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편집위원의 시선]

 

홈리스를 쫓아내는 공존의 가치

홈리스의 목소리가 지워진 ‘퇴거’를 공존으로 기만한 행정

 

<유가람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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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에서 2023년 상반기 적극 행정 우수공무원을 선정하고 있다. <사진=포천시 보도자료>

 

지난 10월 4일, 경기도 포천시의 김정회 포천동장이 포천시 월례 조회에서 ‘신읍1교 노숙인 대책 마련’을 발표했다. 신읍1교는 산책로에서 포천천으로 이어지는 곳에 있어 많은 시민이 오가는데, 그곳을 ‘노숙인 A씨’가 거처로 이용하고 있어 여름 동안 조처를 했다는 게 발표의 요지였다. 김 동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라고 강조하며 ‘노숙인 A씨’의 거처를 옮기고 신읍1교 교량에 시민들을 위한 쉼터를 조성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이야기했다. 결과적으로 ‘노숙인 A씨’는 임시거처를 제공받게 되었고, 포천동은 추후 복지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언론(내외경제TV, 10월 4일자)이 전한 김 동장의 발언을 살펴보면 포천동의 조처는 거리 홈리스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다분히 행정의 관점만을 앞세운 접근임을 알 수 있다. 김 동장이 ‘산책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친다’라는 점을 신읍1교 상황의 첫 번째 문제점으로 짚은 사실을 볼 때 이 점은 더욱 명확해 보인다. 본디 복지서비스는 당사자의 욕구와 필요에서 출발해, 당사자에게 적합한 지원을 연계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이번 조처는 ‘퇴거’라는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차적으로 복지서비스를 활용한 것에 가깝다. 

 

김 동장은 ‘노숙인 A씨’가 ‘자발적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이야기했지만, A씨의 선택이 과연 자발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김 동장의 주도로 계고장을 발부해 과태료로 협박하고, 원하면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득’하고, 공무원들이 하루에도 여러 번 ‘노숙인 A씨’를 찾아갔을 뿐 아니라, 이를 위해 경찰까지 동원한 일련의 과정들은 거리 홈리스를 거처에서 쫓아내려는 압박에 불과하다. ‘노숙인 A씨’가 “왜 이렇게 사람을 피곤하게 하느냐”고 반응했다는 점만 봐도 얼마나 압박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거처를 옮기겠다고 하자마자 텐트를 제외한 모든 짐을 버리고 임시거처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는데, 이 모든 과정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는 애초부터 지워진 상태였다.

 

이번 조처는 “노숙인과 시민이 함께하는 공존의 가치를 실현”한 적극 행정의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1월 2일에는 이 문제를 담당한 공무원들이 포천시에서 선정하는 2023년 상반기 적극 행정 우수공무원에 장려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노숙인의 안전까지 고려한” 행정이었다고 상찬하는 기사와 “쾌적한 산책로”를 되찾아 주어 고맙다는 게시판 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편의를 위해 온갖 행정력을 동원하여 거리 홈리스를 거처에서 쫓아내는 과정에서 과연 ‘공존’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노숙인 A씨’를 ‘설득’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 전략이 필요했다는 김 동장의 발표에서, 홈리스를 공공장소에서 몰아내고 그를 제외한 시민들끼리만 공존하고자 하는 기만적인 속내가 엿보인다. 

 

이제는, 당사자의 필요에서 시작되는 진정한 의미의 ‘공존’을 실현하는 적극 행정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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