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우리는 무료진료소에 모욕과 질책을 받으러 가는 게 아니다” 

노숙인무료진료소 공보의의 부적절한 처사 제보한 당사자들의 이야기

 

<황성철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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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건의, 홈리스 의료현장에서도 그 본연의 목적을 다해야 옳지 않을까?  <출처=의협신문>

 

최근 공중보건의(이하 공보의) 지원 감소 현상을 다루는 뉴스가 자주 나온다. 공보의의 감소는 의료취약지역의 의료공백으로 이어지다 보니 공보의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보의 제도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자격을 갖춘 이들이 군 복무를 대신해 36개월간 농어촌 지역 보건소나 국공립병원 등지에서 근무하는 제도다. 그런데 서울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공보의를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노숙인무료진료소’가 그곳이다.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공중보건의사가 필요한 기관 또는 시설”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역 무료진료소(다시서기 부속의원) 외과 담당 1인, 영등포 무료진료소에 한의과 담당 1인의 공보의가 현재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공보의의 처우 개선이 사회적으로 논의되는 현재, 다시서기 부속의원에 속한 공보의에 관한 세 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당장 1인시위라도 하고 싶다”는 한석씨

한석씨는 정기적으로 서울역 무료진료소에서 혈압약을 타 먹고 있었다. 9월에도 혈압약을 탔어야 했지만, 추석을 거치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울증이 도져 술을 마셨고, 약을 타는 시기를 놓쳤다. 그래도 일을 나가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선 혈압약이 필요하기에 다시 진료소를 찾았다. 그런데 처방을 받기 위해 방문한 한석씨는 공보의로부터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앞으로 오지 말라’는 질책을 받게 되었다. 그는 주눅이 들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앞으로 진료소에 발길을 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면전에서 질책을 받은 일이 자꾸 떠올라 억울하고 분통이 터졌다고 한다. 홈리스행동과의 통화에서 한석씨는 “당장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하고 싶다”면서 돈이 없어 이용하는 진료소에 오지 말라고 하면 우리 같은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하소연을 했다. 그는 해당 공보의 때문에 진료소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더 있지는 않을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이며 서울시장에게 공보의 교체와 더불어 조사를 건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거짓말쟁이로 매도당해 한스러웠던 박씨

박씨 역시 장씨처럼 혈압약을 타기 위해 서울역 무료진료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했다. 그런데 이달 초, 혈압이 높게 나와 공보의의 소견을 듣기 위해 진료소에 찾아갔지만 공보의로부터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어 혈압이 높다’는 질책성의 말을 듣게 되었다. 그러면서 해당 공보의는 몇 년 전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에서 상당한 기록과 현재 상태에 대한 답이 다르다며 박씨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질책의 말을 들은 것은 물론 거짓말쟁이로 매도당한 것이 한스러워 국민신문고에 글을 쓸까도 고민해봤다고 전했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잘못됐다”는 강씨

집을 나오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강씨는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이 있어 진료를 받기 위해 지난 10월말 서울역 무료진료소를 처음 찾았다. 그런데 첫 진료 당시 공보의는 노숙인종합지원시스템에 기록된 개인 상담 내용을 확인한 후 범죄이력을 캐어묻는 등 진료와 관계없는 질문을 이어갔고, 이에 답을 하자 상담 내용과 다르다는 지적을 받게 되었다. 또한 해당 공보의는 진료소에서 제공되는 약을 ‘공짜약’이라고 표현하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C씨는 공보의 가장 큰 문제는 ‘환자를 대하는 태도’라고 말하면서 의사로서 자질이 없다고 말했다. 

 

홈리스 의료지원 현장, 함께 바꿔 나가자

이상의 세 사례를 통해 서울역 무료진료소 공보의의 문제를 정리해보자. 가장 첫 번째는 바로 홈리스 환자를 대하는 태도다. 무엇보다 해당 공보의는 홈리스  환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홈리스 상태에서 시간을 정해 밥을 먹고, 약을 먹고, 잠을 자는 건 쉬운 일이 아니며,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 역시 홈리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삶의 방식임에도 공보의는 이런 부분들을 조금도 유념하지 않았다. 환자가 처한 상황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기반으로 환자를 질책한다는 것은 의사로서의 태도와 자질을 의심받게 만들 뿐이다. ‘공짜약’이라는 표현을 당사자의 면전에서 사용한 것 역시 문제이다. 그런 논리라면 공보의 역시 ‘공짜 보건의’의 준말이어야 하는가? 공공의 예산으로, 법과 절차에 따라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에게 굳이 그 처지가 드러나도록 만들고 수치심이 들도록 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문제는 비밀유지의 원칙에 따라 용도가 극히 제한되어 있는 내밀한 상담 내역을 악의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해당 공보의는 과거의 상담 내용을 진찰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환자를 질책하고 불신하는 데 악용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모멸감과 자괴감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진료소에서 과거 상담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환자의 병력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삶의 과정과 현재 상태에 관한 세밀한 기록을 이해함으로써 보다 적절한 진료가 이루어지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다른 한편으로, 노숙인무료진료소의 공보의 채용이 적절한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알다시피 무료진료소는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로 인해 일반적인 병의원 이용이 어려운 거리홈리스에게 가장 가까운 의료서비스 현장이다. 그럼에도 전문의 채용이 아닌 진료연속성이 떨어지는 공보의를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부분은 개선의 필요가 상당하다. 

 

홈리스 당사자들의 제보로 인해 홈리스 의료지원 체계의 취약점을 하나 더 찾을 수 있었다. 홈리스행동은 홈리스 의료지원 현장이 차별과 모욕의 현장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더 많은 사례 수집을 통해 개선 활동을 이어가려 한다. 아울러 홈리스 건강권을 저해하는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의 폐지를 요구하고 노숙인진료시설에의 공보의 배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들 역시 쉬지 않고 계속할 계획이다. 많은 홈리스 당사자 분들의 참여와 제보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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