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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관련 언론보도 내용입니다.
조회 수 : 1064
2008.07.15 (13:04:56)
‘텐트하우스’의 사람들


긴급 식량배급 수요가 15~20%씩 증가…냉전 종료와 함께 시작된 불평등, 그 끝이 보이지 않네


▣ 김창진 성공회대 교수·사회과학부


한국에서 ‘홈리스’란 말이 아직 낯설 때인 1993년 어느 여름날이었다. 학술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이던 필자는 뉴욕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이른 아침 하버드대학이 위치한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한 공원길을 가로질러 가다 색다른 풍경에 깜짝 놀랐다. 눈짐작으로 대략 30~40명 되는 남녀 노숙인들이 공원 잔디밭에서 민망한 모습을 연출하며 서로 뒤엉켜 있거나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었던 것이다. 소련 붕괴 뒤 세계적으로 ‘유일 초강대국’이 된 미국이 그 패권을 한껏 과시하던 무렵, 뉴욕의 할렘이 아니라 전형적인 백인 중상류층 거주지인 동부의 대학도시에서 갑자기 부닥친 이 노숙자 무리가 남긴 깊은 인상은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다.



△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밴네스 거리 중앙분리대에서 젊은 노숙인이 망연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 정지 신호를 받은 차량들이 멈춰서면, 그는 천천히 일어나 한 끼를 위해 동냥을 빌 터다. (사진/REUTERS/SUSAN RAGAN)







얼마 전까지 번듯한 중산층이었는데…


그로부터 15년 뒤,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북서부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필자는 다시, 그 노숙인들과 마주치고 있다. 워싱턴대학 정문 쪽으로 들어가는 건널목에는 비가 내리는 날에도 어김없이 제자리를 잡고 운전자들에게 동정을 호소하는 중년 남자를 볼 수 있다. 그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지난 1월 어느 날 단 하룻밤 새 시애틀 시내에서만 2600명 이상에 달하는 사람들이 집이 없어 길거리에서 밤을 새우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중 한 사람이 드브레어 브래(54)다. <시애틀타임스>는 지난 5월30일치에서 오클라호마주 출신으로서 전직 가수이자 코미디언인 그는 벌써 몇 년째 시애틀 시내 이곳저곳으로 자신의 ‘텐트 하우스’를 옮겨다니며 살고 있다. 미관상의 이유로, 또는 도시 재개발 정책을 내세워 시당국이 쫓아내기 때문에 무허가일망정 안정적인 자기 집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연민을 느끼는 시민들이 텐트 옆에 가져다놓는 비닐봉지 속의 롤빵과 소시지가 그의 식량이다. 관절염을 앓고 거동이 불편한 그는 언제 통과될지 모르는 장애인 등급 심사 서류를 관련 기관에 보내놓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시애틀 시내에서 푸드뱅크를 운영하는 ‘노스웨스트 하비스트’의 책임자 셸리 라턴더는 요즘 날마다 애가 탄다. 배급소에 음식을 타러 오는 사람들이 몇 달 새 부쩍 늘었을 뿐만 아니라, 식료품과 그것을 운송하는 차량 연료비의 폭등으로 식량 창고가 심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주 각 지역에서 활동 중인 300개 급식소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5월27일 〈AP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내가 당황하는 이유는 이런 현상이 과연 언제 멈출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근심은 이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근래 미국 전역을 강타하고 있는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경기침체 상황에서 비교적 영향이 적은 것으로 여겨지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음식 배급소 앞에 전에 없이 새로운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도시 모퉁이에 문을 연 ‘스톡턴 긴급 푸드뱅크’는 오전 10시에 문을 열지만 몇백 명의 ‘고객들’은 새벽부터 몇 시간씩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인 재키 호프만(55)은 이런 배급소에 처음 와봤다. 이런저런 식료품이 들어 있는 통에서 가져갈 빵을 킁킁거리며 고르고 있는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던 부류에 속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는 지역신문의 판매직을 잃고 새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날마다 치솟는 물가에 할 수 없이 두 손 들고 “아이 니드 헬프!”(도움이 필요해)를 내뱉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전에는 스스로 부양 능력이 있던 직장인이나 은퇴자들, 그리고 자영업자 등 제 집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 하층으로 전락해 푸드뱅크의 새로운 수요자가 되는 현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 푸드뱅크 네트워크’가 지난 4월 말에서 5월 초순에 걸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선 조직의 99%에서 평균 15~20%씩 수요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됐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그 증가세가 40%에 달했다. 어떤 배급소에서는 식량 재고분이 다 떨어져 찾아온 사람들을 돌려보내기까지 했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공립학교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점심 급식을 집으로 싸  
가지고 가서 가족의 저녁식사로 먹고 있다고 보고됐다.


하지만 최근 상원을 통과한 식량지원 법안은 다음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올 10월까지는 발효되지 않는다. 〈AP통신〉은 미 최대자선구호단체인 ‘제2추수’ 로스 프레이저 대변인의 말을 따 “이렇게 가다가는 곧 식량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마도 그의 경고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예측에 따르면, 앞으로 2년간 139만 건에 이르는 주택 압류 사태가 발생하고, 2012년 말까지는 주택담보 대출자의 12.7%가 집을 잃고 거리에 나앉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3년간 미국 노동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해고됐다. 전통적인 공업도시들의 몰락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의 현재 상황을 볼 때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든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냉전에서 ‘승리’한 미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위대함을 침이 마르게 칭송하던 1990년대에 이 나라는 서구 국가 중 극소수 지배층의 특권과 사회적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가 됐다. 경제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에서 1970년대 중반 이후 늘어난 모든 소득의 70%가 인구의 최상위 1%에게 돌아갔다. 2000년 시점에서 최상층 부호들은 1990년과 비교해 3~4배 더 많은 부를 가지게 됐다. ‘신경제’의 호황을 구가하던 빌 클린턴의 민주당 집권기에 수많은 ‘닷컴’ 부자들이 출현했지만, 점점 심해지는 계급 간 불평등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됐던 것이다.



플라톤 시대부터 나타난 쇠퇴기의 양극화


18세기 후반 네덜란드는 영국에 패권을 넘겨주기 전까지 유럽에서 최강대국이었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이 나라의 공업은 이미 몰락하고 농촌은 피폐하고 유랑하는 거지들과 도둑떼가 들끓고 있었다. 길드 직공, 장인, 상인 등 중간 계층은 점차 소득과 지위를 상실하면서 분노를 쌓아가고 있었다. 대조적으로 은행가, 투기꾼, 지대 소득자들은 유례없는 호사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나 ‘대영제국’이 절정에 달하던 시기에 영국의 상류층은 해외투자의 3분의 2를 장악하면서 세계의 부자가 되어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명성을 자랑하던 버밍엄의 공장들은 쇠락해갔고, 노동자들의 임금은 점점 줄어갔다. 1900~14년에는 노동계층의 육류와 설탕 소비가 뚜렷이 감소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제국의 쇠퇴기에 나타나는 부의 집중과 사회의 양극화 현상, 그에 따른 대중의 불만과 기존 체제로부터의 이반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현상이다. 고대 아테네의 몰락을 지켜보던 플라톤은 <공화국>에서 “모든 도시(국가)는… 사실상 두 개로 나뉘어 있다. 빈자의 도시와 부자의 도시가 그것이다. 그 둘은 서로 전쟁 상태에 있다”고 썼다. 미국에서 이 ‘계급전쟁’은 지금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 틀에 묶여 있다. 그리고 하층 대중은 백인 노동자, 흑인, 히스패닉으로 분열돼 있다. 이들의 좌절과 분노가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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