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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시청역 지하통로 폐쇄와 홈리스 강제퇴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유리 한 장짜리 방풍문조차 허락되지 않는 삶”

 

<주장욱 / 아랫마을홈리스야학 교사,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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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시간 개방통로 폐쇄와 함께 노숙 금지를 알리는 시청역 측의 공지문 <사진출처=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시청역 1‧6‧7번 출구 사이에 놓인 지하도가 지난 11월 6일을 기점으로 심야 시간(0시 ~ 5시) 동안 무기한 폐쇄되면서 그곳에 머물던 거리홈리스 10여명이 일시에 잠자리를 잃게 되었다. 시청역은 겨울철 시설물 보호 차원에서 각 출구에 방풍용 유리문을 설치하였고, 화재나 음주‧소란 등의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유리문을 잠가 지하도를 폐쇄하는 것이라고 알렸다. 시청역의 일방적인 통보에 거리홈리스들은 대책 없이 거리로 내몰렸고, 현재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시청역장은 서너 일에 불과했던 짧은 계도 기간에 대한 지적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도 거리홈리스 당사자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계도 기간을 늘려달라는 요구엔 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간의 문제적인 ‘노숙 행위’에 어렵게 대응해온 역무원들을 또다시 힘들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한편, 시청역 거리홈리스를 대상으로 아웃리치(거리 상담)를 진행하는 서울특별시립 브릿지종합지원센터와 담당 부서인 서울시 자활지원과는 사태의 심각성을 가리고 외면하기에 바빴다. 실제로 브릿지의 한 아웃리치 담당자는, 시청역 지하도가 심야 시간 동안 폐쇄된다고 해도 “주간이나, (오후) 8시에서 (오후) 11시 사이에는 거기에 계속 계시는 분들이니” 지속적인 상담이 가능하고, 또 마침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의 현장실사 결과, 해당 장소 인근의 거리홈리스의 수는 조치 이전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었음이 확인됐다. 또한 현장에는 ‘노숙 금지’를 알리는 공지만 벽에 덩그러니 붙어있었을 뿐, 노숙인지원기관이나 노숙인지원서비스에 관한 안내는 시청역 지하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편, 서울시 자활지원과 공무원은 폐쇄 조치와 관련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주거지원을 거부하시고 계속 거리생활을 고수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폐쇄 조치와 관련해 서울교통공사와 논의해볼 계획이 있는지 묻자 오히려 직접 연락해보라며 서울교통공사의 부당한 조치에 항의하기는커녕 대책 논의조차 시도하지 않는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영하의 날씨에 코로나19 마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공공역사도, 지원기관도, 서울시도 거리홈리스는 사실상 안중에도 없었다. 이들 모두 이번 시청역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은 물론이고, 사실상 10여 명의 거리홈리스를 사지로 내몬 ‘공범’이다. 차디찬 지하도 바닥에 누워 차도를 지붕 삼아 간신히 겨울을 버텨왔던 사람들이 이제 어디에서, 어떻게 추위를 견디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폐쇄 조치가 시행되기 하루 전, 시청역 지하도에서 노숙을 하였던 한 거리홈리스는 “처음엔 유리문이 지하도에서 자는 사람들이 추울까봐 시청역에서 손수 만들어준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벽에 붙어있는 공지를 보면서 “유리문이 지하도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을 내쫓고 다시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것이라는 걸 알게 되어 서운하다”고 했다. 

 

유리 한 장짜리 방풍문조차 허락되지 않는 삶이 그곳에 있었고, 유리 한 장짜리 방풍문에 가로막힌 삶이 그곳에 있었다. 바람을 막아주는 문을 도리어 삶의 적으로 만들어버린 시청역과 서울시에 묻는다. 이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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