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960
2014.05.22 (17:00:43)

[특집]


우리들의 노동절


<홈리스뉴스 편집부>


5월 1일, 이십년 전 날짜만 겨우 찾아왔을 뿐 여전히 ‘근로자의 날’인, 제대로 호명조차 못하는 노동절을 보냈다. 노동절, 사무실 문을 닫아도 될까 고민 하다 과감히 쉬기로 했다. 그러면서 활동가들은 노동자일까 하는 생각이 살짝 스쳤다. 그러다 홈리스에게 노동자란 정체성은 어느 정도의 거리며, 노동절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란 의문이 생겼다. 이를 묻기 위해 홈리스 당사자분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홈리스야학에 참여하는 30대에서 60대의 남성 5명과 여성 1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들의 직업 및 생활 형태는 일반수급 3, 자활사업 1, 공공근로 1, 아르바이트 1명이었고, 정리는 편의상 야학에서 사용하는 애칭을 사용하였다.


Q. 어떻게 지내시나요?
“자활센터에서 게이트웨이라는 교육과정을 받고 있어요(오락가락)”
“재활용 분리수거 일을 했었는데 암이 생겨 지난 가을부터 일반수급자로 고시원에서 살고 있어요(만복이)”
“몸이 아파서 아무 일도 못하고 병원만 왔다 갔다 하면서 생활하고 있어요(강자)”
“공원청소 공공근로를 하고 있어요. 5월까지 일 할 수 있는데 19일 날 다시 신청해봐야죠.(림보)”
“아르바이트인데요. 물류회사 창고에서 피킹(물건 찾아오는 일), 포장하는 일이나 자동화 시스템 창고에서 기계 2~30대 잡고 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비오지마)”

일을 하면 급여가 삭감되므로 사실상 노동이 금지된 일반수급자에서 공공근로, 자활사업, 아르바이트 등 이들의 생계 방편은 다양했다. 하지만 이들 중 정규직 노동자는 한명도 없었고, 고용기간은 하루에서 최장 6개월로 초단기 노동에 종사하고 있었다.


Q. 노동절, 어떻게 보내셨나요?
“항암 치료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었죠(만복이)”
“집에서 그냥 테레비 켜 놓고 멍하니 누워 있었어요(강자)”
“방세 낼 날이 가까워져서 모르고 지나갔어요. 그날도 아르바이트 나갔죠(비오지마)”
“서울역 집회에 결합했었어요. 인원이 많아 들어갈 틈이 마땅치 않아서 주변을 맴돌다가 청계천에 가 바람을 쐬었어요(오락가락)”

여섯 명 중 노동절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세 명이었다. 나머지는 일상을 보내거나, 일을 하는 등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보냈다. 집회에 참여한 이들 역시 자신의 노동권 요구를 걸고 간 것은 아니었다.


Q. 노동자, 노동절, 홈리스
“저는 수급 받고 있는 입장이지만요, 그래도 모든 사람은 다 노동자라고 생각해요(만복이)”
“저 자신은 스스로 노동자라고 자부해요. 어차피 사무직 간부라든가 이런 건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에 평생 단순 건축노동, 이삿짐 같은 일을 했고 현재 자활근로를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아마 평생 노동자일 거 같아요(오락가락)”
“노동절을 보내며 생각한 게 왜 나는 일을 못하고 이렇게 몸이 아파서 쩔쩔매는지, 나이도 창창한데… 이런 생각하면서 너무 답답했어요. 나도 저 사람들처럼 일도 하고 쉴 때 같이 쉬고 했으면 좋겠는데 집에만 처박혀 있다는 게 처참했죠(강자)”
“예전에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노동절하면 아! 하루 또 공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억지로 놀아야 하니까요. 하루 자활 안 나가면 급여가 깎이거든요. 좋으면서도 섭섭한 날이죠(오락가락)”
“저도 뭐 아르바이트도 노동자라고 생각하니까, 정규직은 아니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생각하니까 노동절이 상관없는 날이라고 생각 안 해요. 그런데 제가 하는 일이 열악한 환경에서 쉬는 시간도 없고, 물류 일이다보니 좀 다칠 때가 있어요. 무릎도 다치고 손목도 삐고 손가락 마비도 오구요. 그런데 보험 들 수도 없는 처지잖아요. 여전히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어 있어요(비오지마)”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이도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개개인의 인식 차이에 앞서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 일당 벌이의 고단함과 박대, 공공일자리의 노동자성 배제와 같은 현실을 더 말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  노동절 집회를 마친 후 정리 모임을 하고 있는 홈리스 당사자들

Q. 노동자, 노동절을 말하다
“노동자랑 우리랑 똑같다고 봐요. 노동을 하다 실업자가 되면 노숙을 하기도 하고요. 너무 참담한 세대를 살고 있잖아요? 집회 때 보면 해고자 문제를 많이 얘기하는 데 이걸 해결하자는 것은 우리랑 같은 입장이라고 봐요(강자)”
“노동자는 노동자끼리, 홈리스는 홈리스끼리 해 왔던 거 같아요. 그러지 말고 어렵더라도 같이 해야 조금이라도 개선이 될 거 같아요(점박이)”
“노동자들도 우리한테 큰 힘을 못 준 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좀 더 뜻을 모아서 열띠게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림보)”
“수급 받는 사람들은 노가다라도 뛰게 되면 수급비가 깎이거나 탈락될 수 있어요. 조금이라도 딴 거 할 수 있게끔 해 줬으면 좋겠어요(만복이)”
“다시 일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일을 해야 해요. 자꾸 놀면 안 돼요. 단 1원을 벌더라도 자기가 일을 해서 버는 것하고 그냥 적선 받는 건 달라요(점박이)”
“비정규직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내년 3월에 공원청소 기간제 모집이 있는데 그때 뽑히는 게 제일 큰 바람이죠(림보)”
“생활이 굉장히 불안한 데 무엇보다 제가 편안히 일을 다니려면 안정된 주거공간이 있어야 해요. 고시원 전전하고 사는 거 이제는 좀 힘들어요. 아르바이트하는 처지에 방값으로 너무 큰돈이 들거든요(비오지마)”


조직된 노동자들과 홈리스는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대다수는 유사한 처지, 손잡아야 할 상대로 여기고 있었다. 반면, 노동운동과 홈리스운동이 단절돼 있다는 진단 또한 공통적이었다. 물론 홈리스운동이 노동운동 또는 사회적 의제에 연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리 매우기식 연대로는 부족하다. 앞서 한 응답자가 노동자 해고와 홈리스 문제를 연관 지었듯 홈리스와 노동자의 요구의 접점을 찾고 그곳으로 힘을 포개는 공동의 사업 경험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연대로 기초생활보장이라는 이름으로 빈곤선 이하의 삶을 강제 당하는 수급자의 노동권, ‘자활’이란 이데올로기로 초단기, 최저임금 미만의 노동을 강요당하는 홈리스의 노동권 의제를 발굴하고 제기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노동절은 그들만이 아닌 우리들의 노동절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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