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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게으른 정책이 만든 이곳은 ‘사각지대 쪽방’

<동자동 사각지대 쪽방 주민 및 건물 실태조사> 결과 함께 읽기

 

<유가람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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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 2개와 대야가 전부인 세면장<사진=홈리스행동>

 

홈리스행동은 지난 7월말부터 약 한 달에 걸쳐 <동자동 사각지대 쪽방 주민 및 건물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쪽방’과 유사한 수준의 비적정 거처인데도 ‘쪽방’으로 분류되지 못해 각종 지원 사업에서 배제되는 사각지대 쪽방의 현실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법령 어디에도 ‘쪽방’의 개념 정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결국 지원 대상 선정을 위임받은 서울시는 명확한 기준 없이 5대 밀집지역(영등포, 용산, 중구, 돈의동, 창신동) 내의 거처들만 ‘쪽방’으로 인정했다. 그 외 지역의 쪽방은 물론, 밀집지역 안에서도 수많은 사각지대 쪽방들이 배제되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쪽방 인정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불합리하다는 사실이 새삼 드러났다.

 

쪽방보다 열악한 건물

조사는 서울지역 최대 쪽방 밀집지역인 서울역 인근 동자동의 건물 6개동(75개실)과 주민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건물을 조사한 결과 도시가스를 이용해 난방하는 곳은 50%에 불과했고(2022년 서울역 일대 쪽방의 89.2%가 도시가스 이용) 냉방 시설이 설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2022년  서울역 일대 쪽방 거주민 29.2%가 쪽방 내 공용에어컨 이용 경험 있음). 화장실, 세면장, 샤워실은 모두 설치되어 있었지만 대부분 한 공간에 배치되어 환경과 성능이 열악했다. 부엌이 설치된 곳은 절반에 불과했다. 소방시설과 장비 보유율은 각각 소화기 66.7%, 화재감지기 33.3%, 안전대피도 16.7%였고 스프링클러와 비상벨이 설치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2022년 서울역 일대 쪽방은 90% 이상이 소화기 설치, 약 50%가 비상벨 설치). 
 
사각지대 쪽방의 가구원 수는 모두 1인이었고 대부분(70%)이 임대료와 보증금 등 경제적인 이유로 현재의 거처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85%가 자신의 거처를 ‘쪽방’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면적, 편의시설, 거주민 특성, 밀집성, 성능, 임대료 지불 방식, 환경, 위생’ 등 그 이유는 다양했다.
“여기 환경도 그렇고. 칸막이가 두껍지 않고 판넬 식으로 얇은 데다 (방들이) 촘촘히 있어. 여기가 12명인가 사니까. 쪽방이나 다름없지. 건물 위에 지붕도 전부 슬레이트 지붕이어서 엄청 덥다고요. 그래서 낮에는 있지를 못해. 밤엔 잠을 못 자서 밤을 설치고.” - 심층면접 참여자 A씨
그럼에도 이들 중 85%가 현재 거처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했다. 그 이유로 “주거비가 저렴해서”를 든 비율이 52.9%로 가장 컸다. 조사대상자는 모두 ‘월세’ 거주자이고 평균 월세는 3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22년 서울역 일대 ‘쪽방’ 중에는 전세, 자가, 무상 거주도 있었고 평균 월세도 사각지대 쪽방보다 5만원가량 낮았다.
 

의료ㆍ식사ㆍ주거 서비스의 바깥에서

이렇듯 조사대상 거처들은 ‘쪽방’보다 값이 비싼데도 제대로 된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는 이 거처들이 ‘쪽방’으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쪽방 에어컨 설치지원 사업’이나 ‘쪽방 소방시설 보급 대책’ 등의 각종 사업에서 사각지대 쪽방들이 배제된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배제는 거주지 자체뿐만 아니라 거주지를 이용하는 주민에게까지 확대되어 있는데, ‘쪽방’ 주민만을 대상으로 한 각종 의료‧식사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된다.
조사사대상자 중 80%가 하나 이상의 질병이나 장애를 갖고 있지만 쪽방상담소의 ‘의료서비스’ 같은 지원은 받을 수 없었다. 이들 중 절반가량이 쪽방상담소 대신 노숙인시설을, 그중에서도 급식지원 기관을 이용하고 있었사대상자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비율, 공공 일자리 참여 비율은 ‘쪽방주민’에 비해 현저히 낮았고 절반 이상(65%)이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이 각종 사회복지 서비스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드러났다.
 
조사대상자들은 자신들의 거처가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해 겪어야 하는 차별을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이 지원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공적 지원기관 뿐만 아니라 주민자치조직에까지 발길을 끊은 주민도 있었다.
“쪽방 주민이 아닌 걸로 불편함들은 좀 있죠. 근데 그거는 또 갑자기 이렇게 아프다든가 이래서 그 쪽방에 그 간호원하고 통화도 하고 뭐 이런 부분들이 이제는 아예 연계가 이제는 안 되잖아요. 저도 전화번호 다 지워버렸어요. 저도 딱 그 순간 여기 두 달 전부터 이 밑에 뭐 사랑방이고 쪽방(상담소)고.” - 심층면접 참여자 B씨

 

복지의 사각지대 지우기

이번 조사를 통해 조사대상 거처인 사각지대 쪽방은 주거환경이나 주민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쪽방’ 주민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조사대상자들은 ‘쪽방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러 지원 서비스에서 배제돼 취약한 주거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뿐만 아니라 ‘쪽방주민’ 대상 이외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접할 기회마저 부족한 실정이었다. 
 
대구시의 조례는 쪽방생활인을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 정의한 바 있다. 서울시는 이 조례를 참고삼아 거처 특성과 거주자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고려한 광의의 ‘쪽방’ 개념을 수립하고 지원 대상과 서비스의 종류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쪽방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시 전역의 쪽방 실태를 조사해 사각지대 쪽방을 없애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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