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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69
2023.09.29 (20:31:20)

[특집]

 

광장에서, 임*희를 기억하며

홈리스 당사자들의 추모사

  

당사자추모사 사진.jpg

▲고인의 무연고 장례에 참석한 동료 홈리스의 모습 <사진=홈리스행동>

 

착한 사람, 조용한 사람. 거리와 광장의 사람들에게 임*희님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마주치는 사람에게 손 인사를 건네고, 가끔은 먼저 자판기 커피를 마시자고 해주는 사람. 말수는 적지만 여성홈리스들에게는 가까이 곁을 두고 친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어느 날 제대로 된 작별의 인사도 없이 헤어졌지만,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말을 남깁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다짐과 함께. <정리 = 느린 / 홈리스인권지킴이 활동가>

 

▶ 커피 할머니 : 이분 참 착한 사람이에요. 사람이 착하더라고. 내가 보니까. 그날도 괜히 나와 가지고…. 세상에….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데 안타까워요.

 

▶ 거북이 : 말씀이 없었어요. 말씀이 없었고... 맞아 죽었다니 나는 그게 아닌 줄 알았어요. 근데 맞다고 하더라고요. 현장에는 가보지는 못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장애인들 많이 도와주고 그러던 분이에요. 그래서 내가 생각 날 때마다 이 분에 대해서 명동성당에 가서 많이 기도하고 있어요. 기도하고 있어요.

 

▶ 가고파 : 그 사람이 그렇게 간 게 너무 안됐어요. 깔끔하고 점잖고 말 없는 여자였거든. 근데 갔다고 하니까 슬퍼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 김*수 : 참 이렇게 어렵게 생활하시다가 그거 참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고 그리고 사람에게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건데 그렇게 생을 마감하셨다니 정말 너무 안타깝고 더군다나 여성분이라 더 애처롭네요. 하여튼 사후에라도 천국에 가셔서 고생하는 그런 생활을 하시지 말고, 안락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분의 명복을 빌고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랍니다.

 

▶ 사계절 : 매일매일 집에서 서울역으로 나와 다시 서기 앞에서 여러 삼촌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임*희 언니가 조용히 지나가는 모습을 보곤 했습니다. 어쩔 때는 제가 말을 걸어 얘기를 할 때도 있고 아니면 손을 흔들어 아는 척 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비록 저하고 얘기를 많이 나누지도 친분이 깊은 편도 아니었지만 가끔 언니가 제게 다가와 동생, 커피 한 잔 하자고 할 때가 있었습니다. 지난 7월 7일에는 법원에 가서 가해자를 보고 왔는데 너무 허무하고 정말 제가 대신 복수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을 먹어도 남들한테 피해도 주지 않고 조용히 먹던 언니에게 왜 그런 악연이 찾아왔는지 정말 황당하고 속상합니다.

 

▶ 로즈마리 :  주 1회 분도 이웃집 수녀님과 함께 활동하면서 고인을 만났습니다. 그 후로는 만나면 몇 마디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언제나 힘든 내색 없이 빙그레 웃어주었어요. 이름은 모르고 늘 거리에 있어 보아오다가 안 보인다고 어떤 분이 찾아다녀서 그때야 그의 이름을 알았습니다. 평소에는 성질을 내거나 욕을 하는 법도 없고 짐 없이 서울역 2층 역사 안 TV 앞에 주로 서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빵을 받아서 드시곤 했습니다. 저나 남성 홈리스들과 이야기할 때는 그냥 서서 이야기하다가도 젊은 여성홈리스들과 이야기할 때는 나란히 가깝게 앉아서 친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너무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거리에서 생활하다 눈에 띈다고 맞아야 하고 죽기까지 이르렀습니다. 고인은 조용하고 얌전해서 그를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거리에 산다고 맞거나 죽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귀한 자녀였거나 엄마였던 사람, 아니 그 누구라도 그런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

 

▶ 난초 : 제가 고인을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정도 전입니다. 서울역 광장에서 그와 다른 사람들이 같이 있는 자리에 우연히 함께 어울린 게 시작이었고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저는 하루에도 여러 번 서울역에 나가 그를 만났습니다. 제가 그에게 이모라고 부르면 그는 저를 oo씨라며 높여 불렀습니다. 제가 어느 날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니 반포라고 했습니다. 조용한 성격이라 사람들과 어울리기는 해도 거의 말이 없는 편이었습니다. 저와는 자주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역에서 그의 부고를 보고 장례식에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에는 그가 고향이라고 알려주었던 반포대교, 잠수교에 가서 소주 한 병을 붓고 노래도 불러주었습니다. 힘없는 여자 노숙인이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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