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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음의 구멍을 무엇으로 메울까
: “실종일기2 알코올병동”


<홈리스뉴스 편집부>


▲  실종일기2-알코올 병동 표지

아침에 일어나 숙취가 심했기에 일단 소주 한 잔 하고, 점심 때는 소주 다섯 팩을 사서 거리와 공원을 비틀비틀. 집에 돌아갈 때 1.8리터짜리 소주 한 팩을 사서 밤새 마시다가 기절하듯 잠들기. 마시고 토하고 다시 마시고 토하고. 이틀 내내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낮에도 밤에도 한숨도 못자고. 환청에, 환각에 밤새 큰 소리를 내고, 자살하고 싶어져서 미수만 수십회.
자전거를 타고 술을 사러 가다가 넘어져서 늑골 골절, 공원벤치에서 졸다가 떨어져 두부 강타. 두 번의 가출 아닌 ‘실종’ 이후 술로 마음의 구멍을 메웠던 만화가 아즈마 히데오는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다 결국 알코올병동에 강제 입원 당하는 처지가 된다.
지금은 술은 안마시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알코올 중독인’이라고 부르는 그의 만화책 “실종일기2 알코올병동”은 앞으로 그곳에 ‘들어갈’ 사람이나 ‘넣어질’ 사람들, 알코올 의존증을 싸잡아서 탓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병을 ‘부인’하는 병
알코올 의존증에서 회복하기 힘든 건 병을 ‘부인’하는 병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병을 부인하건 인정하건, 이 책에는 그가 환자로 입원한 3개월 동안 알코올병동에서 만난 온갖 사람들의 인생이 ‘동등하게’ 그려져 있다. 환자에게 사기를 친다든가 밤에 여기저기 오줌을 싸는 사람도 있고, 장기간에 걸쳐 구금생활을 강제로 하다보면 안달복달하다 함께 생활하는 사람에게 쉽게 화를 내게 되기도 한다.
‘쓰리미팅’, 하루 3번 모임이 있는 날은 아침에 단주 모임, 오후에 자조 모임, 저녁에는 교육이 이어진다. 이야기가 긴 사람이 있으면, 짧은 사람도 있고, ‘패스’도 있기 마련인데, 때로는 모임이 엉망진창이 되기도 한다. 각자의 체험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는 늘 ‘개그’를 생각한다. 웃음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웃기려든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가면 시작되는 외박 훈련. 가족이 없는 사람은 갈 데가 없고, 가족이 있는 사람은 가족들에게 의심 받고, 어차피 의심 받을 거면 마셔 버리자고 자포자기.


‘맨 정신’이라는 건 신기한 감각
알코올 병동에서 환자들의 ‘생일’은 단주를 시작한 날이다. ‘알코올 중독자들 합숙소’ 같은 그곳에서 퇴원한 후에도 계속 단주할 확률은 고작 20%. 대부분은 재입원, 혹은 사망, 아니면 행방불명. 단주한 사람들 상당수는 우울증이 따라다닌다고 한다. 취함으로써 모든 스트레스를 해결하고 있었으니 술을 끊으면 우울해지는 건 당연지사. 매일 자살 생각이 들러붙기 마련이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에게 ‘맨 정신’이라는 건 신기한 감각이다.

마지막 장면에는 알코올 병동에서 나온 그가 먹구름이 낀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불안하네. 괜찮은 건가? 나…”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에게서 설령 지도가 있다 해도 목적지에는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떠올렸다.
술을 마시지 않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미래를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전망을 갖지 않는 것?”일까라고 되묻는다. 알코올 의존증에 시달리는 사람을 싸잡아서 탓하는 사람에게 그러지 못하는, 그럴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조용하게 보여준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알코올 의존증이라 평생 술을 마실 수 없다는 비참한 상황에서 그는 마음에 생긴 구멍을 만화를 그려서 메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술이 없이 살아갈 때 생기는 마음의 구멍을 무엇으로 메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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