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공존할 권리]

 

홈리스가 편한 곳이 모두에게 편한 곳이다

 

<주장욱 /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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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앞 지하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서울스퀘어 보안직원들의 월권행위를 알리는 피케팅에 참여 중인 아랫마을홈리스야학 학생 <출처=홈리스행동>

 

‘문화역서울284’라고 불리는 옛 서울역사와 상업용 건물인 ‘서울스퀘어’를 연결하는 지하도의 공식 명칭은 ‘서울역 앞 지하보도’이다. 관리 주체는 서울시 중구청이다. 몰라도 지하도를 이용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정보들이지만, 이를 굳이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올해 하나 생겼다. 서울스퀘어 보안직원들이 지하도에 머무는 홈리스들을 밖으로 내쫓는 일이 올해 계속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홈리스의 존재가 서울스퀘어에 출입하는 사람들의 통로 이용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출입문 폐쇄 시간인 오후 10시가 되기 전까지 ‘다른 곳’에 있다가 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무릎을 굽힐 수 없어 의자에 앉아 잠을 청하던 한 거리홈리스 당사자에게 “의자 채로 옮겨 드려요?” 따위의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으며 퇴거를 강요한 보안직원들은, 홈리스들이 지하도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일순간에 지워버렸고, 이들을 단순히 ‘영업에 방해가 되는 존재’로 축소시켰다. 

 

보안직원들의 행위는 한마디로 월권행위였다. 해당 지하도는 만들어진 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자체에 귀속된 ‘공공시설물’이었다. 지하도의 존재가 서울스퀘어 이용자의 편의, 그리고 그와 관계있는 서울스퀘어의 운영과 수익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쳐 왔다고 하더라도, 서울스퀘어가 지하도를 배타적으로 관리할 권한은 어디에도 없다. 무엇보다 ‘공공시설물’이라는 말 자체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을 뜻하지 않는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에서 홈리스가 퇴거당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보안직원들의 월권행위가 확인된 뒤,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홈리스야학의 학생, 교사들이 42차에 이르는 지하도 피케팅을 진행한 것도 바로 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지하도를 오가는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홈리스 여러분, 중앙지하도는 중구청 소유 공공부지입니다. 자리를 이동할 필요가 없습니다.”

 

홈리스의 ‘공존할 권리’

‘서울역 앞 지하보도’에 머무는 홈리스들만 퇴거를 강요받고 있을까? 서울시의 <지하연결통로 설치 및 유지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모든 유형의 지하연결통로는 공적ㆍ공공적 용도로 사용되어야 하며 사적 이용은 공공적 이용을 위해 제한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공역사 내외부에 대규모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등 공공장소의 상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이들 장소에 대한 민간 자본의 사적 개입, 즉 공공장소의 사유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종로, 을지로, 용산역 등지에서 위와 같은 이유로 통로가 폐쇄되거나 통로 이용에 제한이 가해지는 일들이 벌어졌고, 그곳에서 추위를 피하고 쪽잠을 자던 홈리스들은 대책 없이 쫓겨나 더욱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졌다.

 

위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하연결통로를 포함한 공공장소들이 홈리스들에게 열려 있는지, 그 장소들에서 서울스퀘어와 같은 민간의 관리‧통제 행위가 벌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홈리스가 공공장소에 머물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정부와 지자체가 모두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일에 실패한 결과임을 지적하고, 지하연결통로를 홈리스 상태에 처한 사람들이 임시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의미화하면서, 공공시설물의 이용에 있어 어느 누구에게도 부당한 제한이 가해지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올해 홈리스 추모제를 앞두고 ‘공존할 권리팀’이 만들어진 배경이자 이유이다.

 

인권이 당연시되는 광장을 바라며

지난 8월, 서울시의회에 <서울특별시 서울역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 조례안>이 발의되었다. 제안 이유로 “노숙인들의 음주, 흡연으로 인한 시민 불편”, “알코올중독 및 정신질환자의 강력 사건 발생이 우려”된다는 점 등을 들고 있고, 주요 내용으로 “금주구역을 규정”한다고 하는 등 홈리스에 대한 혐오 섞인 시선이 조례안 곳곳에 담겨 있다.

 

굳이 조례를 제정하지 않더라도, 이미 광장에서는 거리노숙 행위가 범죄화되고, 홈리스의 물건이 폐기되고, 홈리스가 공공시설물 이용을 통제당하는 일들이 부지기수로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조례를 제정하여 광장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시의원들의 구상은 공공장소에서 밀려나고 있는 홈리스를 지원할 자신들의 책무를 도리어 저버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두를 위한 광장’에 어떠한 행위들이 존재할 수 있는지를 논의해 볼 수는 있겠으나, 그 논의가 광장에 존재하는 이들을 지워서는 안 된다. 공공장소로 밀려난 이들을 더욱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내는 ‘사유화’ 시도를 저지하고, 홈리스가 공공장소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거리현장보호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홈리스가 편한 곳이 모두에게 편한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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