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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하철 서울역, 홈리스 혐오 부추기는 경고문 다수 부착

차별과 혐오로 가려진 홈리스의 현실…공중화장실 설치 논의부터 시작돼야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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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서울역 엘리베이터 내부에 게재된 경고문. 현재는 모두 수거된 상태다. <사진=홈리스행동>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시 역무실로 신고 바랍니다. 적발시 CCTV 확인 후 고발조치 예정.”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서울역 2번 출구 주변 및 엘리베이터 내외부에 부착한 경고문 내용이다. 경고문을 확인한 사회운동단체 홈리스행동은 18일 오전 서울역 2번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통공사의 차별 및 혐오조장 행위를 규탄하고 서울역 홈리스의 생리현상 해결을 위한 공적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또한 홈리스행동은 해당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 진정을 제기하였다.

 
공공기관이 앞장서 차별과 혐오 조장...홈리스를 고립ㆍ배제하는 시도 즉각 멈춰야
진정서를 작성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는 18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장소에 노숙인을 신고하라는 게시물을 부착한 건 노숙인에 대한 경멸과 혐오를 조장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숙인이 공공장소 및 시설을 이용하는 데 적대적인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조치는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국가인권위원회의 빠른 판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이진희 책임집행위원장은 “동료시민들로 하여금 특정 사회집단을 혐오하고 감시하도록 부추기는 것이 바로 차별”이라며 “인권위는 노숙인 차별 조치에 인권으로 응답하라”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와 공공성을 져버린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공공교통네트워크 김상철 정책위원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인권경영선언문의 일부 구절(“우리는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적극적인 규제를 위해 노력한다.”)을 인용하면서, “단순히 서울교통공사가 철도만 운영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며, 공공역사를 어떻게 공공성 있게 운영할 것인지 역시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주거가 없어 벌어진 일, 엄벌주의로 대응한들 해결 못해
현재 문제의 경고문은 모두 수거된 상태다. 서울교통공사는 언론을 통해 해당 경고문을 회수한 사실을 알리며 공사 측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특정 집단을 적시한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안내문을) 제거했다"면서 “그런 행위는 누구든 하면 안 되기에 이런 점을 감안해 표현을 조정하겠다”(내일신문, 1월 18일자)고 밝혔다. 또한 서울교통공사는 “노숙인 관련 민원이 지속 제기된 데다 코로나 방역 문제와 청결한 지하철 유지를 위해”(한국일보, 1월 19일자) 문제의 공지문을 붙이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의 해명처럼 이번 사안을  단지 ‘노숙인’이라는 표현의 문제에 국한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 설사 표현이 조정된다 한들 생리현상을 해결할 공간이 없는 한 서울역 홈리스의 ‘노상배뇨’는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심야시간대 서울역 홈리스가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은 연세빌딩 인근에 설치된 조립식 화장실 한 곳이 전부로, 그나마도 서울역 광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데다 시건이 안 되고 점등조차 되지 않는 등 관리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아 정상적인 이용이 힘든 실정이다. 즉, 서울역 홈리스의 ‘노상배뇨’는 개인의 통제 가능한 행위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배뇨가 필수적인 인간 활동에 속하는 한, 배뇨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결여돼 있는 한, 엄벌주의에 입각해 접근한다 한들 문제가 해결되기란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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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8월 25일 MBC뉴스 <사진=MBC뉴스 영상캡처>

 
사실 서울역 광장의 ‘노상배뇨’ 이슈는 1998년부터 지속 제기되어 왔던 문제이기도 하다. 때로 기존 화장실의 24시간 개방과 같은 대책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서울역을 각각 관할하는 국토부(코레일), 중구청, 서울교통공사, 서울시 간 의견 합일을 이루지 못해 화장실 설치 및 운영을 둘러싼 논의가 20년 넘게 공전돼 왔다. 공적 주체 간 케케묵은 책임전가 행정이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귀결되고 있는 점이 명확해진 이상, 공중화장실 설치를 포함한 공적 대책의 모색을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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