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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미디어 요~지경]은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부추기는 미디어의 행태를 고발하는 꼭지

 

 

현실에 책임지는 드라마를 원한다

빈곤을 다루면서도 권리에는 무관심한 미디어의 무책임

 

<안희제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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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 가장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를 꼽을 때, SBS의 <펜트하우스>, tvN의 <갯마을 차차차>가 빠질 수는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부자들이 산다는 ‘헤라 팰리스’와 대한민국 최고 명문 ‘청아예고’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치정복수극 <펜트하우스>는 소위 ‘막장 드라마’의 끝판왕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최근의 한국 드라마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시즌 3까지 방영했다. 

 

서울에서 부잣집 부부들이 돈 때문에 서로를 죽이네, 살리네, 그 자식들은 자기가 전교 1등을 하고 서울음대에 가겠다며 누굴 괴롭히네, 마네, 하면서 등장인물들이 걸핏하면 화를 내고 비명을 지르는 <펜트하우스>와 시골에서의 소박한 로맨스를 보여주는 <갯마을 차차차>는 얼핏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근본적인 지점에서 하나의 사고방식을 공유한다. 그건 바로 빈곤을 곧 형벌로 이해하는 것이다. 

 

누가 누구의 자식인지, 누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헷갈릴 만큼 혼란스러운 반전의 연속인 <펜트하우스>의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이야기 구성과는 정반대로, 여기서 빈곤을 다루는 방식은 지극히 단순하다. 주인공 중 가장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딸을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살인을 저지르고, 온갖 범죄를 저지른 부자들은 끝없이 자신의 부를 쌓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다. 이 과정에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감옥에 가거나, 모든 재산을 잃는다. 반면, 가장 가난했던 주인공의 딸은 결국 최고의 성악가가 되고, 부와 명성을 얻는다. 

 

2004년에 개봉한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라는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는 방영 당시 국내 드라마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붐을 일으켰다. 이는 서울에서 상사에게 항의하다가 병원에서 해고된 치과의사와 서울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다가 돈만 좇는 삶에 환멸을 느낀 ‘홍반장’의 로맨스가 ‘공진’이라는 시골 마을(실제 촬영지는 포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드라마이다. 

 

<갯마을 차차차>의 주인공 ‘홍반장’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펀드 매니저로 일했다. 자기 아내가 따뜻한 물 나오는 집에서 살게 해주고 싶고, 아들에게는 좋은 정장을 사주고 싶었던 한 경비노동자는 홍반장의 펀드에 가입했다. 그는 자신의 전 재산을 펀드에 부었다. 아마 그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았거나, 따뜻한 물과 정장이 너무도 절박했던 것일 테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수익률은 폭락했고, 경비노동자는 자살 기도를 한다. 홍반장은 죄책감에 일을 그만두고, 자신이 태어난 시골로 돌아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홍반장이 시골을 대하는 태도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설명하며, 시골 마을의 “불도 안 나오는 집에 나를 가뒀는데”라고 말한다. 홍반장이 시골로, ‘불도 안 나오는 집’으로 돌아간 것은 자신을 감옥에 가두듯 벌주는 일이었다. 

 

이처럼 빈곤을 그 자체로 형벌로만 바라보는 드라마들이 즐비할 때, 전 세계를 휩쓴 <오징어 게임>이 나왔다. 전 세계 80여 개 국가에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1위 드라마로 올라섰다. 이 드라마는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며 탈락하면 죽고, 우승하면 456억원을 받는 게임을 제안한다. 어떤 이들은 이 드라마가 다시 일어설 기회 따위는 주지 않는 한국 사회를 비판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 또한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빈곤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든, 빈곤을 한국 사회의 문제로 다루든, 부유해지는 것 외에 빈곤에 대처하는 과정은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빈곤에서 벗어날 때 필요한 건 엄청난 부와 명성이 아닌 권리다. 자신이 살아갈 집을 가질 권리, 밥을 먹을 권리, 성폭력을 피해서 화장실에 숨어 있지 않아도 될 권리 말이다. 빈곤을 다루면서도 최소한의 권리를 찾아 나가는 과정은 그리지 않는 드라마 대신, 조금이라도 더 현실에 책임지는 드라마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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