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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고시원 건축기준 신설, 절반의 성과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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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9일,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로 7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다음날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과 주거 대책을 요구하였다. <사진=홈리스행동>

 

서울시는 작년 말(2021.12.30.), 다중생활시설(바닥면적 합계 500㎡ 미만의 고시원) 건축기준을 명시한 「서울특별시 건축 조례」를 개정하였다. 고시원 건축기준은 6개월의 경과 기간을 거쳐 2022.7.1.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2018년 11월, 7명의 사망자를 낸 종로 국일 고시원 화재 참사를 계기로 노후고시원 대책이 요구되자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에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을 건의하고, 2020.12.15., 국토교통부가 이를 받아들여 개정한 「건축법시행령」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개정한 「건축법시행령」이 다중주택(단독주택의 한 유형)과 다중생활시설에 "실별 최소 면적, 창문의 설치 및 크기 등의 기준"을 건축 조례로 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2021.7.14., 국토교통부의 고시인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도 같은 내용으로 개정되어 "다중생활시설의 최소실 면적, 창 설치 등의 기준을 건축 조례로 정할 수 있"게 하였다. 이에 서울시가 해당 내용을 이번 「서울특별시 건축 조례」에 담은 것이다. 

 

노후 고시원 방치하는 반쪽 대책

개정 건축 조례가 정한 실별 최소 면적은 전용공간만 둘 경우 7㎡ 이상, 개별화장실을 둘 경우 9㎡ 이상으로 하도록 하였다. 또한 외기(바깥 공기)가 들어올 수 있는 창문을 폭 0.5m 이상, 높이 1.0m 이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부칙으로 조례 시행 후 건축허가, 건축신고, 용도변경을 신청하는 경우부터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어 2022.7.1. 이후 신규 내지 변경 개설된 고시원에만 해당 규정이 적용된다. 이는 예외 없이 모든 다중생활시설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한 2020.6.9. 개정 「다중이용업소법」과의 가장 큰 차이다. 이번 개정 조례가 시행되더라도 2022. 7. 1. 이전에 건축되어 영업 중인 고시원은 실별 최소 면적과 창문 설치 기준 적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건축 조례는 다중생활시설, 즉 500㎡ 미만의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되는 고시원에만 적용되어, 전체 고시원의 37.6%에 이르는 타 용도 건축물에 설치된 고시원들도 적용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있다. 

 

다양한 주거환경 기준의 누락

주거환경에 있어 면적, 창문 유무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화장실, 부엌, 세탁실 등의 공용시설을 어떻게 설치하고 몇 명이 사용할지 역시 주거의 질을 결정하는 데 무척 중요하다. 이미 서울시는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서울시가 노후 고시원을 매입 또는 임차해서 리모델링 해 공급하는 사업) 건축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용시설 설치 최소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세면실과 샤워실·화장실은 4인당 1세트, 세탁기는 5인당 1대, 주방은 (1인당 0.3m+1.8m)×1.5m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와 별도로 층별 설치 기준도 제시하고 있다. 보다 구조적으로는 상위법령 개정이 필요하겠으나, 현행 「건축법 시행령」과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이 "실별 최소 면적, 창문의 설치 및 크기 '등의 기준'"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고시원의 화장실, 부엌, 세탁실 등 공용시설에 대한 최소한의 설치기준을 건축 조례에 추가해야 한다.

 

안전과 주거환경 모두 담는 고시원 최저주거기준 필요

「다중이용업소법」, 「건축법시행령」,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서울특별시 건축 조례」의 개정을 이끈 것은 정부 관료나 일부 엘리트가 아니라 2018년, 화마에 목숨을 잃은 7명의 국일 고시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개정된 내용은 '안전'은 챙기되 '주거환경 개선'은 미룬 절반의 진전에 불과하다. 국일 고시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 대부분은 뛰어내릴 창문이 없었던 소위 '먹방' 거주자였다. 그러나 개정 법령과 서울시 조례가 시행된다 해도 현재 '먹방'에 거주하는 고시원 주민들의 주거환경은 나아지지 않는다. 이는 온전한 반성도 추모도 아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 일반논평 4(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는 "안전하며 평화롭고 존엄하게 살 권리"로 주거권을 정의한다. 우리나라의 「주거기본법」도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로 주거권을 정의하고 있다. 안전과 일정 수준의 주거환경은 주거권을 이루는 불가분의 요소다. 둘 중 하나를 우선하거나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안전'과 '주거환경'을 함께 규정하는 고시원 최저주거기준을 제정해 전국, 모든 고시원에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재정 조치도 포함해야 한다. 노후 고시원 매입·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주거환경을 직접 개선하는 조치도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물량 부족, 지역 편중과 같은 문제를 낳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개선해 고시원과 같은 열악 거처가 아닌 적정 주거로 신속히 주거 상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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