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52
2023.11.27 (00:35:12)

[인터뷰]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

“낯선 여성홈리스의 세계에 초대합니다”

 

<최여름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여성홈리스 기사.jpg

▲구술팀은 책 발간 직전인 지난 8월, 서울역에서 책 표지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홈리스행동>

 

[편집자 주] 여성홈리스 생애기록집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가 출간됐다.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이 2021년 봄부터 약 2년간 여성홈리스를 만나며 준비한 책으로, 여성홈리스 7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여성홈리스와 관계를 맺고 기록한다는 건 어떤 작업일까. 필진으로 참여한 홈리스행동 홍수경 상임활동가를 만나 들어봤다.

 

여성홈리스의 삶을 다룬 책,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시작은 홈리스행동에서 진행하는 인권지킴이 활동이었다. 인권지킴이는 매주 목요일 거리 노숙 밀집 지역에 나가 홈리스 인권침해 상황을 감시하고, 당사자와 관계 맺으며 조력하는 활동이다. 

 

현장활동 때 여성홈리스가 많이 보이지 않아서 의아해 하던 홍수경 활동가는 ‘여성홈리스가 이렇게 적을 리 없는데 왜 만나기가 어려울까?’ 고민하며 활동을 이어 나갔다. 그러던 중 알고 지내던 이들이 여성홈리스가 화장실, 공원, 역사 내에 있다고 알려준 일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여성홈리스를 찾아 나섰다. 홍수경은 여성홈리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거처 선택의 기준이나 홈리스 상태에서의 경험, 삶의 배경 등이 남성홈리스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당사자의 언어로 알릴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해서 홍수경을 비롯한 홈리스행동 생애사기록팀은 여성홈리스의 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순탄치는 않았다. 책 작업을 위해 여성홈리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홈리스 대부분은 휴대폰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다음 약속을 잡기도 어려웠고 인터뷰를 이어가다가 갑자기 연락이 끊기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홍수경에 따르면, 한 번은 연락을 주고받던 화자와 만나는 과정에서 화자의 행방이 한 달 동안 묘연해진 일이 발생했었다고 한다. 도무지 찾고 싶어도 연락처나 행방을 모르니 답답할 노릇이었는데, 나중에 화자가 코로나에 확진되어 병원에 실려 갔다가 돌아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이 작업을 통해 구술팀은 여성홈리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의 의미를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왜냐하면, 작업 과정에서 구술팀과 여성홈리스의 언어가 마주쳤다가 미끄러지고, 서로 통하는 듯하면서도 통하지 않는 경험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 왔던 방식으로는 여성홈리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도 있었고, 여성홈리스들이 제대로 기억이 안 난다며 헷갈려 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게다가 몇몇 필자들은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화자 7인 중에 다수가 지적장애를 판정받았거나, 혹은 의심이 됐던 분들이 있었어요.” 홍수경이 전한 것처럼, 실제로 2021년 보건복지부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홈리스의 42.1%가 정신질환을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남성(15.8%)에 비해 높은 비율이다. 하지만 여성홈리스의 ‘정신질환’ 때문에 구술 기록 작업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구술팀 역시 지금까지 여성홈리스의 ‘낯선 세계’에 접근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세계는 여성, 홈리스, 정신질환, 빈곤, 노동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낯선 세계’에 접속하는 과정에서 구술팀은 여성홈리스의 언어를 해석하는 틀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해석하는 틀이 부족했기에, 여성홈리스의 말이 중복되기도 하고, 서로 충돌하거나 모순되기도 한다고 느껴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여성홈리스들이 전해준 이야기에서 무엇이 ‘진실’이냐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여성홈리스가 이 이야기를 지금 왜 우리에게 하는지, 어떤 맥락에서 하게 됐는지,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어떻게 듣고 기록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됐고, 나름대로의 해답을 책에 녹이게 됐다고 한다.

 

책 제목인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그 여자 가방에 들어가신다.’ 여기서 가방은 여성홈리스에게 하나의 살림살이이자 그의 삶의 다양한 의미가 담긴 물건이라고 홍수경은 설명했다. 그래서, ‘가방에 들어간다.’는 그들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그 여자가 방에 들어가신다.’ 여성홈리스에게 자신만의 방, 안전한 주거가 보장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제목이기도 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홍수경의 바람을 소개한다. 

 

“여성홈리스라 했을 때 이들이 겪는 피해에 대해 더 많이 주목하게 되고, 홈리스 상태에서 겪는 힘듦이 이 책에 담겼다고 생각하기 쉬울 겁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여자들이 살아낸 이야기이고, 자기 방식대로 삶을 헤쳐온 분들의 이야기이자, 납작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임을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홍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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