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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1929
2013.11.20 (20:04:56)

[다림질]은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확대하는 문화를 ‘다림질’해보는 꼭지입니다.

 

민속촌의 ‘거지’ 아르바이트

 

<홈리스뉴스 편집부>

▲  지난 10월 10일 한국민속촌 페이스북에 올라온 “거지알바” 사진. 출처=한국민속촌 페이스북

 

거지’처럼 일할 수 있다
“매년 날이 좋을 때마다 민속촌에서는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한번 하면 자르기 전까지는 절대로 그만두지 않는 마약 같은 알바가 있다. 바로 거지알바”

한국민속촌에서 지난 10월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거지알바”를 소개하는 글이 화제가 되었다. 
민속촌 측이 밝힌 거지 알바생의 대우는 다른 알바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반면 근무 방식은 ‘거지 맘대로’다. 거지 알바의 최대 장점은 언제 어디서든 졸리면 땅바닥에 누워서 자고, 배고프면 관광객에게 접근해 구걸하고, 날이 더우면 그늘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말 그대로 ‘거지’처럼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거지로 구걸해서 생긴 수익은 전액 알바생의 몫이다. 일종의 ‘팁’인 셈이다.

민속촌 페이스북 관리자는 “심지어 한 거지 알바는 자기 앞에 바가지를 놓고 잠시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보니 바가지에 세계 각국의 화폐와 먹다 남은 꼬치, 과자, 음료수가 가득했다”면서 “지금은 네 번째 거지가 채용된 상태다. 민속촌 거지를 보더라도 근무자일 뿐이니 놀라지 말라. 돈 안 줘도 사진 찍어주니 부담 갖지 말라”는 글을 남겼다.
이와 함께 네 가지 유형의 거지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유창한 외국어와 적극성으로 2012년 구걸왕으로 등극한 ‘글로벌 거지’, 항상 허리가 아프다며 구걸은 안하고 하루 종일 비스듬히 누워 있는 ‘구걸 안하는 거지’, 돈이든 먹는 거든 쓰레기든 가리지 않고 다 구걸해내며 회식비까지 벌어오는 ‘상거지’, 그냥 앉아만 있어 아직 뭐하는 거지인 줄 모르는 거지 1주차 ‘뭐하는 거지’ 등.

 

개미와 베짱이
한국 사회에서 노숙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크게 ‘개미와 베짱이’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개미’ 유형은 노숙 생활을 하면서도 ‘개미’처럼 열심히 일을 구해서 마침내 탈노숙에 이르는 노숙인을 긍정적인 모델로 간주하는 시선이다.
둘째, ‘베짱이’ 유형은 “언제 어디서든 땅바닥에 누워서 자고, 배고프면 사람들에게 접근해 구걸”하는 게으르고 무기력한 부정적인 존재로 노숙인을 묘사하는 시선이다. 대개의 언론에서 표현되는 노숙인에 대한 모습도 두 가지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거지알바’를 둘러싼 반응들을 살펴보면, 앞서 얘기한 ‘베짱이’ 유형의 시선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거지’가 되고 싶다
민속촌 페이스북에 거지알바에 대한 글이 올라온 이후에 거지가 되고 싶다는 신청자가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민속촌에서는 “일단 올해 거지 채용은 끝났으니 내년을 기약해달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거지 5기를 공채로 모집한다고 한다. 아래 글들은 거지가 되고 싶다는 신청자들의 문의 글들이다.

-거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여자거지도 뽑아 주나요?
-춤추는 거지, 노래하는 거지, 소리 지르는 거지 대기 중
-친구들 사이에서도 거지왕이라 불리우며 항상 무시 받고 살고 있습니다. 거지도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꼭 뽑아주세요.
-서울역 6개월, 용산역 6개월 인턴노숙 경험 있습니다. 뒹구르기 4단, 아무데서나 잠자기 7단, 바가지깨기 2단, 아무리 씻어도 안 씻은 듯 보이는 외모. 연락주세요

신청자들의 글 속에는 기존의 ‘베짱이’ 유형과는 다른 시선을 엿볼 수도 있다. 거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거지가 되기 위해서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고, 서울역 6개월, 용산역 6개월의 노숙 경험이 ‘스펙’이 될 수 있다는 사고는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런 반응들을 ‘정색’하고 바라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우스개 소리들로, 무기력한 현실에서 잠깐이나마 웃음을 가져다주는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는 게 적절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당사자들의 경험은 배제된다
하지만, 이런 말들 속에서 당사자들의 노숙 경험이 설 자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거리의 소음과 사람들의 폭력적인 반응들에 시달리며 제대로 잠이 들 수 없는 밤을 보내고, 지친 몸을 일으켜 구제금을 받기 위해 교회를 전전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당사자들의 경험은 배제된다. 오랜 거리생활로 인해 훼손된 당사자들의 몸은 게으름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전시된다.
‘개미와 베짱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나서 당사자들이 왜 거리에서 생활하게 되었는지, 거리의 삶이 당사자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당사자들의 경험을 당사자들의 말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절실하게 필요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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