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동행]당사자들이 병원, 관공서, 법원, 시설 등을 이용할 때 부딪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전하는 꼭지입니다.


제대로 숨 쉬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선녀 / 홈리스야학 학생>


3p.jpg 2013년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 11월말 경, 저는 우체부 아저씨로부터 “싸인 부탁합니다.”라는 종이 한 장을 건네받았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통장 돈을 다 압류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벌써 18년 전 사기 당한 사건인데, 갑자기 지금 와서 돈을 다 빼간 게 전 너무 억울한 심경에 밤새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통장 정리를 해보니 생계비 150만원만 남겨 놓고 신한, 우리은행의 돈 400만원 가까이를 다 빼간 상태였습니다. 현재 임플란트랑 치과치료를 하는 중인데. 이제 돈 한 푼도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우울증이 찾아와 움직이는 게 싫어 밥도 안 먹고 잠만 잤습니다. 주일날 집근처 교회 집사님이 전화를 수십 번 해도 안 나가고, 자전거를 지칠 때까지 타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이 안 나오데요. 홈리스 야학의 대장님말대로 파산하는 수밖에요.


이 사건은 제가 사기 당한 건데, 18년 전 저는 고시원에 살며 식당, 파출부, 아파트 공사장 막일까지 하며 겨우 하루하루 살아가는 생활이었는데, 원래 몸이 약하게 타고 난데다 몸으로 때우는 막일을 많이 해서인지 갑자기 35세에 백내장이 찾아왔는데 녹내장까지 거의 다 된 상태에서 수술을 해서인지 수술 결과가 안 좋아 그 뒤로 식당 일 하는 게 힘들어, 노점 장사도 하고, 서울 살기가 진짜 힘들다는 걸 깨달았죠. 그러던 어느 날 식당서 일하는데 사무실에 취직시켜 준다길래 직업소개소 사기꾼 2명한테 동사무소 가서 등본과 인감을 떼 주었는데 그게 평생 이렇게 꼬리를 물고 나를 잡아먹을 것인지 세상을 너무 몰랐습니다. 그 사기꾼들이 카드를 만들어 그 당시 이자까지 5백만원 정도를 시골 부모님 앞으로 청구서가 날아가 협박해서 부모님이 없는 형편에 소까지 팔아가며 갚았는데, 그 후로 2년 정도 지나 사기꾼이 죽으면서 내 앞으로 서울보증보험에 보증을 서, 이 돈이 새끼를 쳐 이자가 늘어 원금 400만원도 안되었는데 1천 5백만원 가까이 되자 돈을 빼갔습니다. 원금 400만원이라 돈이 적어 파산도 못했는데. 10년 이상 되면 강제압류는 없을 것이라고 변호사 상담도 했었는데.


생계비 150만원을 찾으러 법률구조공단에 신청했는데요, 3개월을 기다려야 준다니 사기 당하고, 사는 것도 힘들고, 몸도 아프고, 그냥 죽고 싶다는 심정 밖에. 생계비는 어차피 줄 거면서 왜 3개월 있다가 주는 건지, 법률구조공단에 서류 내면서 물었더니 제 얼굴을 한참 보더니 “돈 안 받고 싶어요?” 세상에 이런 말까지 막 하는데. 나는 속이 울컥 했지만, 그냥 참아야 그 돈이라도 받고 추운 겨울 이기며 살아갈 수 있으니까. 아! 삶이 이래서 힘든 거구나. 대한민국 법은 없는 사람한테 너무 큰 철벽이구나 새삼 깨달았죠.

저는 정말 너무 억울해서 이대로 150만원 생계비 받고 파산 할 수 없다는 생각에 홈리스 행동 활동가들에게 1인 시위라도 하고 싶다 말씀드렸더니 홈리스 뉴스에 글을 써 보라고 하셔서 이글을 씁니다. 정말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제대로 숨 쉬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364 <홈리스뉴스 24호>동행-진료 사각지대 양산하는 노숙인 의료지원제도 파일
홈리스행동
650 2014-07-31
363 <홈리스뉴스 24호>동행-희망온돌이 불편하다 파일
홈리스행동
598 2014-07-31
362 <홈리스뉴스 24호>기고-나 살던 곳, 나 사는 곳 파일
홈리스행동
498 2014-07-31
361 <홈리스뉴스 24호>기고-“선진국은 못 되어도 노인 부양은 잘 해야하지 않습니까?” 파일
홈리스행동
455 2014-07-31
360 <홈리스뉴스 24호>다림질-홈리스를 혐오하는 사회에서 홈리스를 혐오하지 않는 법 파일
홈리스행동
582 2014-07-31
359 <홈리스뉴스 23호>특집-6·4 지방선거, 홈리스는 비(非)시민이었다 파일
홈리스행동
751 2014-07-03
358 <홈리스뉴스 23호>특집-요양병원, 홈리스 복지를 왜곡하다 파일
홈리스행동
948 2014-07-03
357 <홈리스뉴스 23호>요세바 통신-일본의 생활보호 수급자의 파친코 이용 금지를 둘러싼 논란 파일
홈리스행동
974 2014-07-03
356 <홈리스뉴스 23호>세계의 홈리스-홈리스들에게 철심을 박다 파일
홈리스행동
1682 2014-07-03
355 <홈리스뉴스 23호>홈리스인권 아우성-뭐든 제대로 된 게 필요하다! 파일
홈리스행동
821 2014-07-03
354 <홈리스뉴스 23호>어깨걸기-밀양 송전탑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파일
홈리스행동
936 2014-07-03
353 <홈리스뉴스 23호>어깨걸리-지금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는 700명의 노숙인 동지가 있습니다. 파일
홈리스행동
857 2014-07-02
352 <홈리스뉴스 23호>다림질-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파일
홈리스행동
695 2014-07-02
351 <홈리스뉴스 22호>특집-6.4 지방선거 홈리스 정책 요구 파일
홈리스행동
922 2014-05-22
350 <홈리스뉴스 22호>특집-우리들의 노동절 파일
홈리스행동
960 2014-05-22
Selected <홈리스뉴스 22호>동행-제대로 숨 쉬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파일
홈리스행동
974 2014-05-22
348 <홈리스뉴스 22호>진단-노숙 텐트는 쓰레기가 아니다.(2) 파일
홈리스행동
981 2014-05-22
347 <홈리스뉴스 22호>요세바통신-일본 생활보호법 개정: 무엇이 어떻게 바꾸었는가?(2) 파일
홈리스행동
1050 2014-05-22
346 <홈리스뉴스 22호>세계의홈리스-더 정확하고 진실한 보도를 위한 제안 파일
홈리스행동
937 2014-05-22
345 <홈리스뉴스 22호>기고-빈곤과 결핵: 가난은 질병을, 그리고 질병은 다시 가난을 혹은 죽음을 파일
홈리스행동
1137 2014-05-22
Tag Lis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