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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당당하게]는 홈리스 상태에 처한 이들과 다양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근로능력평가’가 아니라 ‘일자리’를 만드는 정부가 필요하다


<김윤영 /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탈빈곤을 돕는 것이 목적
“이 법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 1조는 위와 같이 법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기초법은 단지 가난한 이들에게 얼마의 돈을 주는 제도가 아니라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탈빈곤)’을 돕는다는데 목적이 있는 빈곤 종합대책이다. 특히 기초법은 기존 ‘생활보호법’과 달리 근로능력 유무와 무관하게 최저생활을 보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생활보호법이 20세 미만, 65세 이상,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 달리 기초법은 연령, 장애 유무에 대한 기준을 폐지하고 ‘전 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나 기초법은 가난한 모든 국민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 근로능력평가, 재산의 소득 환산 등 악조항이 수급자로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기초법은 근로능력여부와 무관하게 수급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이 급여를 받을 때는 자활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 붙는다. 그래서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는 일반 수급자가 아닌 ‘조건부 수급자’라고 부른다.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일자리와 복지혜택을 보장한다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는 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다. ① 어떤 사람을 근로능력이 있다고 볼 것인지, 그리고 ② 어떤 일자리를 제공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근로능력평가, 어떻게 이뤄지나?
65세 이상 노인이거나 20세 미만, 중증장애인, 학생, 희귀난치 질환자, 요보호 가족원이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모든 수급자는 근로능력평가 대상이다. 근로능력평가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눠진다. 의학적 평가와 활동능력평가다. 의학적 평가를 통해 근로능력 유무를 평가하고, 활동능력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경우에는 활동능력평가를 진행한다. 근로능력평가는 현재 국민연금공단이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과연 의학적 평가와 활동능력평가를 종합한 근로능력평가는 객관적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 해 여름 근로능력이 있다고 인정돼 아파트 지하주차장 청소를 하던 기초생활수급자 최인기씨는 일을 시작한지 불과 석 달 만에 병원 응급실에 실려와 두 달 만에 사망에 이르렀다. 심장과 연결된 대동맥을 인공혈관으로 이식받은 이력이 있는 환자였지만 2013년 12월 국민연금공단이 최인기씨를 ‘근로능력 있음’ 판정했다. 병세가 완화된 것도 아니고 의사의 소견 역시 이전과 동일했지만 연금공단은 급작스럽게 그를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판단했다.
활동능력평가의 항목과 지표도 문제다. 활동능력평가의 지표를 보면 체력, 자기관리, 집중력 등을 5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는데 ‘주변 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일을 마무리하는 능력’이 어떤 근로능력과 연결되는지 알 수 없다. 연금공단 직원과의 2~30분 남짓한 면접으로 이뤄지는 활동능력평가는 조사자의 주관이나 편견이 개입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어디서 일할 수 있나?
두 번째 문제는 이렇게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된 경우에도 실제 시장에 취업할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한 여부다. 이미 절대빈곤선 이하로 떨어져 기초수급이 필요한 상황이 된 이들은 경력단절을 경험 중이거나, 저임금 불안정한 노동에 지속적으로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즉, 일하지 않아서 가난해진 것이 아니라 일을 해왔지만 가난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근로능력평가는 조건부수급자가 어떤 일자리에서 일 할 수 있는지, 해당 일자리에서 일 하면서 적절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건강을 해치지는 않는지 묻지 않는다. ‘일 하지 않으면 수급마저 끊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말만 되풀이 한다.
지난 해 부터 시작된 <근로빈곤층 취업우선 지원사업>은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근로빈곤층 취업우선 지원사업의 골자는 차상위계층, 조건부수급자 등 일자리가 필요한 빈곤층에게 시장 취업을 최우선 과제로 주겠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상담을 통해 적절한 일자리(공공 일자리에서 시장취업 모색까지 다양)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이제는 복지사의 상담이 아니라 고용센터 직원과의 면담을 통해 시장취업을 우선 해보도록 압박을 받는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근로능력평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보건복지부는 활동능력평가의 지표를 더 세분화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문제는 활동능력 평가를 위한 질문이 열 개냐, 스무 개냐가 아니다. 근로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일괄적인 지표는 없으며, 오히려 개인의 역량이나 가능성, 현재까지의 직업 경험 등을 바탕에 둔 상담과 일자리 제공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적영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일자리를 공적영역이 앞장서서 만들지 않으면 근로빈곤층 취업우선 지원사업을 비롯한 조건부 수급은 ‘생활보장’이 아닌 ‘강제노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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