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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어깨걸기]는 홈리스행동과 뜻을 함께하는 연대 단위의 소식과 홈리스행동의 연대 활동을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19대 국회가 끝내야 할 과제, 형제복지원 특별법


<최재민 /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활동가>


망태 할아버지, 한국 사회의 그림자
어렸을 적에 말썽을 부리거나 거짓말을 하면 어머니는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망태 할아버지는 망태를 쓰고 아이들을 잡아가는 무서운 사람으로 생각했기에, 나와 내 동생은 어머니의 말에 얌전해지곤 했습니다. 사실 망태 할아버지는 넝마주이, 지금으로 말하면 고물을 주워 판매하는 사람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무슨 이유에서 인지, 이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서, 무섭고 피해를 주는 사람으로 생각했습니다. 거점과 소속이 없는 이들을 나쁘게 생각했던 한국 사회의 그림자입니다.


형제복지원,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진실
거점과 소속이 없는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인식으로 그치지 않고, 대대적인 단속과 강제구금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대상을 이웃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낯선 사람의 의미를 가진 ‘부랑인’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해서 말이죠. 그 단면을 분명히 볼 수 있는 공간이 ‘형제복지원’입니다. 국가는 1975년부터 1986년까지 부산의 형제복지원과 부랑인 수용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부랑인’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였습니다. 그 기간 동안 형제복지원을 거쳐 간 사람들만 약 4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은 형제복지원 안에서 폭력, 성폭력, 강제노역 등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해야만 했습니다. 이는 피해생존자 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밤이었는데 한 제복 입은 아저씨가 ‘와보라’고 해서 가보니, 열 몇 명이 앉아있더라고요. 애들도 있고, 평범한 어른들도 있었지만 노숙자나 행색이 좀 초라한 사람들. 버스에 타라고 해서 탔다가 들어오게 되었는데, 왜 들어가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직원들이 폭행했습니다. 형제복지원에서 죽은 사람의 80%는 전부 구타 때문입니다. 병으로 돌아갔다는 건 다 거짓말입니다. 교회 뒷산에 묻어버렸습니다.’


이런 형제복지원은 1986년 말 당시 울산지청 김용원 검사에 의해 발견되어 1987년 초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수사 결과로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은 2년 6개월의 형을 받고 출소했지요. 그리고 박인근은 다시 형제복지원을 운영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심각한 인권침해로 형제복지원에서 12년 동안 최소 513명이 사망하고, 각종 비리가 밝혀졌는데, 박인근이 겨우 2년 6개월 형을 받은 것, 박인근이 시설을 다시 운영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 그리고 형제복지원이라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피해생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나 지원이 전혀 없었다는 모든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출발, 특별법 제정
이런 의문이 아직 남아있기에 2012년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형제복지원대책위)가 출범했습니다. 현재 23개의 연대체로 운영하고 있는 형제복지원 대책위는 특별법(⌜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등의 진상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주요 활동 내용으로 합니다.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생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및 의료적, 경제적 지원을 하고자 하는 것이죠.
그런데 국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시급히 풀어야하는 인권침해 사건임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작년 7월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의 발의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이하 안행위)에 배정된 형제복지원 특별법은 11월 국회 안행위에 상정되면서 제정의 희망을 보는 듯 했으나, 이후 현재까지 반년이 넘도록 계류 중인 상황입니다. 12월 형제복지원 특별법 공청회가 추진되다가 무산되었고, 올해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논의 목록에 조차 올라가지 않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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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끝나지 않은 생생한 현재
지난 4월 28일에는 피해생존자 11명이 국회 앞에서 삭발식과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올해 4월 임시국회에서 특별법이 상임위를 통과할 것을 기대했던 피해생존자 분들이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올해 상반기에 특별법이 논의되지 않으면 사실상 폐기될 수 있다는 걱정과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결의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피해생존자 분들에게 머리를 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삭발식의 눈물은 이를 증명하듯 아마도 형제복지원에 입소했던 그 날을 기억하는 행위일 것입니다.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입소되고도 단 한 차례의 진상규명도 없이 현재까지 살아오면서 마음에 쌓였던 한들이 눈물로써 표현되었을 것입니다.
4월의 삭발 기자회견 이후 피해생존자분들의 민머리에서 많은 상처를 보았습니다. 형제복지원 안에서 겪었던 과거의 상흔들이 머리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들을 보며 형제복지원 사건이 지금도 끝나지 않은 생생한 현재의 사건임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빨리 형제복지원 특별법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시급성을 생각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6월 19대, 마지막 임시 국회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형제복지원 특별법은 19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합니다. 안행위 위원들은 4월 28일 법안심사소위에서 형제복지원 특별법을 논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피해생존자분들과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을 기다리는 많은 이들은 희망을 갖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피해생존자분은 국회에 법안이 발의된 작년 7월부터가 아니라 사건이 밝혀진 1987년부터 이 법안을 기다렸습니다. 형제복지원 특별법, 19대 국회가 반드시 끝내야 할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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