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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60
2023.08.28 (13:05:33)

[똑똑똑]은 초보 활동가의 반빈곤 운동과 진보적 장애운동 활동을 담은 꼭지

  

버스를 지켜라?

비폭력ㆍ불복종 버스행동 한 달, “장애인도 함께 타자”

 

<민푸름 /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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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ㆍ불복종 버스행동을 벌이는 장애당사자이자 활동가들의 모습 <사진=필자 제공>

 

비폭력/불복종 버스행동이 진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아침에는 지하철, 저녁에는 버스. 양 주요 교통수단을 근거지로 비폭력/불복종 행동이 진행되고 있는 거다. 버스행동을 지속해가며 대항로 주위엔 참 유난스러운 풍경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열 대가 넘는 경찰버스가 출동하고, 아침부터 혜화역과 마로니에 공원, 심지어 대항로 건물 바로 앞에까지 경찰들과 경찰차가 배치된다. 버스를 탑승할 때는 더 가관이다. 휠체어 이용자 서너 명과 비장애인 몇 명이 버스를 타는데 열댓 명의 경찰들이 버스를 같이 탄다. 열댓개의 경찰 무전기가 동시에 버스에 울려 퍼지면 얼마나 골이 띵한지. 누가 보면 우리가 버스 채로 납치라도 하는 줄 알겠다. 기껏해야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이동했다가, 다시 몇 정거장을 돌아오는 일이다. 아무리 장애당사자가 버스를 타는 것만으로도 사건이 되는 세상이라지만 이건 진짜 너무하지 않나.

 

그렇다. 우리 사회는 진짜로 장애당사자가 버스를 타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사건이 되는 사회다. 휠체어 이용 당사자가 버스라도 탈라치면, 버스 뒷문에서 내려오는 경사로를 트랜스포머를 현실세계에서 본 사람들처럼 비장애 시민들은 탑승과정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휠체어 이용자가 착석할 자리를 만들기 위해 휠체어석에 앉아있던 비장애 시민들에게 나와 달라고 요청하면 위아래로 훑어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 못들은 척 꿋꿋이 버티는 사람, 에잇 하고 쌍욕을 내뱉는 사람 가지각색이다. 이 시선, 이 욕설, 이 무시가 정말 장애당사자들이 버스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감당할 몫인가. 그냥 사람이 이동하는 과정에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앞서 한 말을 수정하겠다. 우리 사회는 장애당사자가 버스를 타는 것 자체를 사건으로 만드는 사회다. 그러니까 비장애인들에게 버스는 마냥 이동수단이기만 했겠지만, 장애당사자들에게 버스는 단 한순간도 마냥 이동수단이기만 했던 적이 없다. 그러니까 버스는 장애당사자들에게 투쟁의 장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늘 폭력적인 시선과 욕설, 차별과 혐오를 견뎌내야 했던 곳이었다. 심지어 버스행동을 하다가 현장 체포된 활동가가 있다. 버스 업무방해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활동가를 잡아가던 경찰들은 말했다. 그러게 왜 버스에서 투쟁을 하느냐고. 버스가 투쟁현장이냐고. 아니라고. 버스는 이동수단이라고. 그러니까 당연히 그러면 안되는 거라고. 당연히 버스는 무탈히 조용히 달려야한다고. 당연히 그래왔고, 당연히 그렇고, 당연히 그래야만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버스가 누구를 태우지 않았고, 누구를 태우기 불편해하고, 누구를 태우고 싶지 않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무탈히, 조용히’ 달릴 수 있었냐는 거다.

 

앞서 한 말을 다시 수정하겠다. 우리 사회는 장애당사자가 버스에 타는 것을 원치 않아 사건으로 만드는 사회다. 왜 굳이 버스를 타냐고 묻는 그 질문의 의도가 너무나도 투명하고, 그 투명한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는 사회다. 그러나 장애인이 버스에 타는 것이 사건이 아니라, 장애인이 버스에 타는 것을 불편해하는 것이 사건이 되어야한다. 마찬가지로 버스에서 비폭력/불복종행동을 하는 것이 사건이 아니라 그간 버스가 이동수단일수만 있었던 비장애중심주의가 사건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사건으로 만들고 있는가.

 

이 모든 사건들이 펼쳐지는 와중에도 버스는 도시를 달린다. 휠체어탄 장애인, 휠체어를 안탄 장애인, 피켓을 든 장애인, 피켓에 적힌 문구를 외치는 장애인,  계단에 가로막힌 장애인, 고장난 경사로를 건너지 못한 장애인, 요구하는 장애인, 요청하는 장애인, 감수하는 장애인, 감내하는 장애인, 사과하는 장애인, 사과 받고 싶은 장애인. 이 모든 장애인들로부터 보호받으며 버스는 꿋꿋이 달린다. 이 버스를 달리게 하기 위해 경찰력이 장애인을 감시하고, 위협하고, 내쫓고, 가로막는다. 그렇게 버스는 도시를 달린다. 앞서 한 말을 마지막으로 수정하겠다. 우리 사회는 버스를 달리게 하기 위해 장애당사자가 버스에 타는 것을 원치 않는 사회다.

 

그래서 매일 저녁 버스를 탄다. 시민을, 특히 장애시민이 아니라 버스를 지키는 사회를 이동시키기 위해, 버스 안에서까지도 장애인을 투쟁하게 만드는 사회에 피하지 않고 맞서기 위해, 버스 안에서까지도 투쟁하게 만들고 등 돌리는 사회가 이 투쟁을 제대로 바라보게 하기 위해 버스를 탄다. 아니, 그래서 버스를 탈 수밖에 없다. 말이 길어졌다. 그저 이제나저제나 버스를 타고 있고, 타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버스를 함께 타자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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