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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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홈리스인권-아우성]은 인권지킴이 활동을 통해 만난 거리 홈리스의 이야기를 나누는 꼭지

 

행인도, 길잠꾼도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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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지하도 내 주스 가게 진열대에 붙은 강제정비 예고통지서  <사진=필자>

 

10월 12일, ‘홈리스인권지킴이’ 활동을 위해 남대문지하도에 들어섰을 때다.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안내문이 무려 세 종류나 눈에 띄었다. 모두 서울 중구청이 부착한 문서였다. “지하보도 대청소 안내”, 건설관리과와 생활보장과가 각기 붙인 두 종류의 “노상적치물 강제정비 예고통지서”가 지하도의 벽면, 문 닫은 주스 가게 앞 진열대, 거리홈리스의 물품들에 붙어 있었다. 모두 자진하여 물건을 치우라는 내용이었다. 남대문지하도에서 생활하는 홈리스 분들에 따르면, 지상에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지하도로 통행하는 이가 줄어, 그곳에 설치된 가게들 역시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중 한 곳인 주스 가게는 출입구가 열려 있어 남대문지하도에서 밤잠을 자는 이들은 그곳에 물건을 보관하고 있다. 잠금장치가 있는 보관함이 아닌지라 잃어버릴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매일매일 큰 짐을 이고 지고 생활하는 수고를 피할 수 있어 여간 고마운 공간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은 주스 가게 앞 진열대가 철거되면 밖에서 가게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돼 앞으로는 물건 보관을 못하게 될 거라 걱정한다. 하필, 겨울 초입이어서 더 막막하다.

 

서울 중구청은 계고를 시행한 이유를 시민들의 민원에서 찾았다. 그래서 노숙 물품, 노숙 물품을 보관하는 빈 가게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남대문지하도가 노숙하기 힘든 공간이 되어 거리홈리스들이 모두 떠난다면 문제는 해결되는 걸까? 반대로, 노숙 생활의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쓰면 어떨까? 비어있는 가게를 노숙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단장해 그곳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분실 위험 없이 물품을 보관하게 할 수는 없을까? 이것이 지하도 같은 공공장소에 상업시설을 조성해 임대수익을 얻는 것보다 훨씬 공공장소다운 용도가 아닐까? 거리홈리스가 공공장소에 머물 권리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정책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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