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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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주거권]

 

홈리스를 위한 적정 주거, 지금 당장!

 

<이동현 /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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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 발표 2년을 맞은 지난 2월, 쪽방 주민들이 대통령실 앞에 모여 신속한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홈리스행동>

 

주거 정책은 홈리스 정책의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우선’이란 점은 분명하다. 홈리스에게 주거를 우선 보장하고 의료, 고용, 급식 등 지원을 제공해야 정책 효과가 쌓인다. 핀란드,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홈리스 정책에서 ‘주거 우선’ 접근법을 취한 나라들에서는 홈리스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세가 확인되고 있다. 우리 역시 ‘비적정 주거 종식’과 ‘적정 주거 제공’을 목표로 한 정책으로의 체질 변화가 시급하다.

 

적정 품질의 임시 주거 공급

서울역 인근 등 홈리스가 밀집한 지역 내 고시원의 빈방 찾기가 어렵다.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주거를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편, 이는 서울시 정책 탓이기도 하다. 거리 홈리스와 노숙위기계층에게 한시적으로 월세와 생활용품을 지원하는 ‘노숙인 임시 주거지원’은 대부분 고시원 입실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열악한 주거 상품을 취급하는 빈곤 비즈니스는 상시 활황이다. ‘지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주거가 ‘노숙’보다는 나으리라 단정할 수 없다. 비좁고 과밀하며 폭염과 추위, 벌레와 위생에 취약한 이들 주거는 오히려 거리 노숙의 경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노숙인 임시 주거지원’은 지원 대상 거처에 대한 어떠한 품질 기준도 없다. 주거로 기능하기 위한 일정한 품질 기준을 갖춘 임시 주거의 제공, 나아가 이윤을 목적으로 한 상품이 아닌 공공이 직접 주거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진정성 있는 쪽방 대책 필요

쪽방은 정부와 서울시의 ‘약자 복지’를 빛내기 위한 배경으로 활용된다. 작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대통령의 배우자는 식료품을 들고 남대문 쪽방을 찾았다. 오세훈 시장은 작년 7월, 취임 첫 행보로 창신동 쪽방을 찾아 ‘노숙인·쪽방 주민을 위한 3대 지원방안’을 발표하였다. 마치 ‘약자 복지’의 최전선인 양 쪽방은 호명되지만, 새로운 대책이라야 계절 대책이나 식생활 용품 지원에 지나지 않는다. 쪽방의 주거환경 개선과 같은 구조적 대책은 없다. 일례로, 서울시는 쪽방 주민 주거대책으로 가장 긴요한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에 대한 공식 입장을 단 한 번도 내놓지 않았다. 재개발이 진행되는 양동 쪽방(남대문로5가동) 건물의 유지 보수문제가 심각하나 서울시는 관리인들의 의무라며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로부터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한 열악한 거처에 사는 이들은 지원의 사각에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어디가 쪽방이고 아닌지에 대한 기준도 없이 임의로 지원대상을 선정하거나 제외하고 있다. 쪽방 주민에게 어떤 지원을 할 것인가 만큼 중요한 것은 지원대상을 누락 없이 정하는 일이다. 서울시는 지원대상 쪽방 주민을 발굴하기 위해 기존 쪽방 밀집지역 뿐 아니라 서울시 전역을 대상으로 사각지대 없는 실태 파악을 진행해야 한다.

 

내놔라 공공임대, 오래살자 공공임대

‘집’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22년 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이외의 거처’ 거주 가구는 572,279가구로 1,829,932명이 집이 아닌 곳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원 수 기준 전년보다 41,632명, 2.3% 증가한 수치다.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2022년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 이외의 거처 중에서도 고시원, 숙박업소의 객실, 판잣집 등 취약 거처 거주 가구는 443,126가구로 2017년 369,501가구 보다 약 20% 증가하였다. 이렇듯, 주거취약계층이 늘어만 가는데 정부 정책은 안이하기만 하다. 이들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은 매해 2,000호로 미동이 없고, 내년 예산안 역시 단 한 호의 확대 계획도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현 정부 들어 보증금 ‘지원’을 ‘대출’로 변경하여 진입장벽을 높이는 등 운영상의 문제마저 발생하고 있다. 어떠한 거처도 마련하지 못한 거리 홈리스는 바로 그 이유로 임대주택 정책에서 배제되고 있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은 고시원, 쪽방 등 취약거처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이들에게 임대주택 신청 자격을 준다. 그러나 거리 노숙 상태에 있는 이는 지원대상으로 적시되어 있지 않은 데다, 거주사실 확인 등 절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에 입주했다고 지속 거주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일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최장 거주 기한인 20년 이후 집을 비워야 한다. 그러나 기존 입주자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경제적 상태가 퇴거 이후 주거 상향이 불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올해 9월, <기존주택 전세임대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하여 최장 거주기간을 30년으로 연장하는 만기 퇴거자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매입임대주택 역시 최소 이러한 수준의 대책은 마련되어야 입주자의 주거안정을 이룰 수 있다.

 

거리에서 적정 주거로 속히 이전할 수 있도록, 쪽방 주민 그 누구도 내몰리지 않고 그 지역 내 건설되는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임대주택에 들어간 이상 퇴거 염려는 하지 않도록 주거정책은 더 세밀하고 단단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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