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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상찬 일색인 온기창고, 쪽방주민의 관점에서 다시 보자

 

<박승민 / 동자동사랑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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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시 보도자료(2023. 7. 21.)>

 

얼마 전 동자동 쪽방촌에는 ‘온기창고’라는 상점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서울시가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슬로건 하에 시행하고 있는 동행식당, 동행목욕탕과 그 궤를 같이 한다. 편의점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한 달에 1천만원의 물품을 후원하고, 쪽방촌 주민들은 매주 충전되는 2만 5천원 가치의 포인트로 이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포인트는 일주일 동안 사용해야 하는데, 포인트가 남았다고 해서 다음 주에 합산해서 사용할 순 없다.

 

‘온기창고’에 관한 기사들은 상찬이 대부분이다. ‘이제는 줄서지 않고 편할 때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는 식이다. 그동안 후원 물품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서가며 자신의 처지를 확인해야 했던 주민들에게는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온기창고에서 선풍기를 판매했던 날, 예전과 똑같이 긴 줄이 생겼다. 수량이 정해져 있다 보니 주민들이 선풍기를 구입하기 위해 일찍부터 나와 줄을 서게 된 것이다. 일상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이 아닌 한 물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일은 사라지지 않을 텐데, 무슨 주민의 편의 운운하며 홍보를 하는 것일까.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건 쪽방주민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온기창고가 개소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이곳을 다녀온 주민들로부터 “살 것이 없다”라는 푸념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럴 바에는 필요한 걸 직접 살 수 있게 돈으로 주는 게 낫지 않겠냐는 소리도 나온다. 이런 불만은 마치 쪽방주민들이 돈을 밝히는 사람들인 것처럼 오해를 만들지만, 아무리 공짜라고 해도 필요한 물품을 구할 수 없다면 이런 불만이 생기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온기창고가 주민들의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들로 채워진다면, 살 것은 없는데 포인트가 아까워 무언가를 억지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온기창고가 그저 기업에서 거저 주는 물건만이 가득한 곳이 아닌, 쪽방주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물품들로 충만한 곳이 될 때, 비로소 이곳은 주민들의 온기로 가득 찬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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