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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les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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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05
2023.08.28 (13:51:04)

[기고Ⅰ]

 

기업과 함께하는 노숙인 거리상담?
지원기관 전문성ㆍ신뢰성 훼손하는 행태 멈춰야  

 

<이진형 / 영등포구민ㆍ홈리스행동 회원>

 

4p-2 기업과 함께하는 거리상담.jpg

▲<출처=‘영등포 소식’ 제561호>

 

영등포구가 매월 발행하는 구민 소식지에 위와 같은 공고문이 실렸다. “노숙인 거리상담”에 나설 “기업 임직원 및 봉사단”을 모집한다는 내용으로 담당 기관이 다름 아닌 시립영등포보현종합지원센터다. 전체 구민도 아니고 시민도 아닌 “기업 임직원 및 봉사단”을 콕 집어 모집한다니, 저속함이라곤 모르는 나로서는 그 속내를 알 도리가 없다. 쪽방 지역과 급식소로도 모자라 이제는 거리까지 기업홍보의 장으로 만들려는 창의적인 발상이 그저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위 공고문만 보면 거리상담이 무슨 일회성 자원봉사 활동처럼 착각하기 쉬우나, 실제 사정은 전혀 다르다. 거리상담을 다른 말로 ‘아웃리치’라고도 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사회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거나 여러 이유로 접근하지 않으려는 취약집단을 위해 창안된 전문적인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뜻한다. 대상자가 기관으로 오지 않거나 올 수 없으니 반대로 기관이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지원기관 건물 내에서 이뤄지는 상담ㆍ지원 활동을 “기업 임직원 및 봉사단”에 맡겨두지 않는 것처럼 거리상담 또한 그래야 마땅하다. 물론 그렇다고 거리상담을 사회복지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들만이 전담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회복지 비전문가라 할지라도 부수적인 역할을 맡을 자격은 충분하다. 단, 상당 기간의 교육을 통해 현장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을 갖추고 꾸준한 활동 참여를 약속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러한 한에서만 거리상담은 전적으로 홈리스를 위한 활동일 수 있다. 반면 “기업 임직원 및 봉사단”은 어떤가? 이런 일회성, 홍보성 활동은 누구에게 이로운 것일까?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12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서울시는 행정 홍보를 위해 ‘겨울철 노숙인 특별보호대책 취재지원’이란 명분으로 서울역 거리상담 활동에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카메라가 홈리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한다면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될 일이었다. 곧이어 한 언론사 기자가 거리상담원이 홈리스에게 물품을 지원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노숙인에게 전하는 따뜻한 손길”이란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전적으로 홈리스를 위한 것이어야 할 거리상담이 시정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고, 전문적이어야 할 거리상담원의 활동이 고작 “따뜻한 손길” 수준으로 격하된다면 지원기관의 존재 의의는 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기업과 함께하는 노숙인 거리상담’이 누구에게서 나온 이어디어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활동이 지원기관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지원기관에 소속된 이라면, 홈리스가 처한 현실을 이용할 뿐인 이런 추잡한 작태에 적극 저항해야 옳지 않을까. 지금 거리홈리스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기업 임직원 및 봉사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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