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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홈리스]는 미국, 유럽 등 세계의 홈리스 소식을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여 시사점을 찾아보는 꼭지

 

홍콩 당국의 홈리스 거주지 강제 철거, 근본적인 해결책 강구해야

위생과 민원 무기 삼아 철거 반복…비싼 집값, 부족한 공공임대 문제는 아랑곳 않아

 

<이경희 / 플랫폼씨 회원, 홍콩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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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 변에 늘어선 판잣집(사진 위)을 철거하는 모습(사진 아래)  <출처=홍콩 일간지 ‘명보(明報)’ 9월 22일자>

 

홍콩은 가장 북쪽의 외곽인 신계지역과 그 밑의 구룡반도, 홍콩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구룡반도와 홍콩섬 사이에는 바다가 있다. 지하철과 버스로도 오갈 수 있지만, 두 지역을 오가는 배인 ‘페리’는 저렴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 중 하나이다. 쿤통페리부두에는 사이완호에서 쿤통까지의 항로가 설치되어 있으며, 운행 횟수가 매우 빈번하여 약 30분에 한 번 정도이다. 아침에 출근하는 많은 시민들이 배를 타로 부두로 간다. 이 부두의 옆 공간은 홈리스들의 거처이기도 하다. 홈리스들은 나무판자로 만든 집을 여러 칸 짓고 바닥에는 탁자와 의자 등 가구를 배치했다. 

 

최근 홍콩 당국은 쿤통페리부두의 홈리스들이 모여 살던 공간을 모조리 철거했다. 부두의 ‘개선 프로젝트’가 목적이었다. 지난 9월 22일 금요일 오전 내무부, 교통부, 식품환경위생부, 사회복지부 등 정부 부처 공무원, 경찰 등이 쿤통페리부두에 도착했다. 청소부들은 간이침대에 실려 있던 매트리스, 의자, 소파 등 홈리스들의 물건을 치웠다. 일부 홈리스들은 몇 가지 소지품이라도 여행 캐리어에 담아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 홍콩의 사회단체인 SoCO(香港社區組織協會, Society for Community Organization)에 따르면 약 20명의 홈리스들이 쫓겨났다. 일부 사람들은 사회복지단체에서 마련해준 임시거처로 떠났고, 나머지 사람들은 함께 살던 친구들과 거처를 옮겼다. 

 

이번 강제 퇴거가 홈리스들에게 더 치명적이었던 이유는 기록적인 폭우 며칠 후에 있었던 퇴거였기 때문이다. 9월 8일, 139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도시 곳곳이 침수되고 홍수가 발생해 최소 2명이 사망하고 110여 명이 병원에 실려 갔다. 기후위기는 주거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다. 

 

홍콩 일간지 ‘명보’(明報)에 따르면 부두에 거주하다 집이 철거된 한 홈리스는 “이전을 할 때마다 하루 이틀 일찍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주거 복구에도 일주일 이상씩 걸린다. 그 과정에서 음식이 상하고 옷도 더러워진다. 그래서 밤에는 부두 앞쪽으로 나가 집을 지킨다.”고 말했다. 60대 중반의 홈리스 황씨는 4년여 동안 부두에 목조 가옥을 짓고 살고 있었다. 정부에서 보기에는 거슬리는 나무판자지만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위생’을 핑계로 부두 청소를 한다며 홈리스들을 쫓아내지만 그들은 그들의 공간을 스스로 청소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 황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으며, 수년 전 일하다 발을 다쳐 걷기가 불편하고, 집을 구할 수 있는 경제적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거주지를 만족스러워하며 폭우나 태풍에도 물이 새거나 흔들리지 않는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겨울에는 나무판자로 모든 벽을 막고 여름에는 나무판자 일부를 떼어내 환기를 시킨다. 평소의 일과는 공원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는 것이다. 바닷가를 마주하고 있는 집 안에는 가구가 완비되어 있고 냉장고, 난로, 식사를 위한 식탁, 각종 요리 기구와 식료품 등이 있다. 

 

2021년 쿤통구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2017년 초 홈리스들이 나무판자로 쿤통페리부두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홍콩 정부가 ‘위생 관리’와 ‘민원’을 이유로 쿤통페리부두 홈리스들의 거주지를 정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총 12건의 철거가 있었다. 이번 철거 이전 가장 최근의 철거는 5월이었다. 약 1계절에 한 번씩 ‘청소’라고 부르는 철거를 하는 것이다. 홈리스들은 집 전체가 헐린 뒤에는 다시 땅을 청소하고 집을 짓는다. 새로 집을 짓는 데에는 빠르면 수일, 늦어도 한 달 남짓이 걸린다. 그러나 홈리스들이 청소가 끝난 후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쿤통지역사무소에 따르면 토목개발부에서 ‘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곳에 길을 내기 위한 울타리가 쳐질 것이라고 한다. 홈리스들은 이제 원래 거주하던 곳으로 돌아올 수 없다. 철거당할 때마다 다시 일어나 살던 곳에서 함께하던 사람들과 살기 위해 애써 집을 지어왔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불가능하게 되었다. 홈리스들이 거주하는 공간이 홍콩 정부에 의해 철거된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2월에도 홈리스들은 침사추이, 몽콕, 타이콕수이, 요르단의 터널과 육교 등 그들이 일반적으로 잠을 자는 장소들에서 정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로 인해 쫓겨났다. 2012년, 정부로부터 무통보 퇴거를 당한 홈리스들이 집단으로 정부를 고발하여 배상받았던 일도 있다. 

 

지난 3월 말의 조사에 따르면 홍콩에는 1,441명의 홈리스들이 있다. 정부는 사회복지부가 제공하는 228곳, 사회단체들에서 기업의 후원 등 자체 재원으로 제공하는 398곳 등 626곳을 홈리스를 위한 ‘긴급ㆍ단기 숙소’로 제공하고 있다. 존리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의 주택 위기를 해결하는 것을 그의 행정부의 핵심 의제로 삼았다. 지난 10월 정책 연설에서 공공임대주택의 평균 대기시간을 4년 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정부 통계에 따르면, 홍콩 정부지원 공공임대 주택의 평균 대기시간은 일반 신청자의 경우 5.3년이었다. 작년 3월의 경우, 평균 대기시간은 6.1년으로 6년 반을 넘었던 1998년 3월 이후 가장 높았다. 노인 1인 가구 신청자의 대기시간은 평균 3.9년이다. 공공주택 일반 청약자는 6월말 기준 13만 3,100명에 이른다. 또 등급제에 따라 주택을 배정받아 대기시간에서 제외된 비(非)노년층 1인 가구 신청자의 수도 9만 6천900여명에 달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홍콩의 집값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홍콩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가구당 평균소득의 70퍼센트 이상을 임대료로 내고 있다. 홍콩의 심각한 홈리스 상황은 홈리스들의 거주지를 철거해서 당장 눈앞에서 없애버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더 많은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직시해야 한다. 또한 홍콩 정부는 홈리스들의 존엄과 삶의 터전을 인정하고 퇴거에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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