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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25
2020.03.28 (17:52:06)


 ‘애도의 공동체’ 쪽방촌



<강준모 / 동자동사랑방, 자원활동가>



지난 2월 10일 동자동 쪽방촌 마을 곳곳에 부고가 붙었다. 동자동 9-20번지에 사셨던 김00 님이 방에서 향년 82세로 별세하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고인은 2월 7일 금요일 밤 최근 몇 년 동안 고문으로 일한 ‘동자동 자율 방범대’ 초소에서 근무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간 게 마지막이었다. 고인과 평소 가깝게 지내왔던 이웃이자 동자동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이하 협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호님은 고인을 “없는 사람들, 약한 사람들 편에 섰던 분”으로 기억했다. 실제로 고인은 2015년 동자동 9-20번지의 건물주가 주민 40여명에게 일방적으로 강제 퇴거를 공고했을 때 쪽방 세입자의 주거 생존권과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앞장서서 싸우며 재개발 무효화에 기여하기도 했다.


▲  동자동 주민들이 차린 마을 빈소 (사진출처=강준모)

부고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동자동 주민조직인 ‘동자동 사랑방’과 ‘협동회’ 회원 10명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함께했다. (故) 김00 님은 다행히 가족들과 연락이 닿아 장례를 치를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쪽방촌의 주민들은 재정적인 어려움이나 가족과의 단절 등으로 인해 장례를 치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복지체계의 확장은 더디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고독한 죽음은 계속될 것이다. 실제로 무연고 사망자의 수는 해가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무연고로 사망한 사람은 1만 7천 명에 달했다.


동자동에서는 무연고 사망자가 나오면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부고를 알리고 빈소를 차린다. 김정호님은 “우리가 힘없고 가진 건 없지만, 동네 사람들이 친하고 안 친하고를 떠나서, 서로를 알고 지내야 서로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부고를 알리고 마을장례를 치른다고 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더욱더 서로를 기억하고 알려야 된다!”고 전하며 “그것이 사람 사는 순리”라고 했다.


홍승은 작가는 그의 글에서 가족은 애도의 공동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피가 섞인 가족은 아니지만 쪽방촌의 주민들 역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고 기억하는 애도의 공동체가 아닐까? 안타깝게도 동자동에서 올해 들어 벌써 네 분이 돌아가셨다. 2020년 동자동에서 생을 마감하신 주민들을 애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히 쉬세요. 더 많이 알리고 기억하겠습니다.


※ 무연고자와 저소득층, 고독사의 경우 서울시의 공영장례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의=(사)나눔과 나눔, (02-472-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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