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불법 요양병원을 대하는 복지부의 방식

<홈리스뉴스 편집부>

지난 11월 17일, 홈리스를 불법 유인한 혐의로 구속된 인천 강화 베스트요양병원(현, 폐업) 원장과 사무국장에 대한 3차 공판과 증인심문이 있었다. 재판은 향후 해를 넘겨 몇 차례 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스트병원 사건은 열악한 ‘노숙인등’ 복지지원이 불러온 범죄라는 점에서 법원의 결정만 지켜본다고 수습될 것이 아니다. 범죄에 연루된 몇몇에 대한 처벌이 끝난다고 해서 홈리스의 요양병원으로의 도피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베스트병원 사건 해결의 열쇠는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가 쥐고 있다. 보건복지부 말이다.

▲   베스트 요양병원 입원환자 복지 대책 마련 및 현지조사 촉구 1인시위.

11월 28일 오전, 서울역에서 홈리스를 유인하던 경북 모 요양병원의 픽업자와 서울역에 포진하고 있던 모집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우리는 27일 밤부터 이들을 감시해 왔는데 이튿날 아침 한 개인의 신고로 이들은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이번 주에만도 세 차례 서울역에 출현했다. 서울역 파출소 맞은편에 승합차를 대고, 서울역에 포진시켜 놨던 모집책 약 5명으로부터 입원 대상자를 공급받아 이송해 왔다. 그 대담함과 수법이 베스트 병원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코앞에서 불법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빗자루를 들고 서울역 광장이나 쓸고 있는 경찰의 한심함이야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형사적 대책은 요양병원의 홈리스 유인행위를 막는데 다분히 한계적이다. 형사적 제재에만 의존할 경우 택시를 이용해 픽업차량으로 유인하는 것과 같은 요양병원들의 범죄 행위를 더욱 진화시키거나 불법과의 경계를 모호하게 해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수 있다. 원인에 대한 처방이 해법이다. 노숙인등 복지의 구멍이 요양병원으로의 도피를 초래했으니 이 구멍을 촘촘히 메우자는 결단 없이는 이윤에 영혼을 판 요양병원들을 규제할 수 없다. 그러나 베스트병원 사건에 대한 복지부의 최종적 대응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기 충분한 것이었다.

복지부는 9월 1일, ‘강화 베스트병원 현장조사 결과’를 내 놨다. 복지부는 8월 20일, 사회단체들의 요구에 등 떠밀려 베스트병원을 현장조사 하였는데 이것이 그에 대한 결과인 것이다. 당시 베스트병원에는 총 78명의 입원 환자가 있었다. 그러나 당일 복지부가 그곳에서, 복지지원을 통해 데리고 나온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이는 애당초 예정된 결과였던 것이 복지부는 아무런 복지자원도 갖고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에 빠진 이에 대한 대처는 신속히 건져 담요라도 덮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복지부가 기껏 가서 한 짓이란 게 ‘조사’다. 입원경로, 거리노숙 경험, 건강보험형태, 최종주소, 장애여부 따위를 설문해 백분율을 내는 게 임시주거를 지원하거나 공공의료기관에 연계해 홈리스들을 불법 현장으로부터 구출하는 것보다 우선할 만큼 절박한 일이었나? 우리는 의원실을 통해 베스트병원 입원자들의 주거이동경로를 복지부에 질의하였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당시 78명 입원자 중 현재 거처가 확인된 이들은 12명일 뿐, 나머지 입원 홈리스들에 대해서는 “다수의 노숙인이 영등포역 및 서울역 일대로 복귀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추정할 뿐이었다. 더욱이 이들 12명 중 노숙인 복지지원을 받은 이는 시설입소 2인, 특별자활사업 참여 1인이 고작이다.

이렇듯 복지부가 홈리스에 대한 복지지원을 손 놓고 있으니 홈리스들이 복지보다 비록 불법이라 하더라도 요양병원에 온기를 기대하는 것 아닌가? 이런 복지부에 대해 어떤 대책을 요구하고 기대하겠는가? 복지부는 개입력이나 조절능력을 철저히 상실했다. 이 정도로 망가진 복지부라면 하루 빨리 수술대 위에 올리는 게 마땅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