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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노숙인종합지원센터의 예견된 사고

안일한 대응으로 홈리스 집단감염 초래한 부산시  

 

<김경일 /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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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H노숙인종합지원센터 집단감염 현황(2022. 1. 1. 기준)  <그림출처=필자>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021년 12월 24일, 많은 사람들이 연말의 소회와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나누고 있을 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부산에 있었다. 바로 전날인 23일, 부산진구의 노숙인종합지원센터의 응급잠자리를 이용한 사람 중 확진자가 발생하였고 그 다음날인 24일, 해당 보건소의 응급잠자리 코호트격리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코호트격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방역조치로 여길 수 있는 이 조치는 결과적으로 거리홈리스의 집단감염을 발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응급잠자리는 공동생활 공간이다. 그 말인즉슨, 개인 공간이 확보되어 감염병의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 공동으로 갇힌 채 감염병을 서로 전파시킬 수 있는 조치라는 의미이다. 실제로 격리명령을 받은 34명 중 백신접종을 완료한 12명을 제외한 미접종자 22명이 능동감시자로 분류되어 해당 센터에 격리명령을 받았다. 이들은 약 4일간 공동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격리시설 입소 이후에 1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사람들이 홈리스가 아니었다면 이런 엽기적이고 황당한 조치를 내릴 수 있었을까? 이 사태의 기본적인 책임은 부산진구보건소의 부적절한 초동조치와 부산시청의 무(無)대응에 있다. 

 

 

먼저 부산진구 보건소는 부적절한 공간에 격리조치를 내린 책임이 있다.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 제31조의3(감염병의심자 격리시설 지정 기준 등)를 보면 격리시설이 갖추어야할 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독립된 건물로서 여러 개의 방으로 구획되어 있을 것

② 구획된 각 방마다 샤워시설과 화장실이 모두 구비되어 있을 것

③ 음압병상을 보유한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에 근접하여, 감염병의심자의 이송이 가능한 거리에 위치할 것

④ 감염병의심자 격리시설의 규모는 해당 특별시ㆍ광역시ㆍ도ㆍ특별자치도의 인구, 지리적 여건, 교통 등을 고려하여 정할 것. 

 

역학조사관이 해당기관을 방문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격리 통지서엔 ‘자택’으로 표기되기까지 했다. 비록 4일이 경과된 12월 28일, 격리시설 전원을 위해 해당 구청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겠으나,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는 법이다. 

 

동절기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 대규모 유행에 따른 집단감염 예방 등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운영의 책임자인 부산시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격리해제 이후에도 문제가 생겼던 응급잠자리 운영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부산시는 이 모든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방치한 책임이 있어 분명히 거리홈리스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이다. 감염병예방법 제39조의3(감염병의심자 격리시설 지정)의 ①은 다음과 같다. 

 

“시ㆍ도지사는 감염병 발생 또는 유행 시 감염병의심자를 격리하기 위한 시설(이하 “감염병의심자 격리시설”이라 한다)을 지정하여야 한다. 다만, 「의료법」 제3조에 따른 의료기관은 감염병의심자 격리시설로 지정할 수 없다.“ 

 
해당 조문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격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주거환경에 놓인 시민들에게 부산시는 격리시설을 마련해 대비해야 했다. 사건 이전에도, 당시에도, 이후에마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홈리스 방치도시가 바로 부산이다. 
 
사회복지연대는 해당 사건을 언론을 통해 접한 뒤 국가인권위원회와 부산시 인권센터에 인권침해 사건으로 진정을 접수했으며, 부산지역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하며 대응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나 간담회조차 소집되지 않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조사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2년 1월 17일, 부산시 인권위원회가 제2호 정책권고로 홈리스 인권 개선을 위한 권고를 발표했으나, 시행여부를 알려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이번 인권침해 사건은 코로나19가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다는 지난 2년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제는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해왔던 차별과 배제, 무관심이 코로나19를 핑계로 더욱 당당하게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기며 사회복지운동, 인권운동을 해나가게 될 것 같다. 2022년에도 여전히 ‘존엄’을 잃지 않기 위해 활동할 것을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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