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서울역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조성을 위한 지원 조례안',

무엇이 문제인가

 

<황설철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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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정부가 함께 추진 중인 ‘국가상징공간’ 조성사업  <출처=국토교통부 보도자료 9월 11일자>

 
 
'서울역광장 조례안'의 발의 배경
8월 14일,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박영한 서울시의원(국민의힘ㆍ중구1, 대표 발의자)을 포함한 47명의 시의원이 <서울특별시 서울역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조성을 위한 지원 조례안>(이하 ‘서울역광장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어 9월 11일, 서울시는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토교통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서울역, 용산공원, 현충원 등을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역광장 조례안 발의, 국가상징공간 조성 등 일련의 일들로 서울역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이런 변화가 반갑지 않은 이유가 있다. 과거에도 서울역 주변 환경이 변하면서 홈리스가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된 적이 적잖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서울로 7017’ 고가공원 개장을 앞두고 논란을 빚었던 <서울로 7017 이용 및 관리에 관하 조례안>이 대표적이다. 초기 조례안은 “눕는 행위, 노숙행위 및 구걸행위 등 통행에 방해가 되는 행위”와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홈리스를 특정해 공원 이용을 막으려 했던 이 시도는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홈리스행동을 비롯한 여러 인권사회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조항을 문제 삼으며 대응 활동을 펼친 결과였다. 
 
서울로 7017 조례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 발의된 서울역광장 조례안 역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할 공산이 큰 독소조항들을 여럿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조례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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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7017 조례안>의 독소조항 폐기를 요구하는 판넬 이미지. <출처=홈리스행동>

 

음주, 흡연, 강력범죄 빌미로 광장 내 홈리스 퇴거? 

제4조(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 사업의 지원) 
시장은 서울역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
1.서울역광장에서 금연 및 절주 문화 조성에 관한 사업, 
2.노숙인의 주거와 보호 등 복지서비스 제공에 관한 사업, 
3.그 밖에 서울역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하여 지원이 필요한 사업. 
 
제6조(금주구역 지정) 
시장은 음주폐해 예방과 시민의 건강증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서울역광장을 「국민건강증진법」 8조의4에 따라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위 두 조항은 서울역광장의 홈리스들을 겨냥한 조항이다. 제안이유에서 ‘서울역광장 주변 노숙인 1,142명’의 음주, 흡연과 ‘알코올중독 및 정신질환자의 강력 사건 발생이 우려’ 된다고 밝히고 있다. 2022년 ‘서울시 노숙인 일시집계조사 결과’에서 자치구별 노숙인 일시집계조사 현황표를 보면 서울역이 속해있는 용산구와 중구의 거리홈리스 수는 평균(7ㆍ12월 조사 기준) 246명, 시설이용자의 수는 298명으로 집계되었다. 1,142명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이 부분은 넘어가자. 이 조항들은 분명 서울역광장을 이용하는 홈리스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실로, 금주구역에서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알코올중독이라는 이유로,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광장에서 내쫓을 근거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리고 알코올중독과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우려된다고 했는데 제4조 2호의 복지서비스 제공의 일환으로 알코올중독자를 위해 서울역광장에 알코올중독치료센터를 지으면 될 것이고, 정신질환자를 위해서 지역의 정신보건센터,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지원 예산을 늘려 인력을 충원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면 될 것이다. 이미 동인천역 북광장에는 주거와 치료 중심의 지원 없이 내몰린 홈리스들이 있다. 관련 기사가 있어 짧게 공유한다.
“동인천역 북광장 노숙인·주취자 하나둘씩 중구로 이동… 대책 시급” 中 <중부일보 9월 13일자 기사>
인천 동구청은 2월부터 북광장의 노숙인·주취자 문제에 특단의 대책을 통해 광장 정비에 나섰다. 광장을 음주·흡연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벤치를 모두 철거해 단속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상황이다. 이에 육안으로도 주취자들과 노숙인들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여서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광장에 모이던 이들이 중구 쪽으로 건너가는 등 점점 다른 곳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2011년에는 서울역사에서 거리홈리스들은 강제퇴거 되었다. 이제는 조례를 만들어 서울역광장에서조차 퇴거시키려고 한다. 정말로 이 조례안은 건전한 이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인지 되묻고 싶다. 위 기사를 교훈 삼아 서울역광장을 이용하는 홈리스들에게 처벌과 통제가 아니라 주거와 치료 중심의 지원을 우선했으면 한다.
 
소음 유발을 빌미 삼는 활동 제재
제3조(책무) 
② 서울역광장 이용자는 건전한 시민생활을 해치는 지나친 소음 등의 유발을 최소화하여 시민이 쾌적하고 평온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서울역광장 조례의 제안이유에서 ‘서울역광장에 기독교, 천리교 등 21개 단체·개인 892명 종교활동’의 전도 소음을 하나의 이유로 들고 있다. 서울역광장을 ‘종교백화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처럼 수많은 종교단체가 포교활동을 하면서 소음을 만들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친 소음’, ‘건전한 시민생활’ 등 모호한 기준을 근거로 특정 활동에 대한 제재에 나선다면, 일상의 상당 부분을 광장에서 보내야 하는 거리홈리스 역시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제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오래 전 제정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이하 서울광장 조례)」에서도 ‘시장은 (서울)광장 사용신고자의 성별·장애·정치적 이념·종교 등을 이유로 광장 사용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13년 전에 만들어진 조례의 내용과도 배치되는 조항을 굳이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집회와 시위를 차단하려는 검은 속내

제5조(집회 및 시위) 
① 서울역광장에서의 집회 및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야 한다.
②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서울역광장에서 누구든지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 등을 주최하거나 금지된 집회 또는 시위를 할 것을 선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  
서울역광장 조례안 발의 후 박영한 서울시의원의 언론 인터뷰에서 “조례가 시행되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울역광장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함으로써 서울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숙원이 해소될 것”이라 말하며 마치 집회와 시위가 서울역을 이용한 시민들의 오래된 소원인 양 포장해 검은 속내를 감추고 있다. 「헌법」 2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한 장소와 시간에 모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권리 찾기 행동이며, 그 의견을 정치에 반영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서울역광장에서 집회와 시위를 차단하려는 검은 속내는 아마도 공공기업 민영화 추진을 반대하는 세력의 집회를 원천 차단하고 최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권고를 낸 대통령실에 대한 맞춤형 조례발의가 아닐까 의심된다. 결국 정권의 바람대로 철도가 민영화된다면 서울역광장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거리홈리스가 될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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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광장 조례안의 ‘제안이유’  <출처=서울시의회>

 

서울역 광장,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서울역광장 조례안은 누구를 위해 건전한 이용 환경으로 조성하는 것일까? 조례가 바라는 서울역광장은 종교의 자유가 억압받는 곳이며, 거리홈리스의 삶이 ‘시민 불편’으로 치부되는 곳이자,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사라져 정부가 추진하려는 민영화 반대의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장소일 것이다. 종국에는 정부가 그렇게 바라던 것처럼 철도가 민영화되고 가스, 전기, 송전 등 주요 공공재도 민영화되는 파국을 맞게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정권의 입맛 맞추기식으로 만든 졸속적인 조례, 홈리스와 정신질환자를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차별적인 조례를 함께 문제 삼자. 삶의 조건을 위협하는 이 조례안이 폐기될 때까지 감시 및 대응활동을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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