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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228
2020.11.24 (14:39:49)

[김땡땡의 홈리스만평]은 각종 홈리스 현안을 만평의 형식으로 접해보는 꼭지


인권이 멈춘 새벽

<글 :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그림 : 박사라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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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 서울시내 어느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앞. 어림잡아 5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박스를 깔고 앉아 부족한 잠을 채우는가 하면, 연신 담배를 태우며 굳게 닫힌 철문 주변을 서성이기도 한다. 새벽녘 노동자도 아닌 이들이 이른 시간부터 이곳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 아침식사를 위해서다


한 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다는 김모 아저씨는 식사를 위해 새벽 2시 반에 서울역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왜 굳이 이곳에 왔을까? 그는 여기 밥이 그래도 맛이 괜찮다고 했다. 이곳에서 아침을 먹으면 점심때까진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고 그는 덧붙였. 


새벽 5. 밖에서 줄을 선 사람들을 세어 본다. 166. 기웃거리기만 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얼굴 모르는 아저씨가 내게 말했다. 지금 줄 서지 않으면 위험해지니 얼른 뒤에 가서 서라고


530. 200장의 식권이 모두 동이 났다. 늦게 도착한 이들은 발길을 돌렸다. 옆에 있던 진모 아저씨가 말했다. “게으름 피우거나 늦장부리면 저 꼴 나.” 게으름이라고? 늦장


칠 전 따스한채움터 건으로 서울시 자활지원과 관계자들을 만난 일이 있다. 따스한채움터의 편법 운영을 문제 삼는 나에게 그들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정상적으로급식을 제공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인권이 멈춘 이 새벽, 정말 게으른 이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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