 정도 되는데 그 중에서 판 한 장에서 어디가 좋은 곡이고 이런 거를 암기를 했지, 노래가 빠르고 아니면 무드 있는 음악 이런 거를 알아가지고 디제이가 내 또래 애가 봤는데, 그 애가 술 먹고 자빠져 자면 제가 트는 거지, 멘트를 안 하니까. 그 때 저는 지점에 사람이 모자라고 이럴 때 대타로 해가지고, 택시타고 가라고 택시비도 줬어요, 그러면 택시 안 타고 버스 탔지(웃음). 거기에 있을 때는 신임을 받았어요, 있으면 지점에 가게 장, 점장 자리 하나 주겠다고 그랬는데, 안 있었죠.

 

Q: 서빙 말고 요리는?
사랑: 제가 그 당시에는 전문적으로 주방 일은 하지를 않았기 때문에 주방에는 못 들어갔죠. 이대 앞에 있을 때는 명절날에는 주방 식구들이 싹 고향을 가버려서 사장님하고 나하고 둘이서 주방을 보고, 사장님이 보조를 하고. 오무라이스 같은 게 나가는 데 완전 개판이었죠. 제가 전문적으로 해봤던 게 아니니까, 돈까스는 튀겨서 나가면 되니까 별 문제가 없었는데, 국제칵테일학원에서 나온 칵테일 78가지가 그 때는 전부였어요. 술만 있으면 78가지를 다 만들었으니까, 어떻게 하다보니까 배우게 되더라고요. 82년도에 있을 때 거기는 라이브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 부르고 고급스러웠어요. 레스토랑에서 가수들 노래 부르고 그런 곳이 없다시피 했으니까.

 

Q: 웨이터뿐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을 한거네요.
사랑: 16, 17살부터 28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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