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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당사자 발언대]

 

“빈곤의 모습을 가장 극명히 드러내는 게 바로 주거입니다”

 

<김인균 / 고시원 거주자ㆍ홈리스행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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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폭우참사 1주기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홈리스행동 회원들이 피해자를 추모하는 모습 <사진=홈리스행동>

 

[편집자 주] 8월 5일, 서울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반지하 폭우참사 1주기를 맞아 기후재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당시 문화제에서 발언을 했던 김인균씨의 발언문을 이번호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현재 고시원에서 거주하는 김씨는 이 발언문을 쓸 때조차 방 안이 너무나 더워 밖에 나와서 써야만 했다고 말했다. “빈곤의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건 바로 주거”라는 그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자.

 

저는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 언뜻 “여기 사람 있어요.”라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립니다. 어린 시절 자랄 때, 저 또한 반지하 같은 곳에서 자랐고 부모님이 돈을 벌기 위해 나가시면 학교에 간 형제들을 대신해 내키지도 않게 집을 지켜야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지금도 내키지 않는 주거환경에 사는 건 되돌이표 같은 삶이라 쓴웃음이 나오네요.

 

수해참사를 당했던 그 가족은 돌봄이 필요한 노모와 다운증후군 장애인을 비롯해 그들을 올곧이 혼자 부양해야 했던 비정규직 서비스여성노동자로 이뤄진 가족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부양해야 하는 사람도 편치 않은 삶이었겠지만 피부양자도 편하지만은 않았을 그들의 삶에 명복을 빕니다

 

주거환경의 불안정과 취약함으로 인한 재난들이 참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재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연이은 폭염에 고시원을 나와 노숙경험이 있는 서울역 지하보도에서 피서 아닌 피서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또 다른 주거취약계층인 동자동 쪽방 거주자는 쪽방건물 옥상에 있는 평상에서 잠자리를 하느라 모기와 각종 벌레들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기저질환까지 있는 그로서는 혹독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주거취약이 주는 불행은 이것에 그치지 않고 최소한의 취사의 문제, 편치 못한 잠자리의 문제, 최소한의 건강할 권리의 문제를 위협하고 행복할 권리를 침해합니다. 참 할 말이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것에 어느 정도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약자들은 빈곤비즈니스에 희생양이 되고 있으며 이 사회의 관심과 치유의지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이죠.

 

이 사회에 묻고자 합니다. 한 개인만의 능력치로 이 빈곤을 벗어나려면 얼마의 수고와 땀이 있어야 하는지요? 수고와 땀만으로 타고난 빈곤이 극복이 가능한 사회이고 그러한 방향성은 있는 사회인인지, 가면 갈수록 고착화 되는 부의 양극화, 하루하루 살아남기에 매몰된 개인이 과연 꿈을 꿀 수 있는 사회인지. 답이 없는 세상에 물음을 갖는 것이 그 물음을 갖고 무엇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 공허함으로 바뀌지 않기 위해 저는 계속 되물어보고 또 되물어 보려 합니다.

 

빈곤의 모습을 가장 쉽고 극명하게 드러내는 게 주거입니다. 주거의 형태는 가진 이들에겐 부의 상징이지만 빈곤한 이들에게는 목숨을 위협받습니다. 종로 국일 고시원 화재, 2022년 신림동 수해참사는 주거불안정이 한 개인의 삶의 피폐화와 맞닿아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었습니다. 언제까지 안타까운 죽음이라는 말을 들어야 합니까. 이제 그 말은 저에게는 역겨운 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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