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2314
2013.12.26 (20:39:06)

[홈리스인권-아우성]은 ‘홈리스인권지킴이’활동을 통해 만난 거리 홈리스의 이야기를 나누는 꼭지입니다.

 

홈리스 단속을 폭력으로...

 

황성철 <홈리스행동 활동가>

 7p.jpg

머무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11월 6일, 새벽공기를 가르며 강남고속터미널로 향했다. 누구를 마중 나가는 것도 아니고 배웅을 하려고 가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떠나거나 돌아오는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승합차에서 내려 호남선 대합실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혹시나 있을 강제퇴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하면서 대합실로 들어섰다. 잔뜩 긴장하고 들어선 대합실의 정경은 왠지 모를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시설경비원으로 보이는 세 사람은 대합실 벤치 주변에 서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고 몇몇의 여행객들이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평화롭지만 낯선 풍경. 그 평화롭고 낯선 풍경은 예전에도 느꼈던 아니 얼마 전 보았던 낯선 서울역 대합실의 모습과 겹친다. 머무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 낯설음에 가슴 한편이 저려온다.

 

강남고속터미널 호남선 대합실의 폭력적인 노숙인 퇴거
한 편의 짧은 글이 홈리스행동 활동가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10월 29일 새벽 3시에 홈리스행동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짧게 쓰인 한 건의 제보 글이 올라왔다. 요약하자면 강남고속터미널 호남선 대합실에서 노숙인 30명에게  막말과 욕설을 하며, 폭력적으로 퇴거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이 글은 여러 정황으로 추측해 보건데 당사자가 남긴 글인 듯하다. 당시의 상황이 잘 드러나는 제목과 사건의 정황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한 부분이나 일주일이 지나 새벽 시간에 글을 올린 점 등으로 추측해본다. 위의 글만으로는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강제퇴거의 피해자는 없었는지, 현재의 상황은 어떤지도 궁금했지만 제보자가 선택한 이 방법이 최선일 거란 생각을 하니 더 안타깝다. 아마 글을 올리기 전 일주일 동안 많이도 억울하고 수치스러운 답답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리저리 하소연 할 곳을 찾아도 봤을 것이고, 동료들에게 하소연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돌아왔을 것이다. 그러다 홈리스행동을 알게 되어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듯하다. 이런 제보가 처음은 아니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들어온 제보는 처음이라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11월 6일 새벽 다급하게 4명의 활동가가 강남고속터미널로 향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대합실 여기저기를 둘러봤지만 이미 대합실에서 노숙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뒤집어진 의자도 볼 수 없고 30명이나 되는 노숙인도 보이지 않는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 단속이 정착된 것 같았다. 10월 23일 새벽에 일어났던 일은 그렇게 한 줄의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예정된 강제퇴거
2011년 8월 뙤약볕 아래에서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철회를 외치던 때가 떠오른다. 강제퇴거를 철회하라는 구호와 더불어 강제퇴거가 확산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상업화된 시설이 즐비한 강남터미널에는 구매력이 없는 노숙인의 자리가 있을 리 없다. 강남고속터미널 호남선이 속한 센트럴시티는 통일교재단에서 운영을 하다 2012년 10월 안정적인 백화점 영업을 하기 위해 신세계 그룹에서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본격적인 상업시설로서의 준비가 갖춰진 것이고 예정된 강제퇴거가 일어난 것이다.

무조건 내쫓아서 될 문제가 아니란 것은 서울역 강제퇴거에서도 드러났다.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노숙인이란 딱지가 붙으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하기보다는 거리의 버려진 사람으로 치부된다는 것이다. 버려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버려진 채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는데 급급해진다. 그 급급함은 이 사회의 구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종교는 이들을 사람으로 대하기보다는 선교의 목적으로 이용하고, 복지체계는 허술하기 그지없어 시설로 몰아넣기 바빠 눈엣가시로만 여기는 실정이다. 어디하나 제대로 된 탈 노숙기반 마련에 대한 목소리는 요원하다. 이런 사회 속에서 이들의 자존감은 밥 한 끼, 편한 잠자리, 일자리 등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보지만 그것 또한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자리와 잠자리로 마지막 남은 이들의 명의마저 저당 잡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지도록 만드는 세상이다. 더 이상의 단속이나 퇴거보다는 적절한 일자리와 주거지원을 통해 해결해야 할 빈곤의 문제이다.

 

제보자를 찾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시의 폭력적인 퇴거 상황이 짧은 몇 줄로 정리되길 제보자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의 상황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와 혹시 다친 사람은 없었는지 당시 머물던 30명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거나 이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로해주고 싶다. 쫓겨난 상처에 반창고라도 붙여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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