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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쪽방촌 사람들의 힘겨운 여름 나기

  
  
  
▲ 작은 쪽방에서 낡은 선풍기와 부채 하나로 여름을 나고 있는 신현천 할아버지. 윤정현 인턴기자

폭염이 내리쬐던 22일 오후. 취재진이 대구쪽방상담소 직원과 함께 찾은 대구 중구 대신동의 속칭 '쪽방촌'은 바람기 한점 없었다.
폭 3m가 채 안되는 좁은 골목에서는 그늘을 찾기 어려웠고 찜통 같은 열기가 이글댔다. 골목을 따라 이어진 허름한 한옥들에는 이따금 '사글세'라고 쓰인 대문들이 보였다.

한 집에 들어갔더니, 7~8㎡ 크기의 마당을 질러 6개의 쪽방이 나눠져 있었다. 2개의 방문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안쪽 방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던 한 노인은 "날씨가 더워 어지러운 건지, 나이가 먹어서 그런건지 모르겠다"며 누우면 등에 땀이 차서 앉아 있노라고 했다. 등에서는 땀띠가 보였다. 가로 2m, 세로 2.5m가 겨우 되는 방에는 TV 한 대와 소형 냉장고, 낡은 선풍기 한 대가 전부였다. 집 안에는 바람이 없었다. 방 안의 작은 창을 열었지만 회색 벽돌로 가로막혀 있었다. 노인은 "무릎이 괜찮으면 달성공원에라도 나가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한다"고 했다.

30℃ 이상을 오르내리는 폭염이 이어진 지 보름이 넘었지만 낮에는 불볕더위로, 밤에는 모기와 씨름해야 한다고 했다. 너무 더울 때는 마당에서 수돗물을 틀어 머리를 적시는 게 유일한 피서라고 했다.

비와 바람을 가릴 수 있는 삼면의 벽과 방문 하나. 월 10만원가량의 집세를 내는 걸 제외하면 노숙 장소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쪽방은 여름에 익어가고 있었다. 불경기까지 겹쳐 쪽방촌 사람들은 가뜩이나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중구 달성공원에서 만난 한 50대 쪽방 거주자는 더운 날씨와 불경기 탓에 주로 바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무료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공원 나무그늘 아래서 더위를 피한다고 말했다. 그는 "6월부터 일거리가 마땅치 않아 일할 수 있는 곳도 없다"고 했다. 이달 들어 일한 날짜가 일주일도 채 안된다고 했다. 그간 벌어둔 30만원이 기약없는 쪽방살이의 살림 밑천이다.

같은 날 찾은 대구 북부시외버스정류장 맞은편 서구 비산동의 쪽방촌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이 일대는 그나마 일할 힘이라도 있는 건설현장 일용직 거주자들이 살고 있어 비교적 깔끔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공동화장실을 쓰고 마당에 수도가 자리잡은 쪽방촌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늘어선 단층 여관들에는 '달세방 있음'이라는 종이만 나부꼈다. 오가는 이가 거의 없었다. 이중 한 집에 들어가 주인의 안내를 받았다. 2층으로 통하는 좁은 계단을 올라가자 10여개의 쪽방들이 보였다. 대낮이라 대부분 쪽방들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40대 쪽방 거주민은 "겨울에는 돈이 없어 쫓겨나지만, 여름에는 돈이 있어도 더워서 쪽방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여름에는 얼어죽을 일이 없지 않으냐"며 "빨리 돈을 벌어 이곳을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쪽방상담소 관계자는 대구시내 쪽방은 북구 칠성동·침산동 일대와 서구 비산·원대동, 동구, 중구 등 10여개 동에 흩어져 있고 180여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계절적으로 변동이 있지만 쪽방생활자들은 대략 1천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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