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인권-아우성]은 인권지킴이 활동을 통해 만난 거리 홈리스의 이야기를 나누는 꼭지
여전히 횡행하는 홈리스 대상 불심검문
<황성철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 서울역 광장에서 경찰들이 거리홈리스에게 불심검문을 하는 모습 <사진=최현숙, 1월 25일 촬영>
지난 최근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홈리스를 표적 삼는 불심검문 사례를 수차례 접했다. 현장도 직접 목격했다. 관련 법률과 인권 원칙에 위배된 부당한 불심검문인 경우가 많았다. 서울역 인근에서 벌어지는 불심검문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관행이 되어버린 불심검문
작년 말, 필자는 서울역 광장에서 두 명의 경찰이 거리홈리스에게 신분증 검사를 요구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당시 경찰은 이동 중이던 또 다른 거리홈리스에게도 신분증을 요구했다. 이에 필자가 달려가 경찰에게 왜 불심검문을 하는지를 물었더니, 경찰은 “공개 수배된 범죄자를 찾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광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 중 유독 거리홈리스만 붙잡고 불심검문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경찰은 “여기 다니는 사람들을 다 조사할 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행색으로 대상을 판별해 홈리스로 보이는 사람만을 특정해 불심검문을 하는 것은 특정 집단을 예비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며 이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경찰은 구구절절 변명만 늘어놓다가 현장을 떠났다. 당시 불심검문을 당한 홈리스에게 물어보았더니, 불심검문을 하는 이유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신분증 제시만을 막무가내로 요구하였다고 답했다. 그는 이런 일이 관행과도 같다고 덧붙였다.
'아니면 말고' 식의 불심검문
훑기 식 불심검문
이상의 사례 말고도 많았다. 행색이 초라하다는 이유로 불심검문을 당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는 사람, 일주일에 2~3번은 불심검문에 걸린다는 사람, 서울역 광장에 갈 때마다 매번 같은 경찰에게 불심검문을 당해서 “또 검사를 하냐?”고 경찰에게 하소연을 한 적도 있다는 사람, 밤 시간 남대문 지하도에서 불심검문을 당한 적이 있다는 사람 등 경찰의 차별적인 불심검문 사례는 말 그대로 ‘차고 넘칠’ 지경이었다.
지난 달 8일, 홈리스행동은 인권지킴이 활동가 최씨의 목격담을 사례로 들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었다. 홈리스를 표적 삼는 경찰의 불심검문은 신원 표시, 검문 의도를 누락했다는 점에서 부당하며 위법한 것이기에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 민원의 요지였다. 20여일이 지난 2월 27일, 민원에 대한 답변이 도착했다. “서울남대문경찰서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 요건 및 절차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적법한 직무수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양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답변이었다. 소극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경찰 측의 답변을 보면서 단 한 번이라도 현장에 나가보기는 한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부당하고 차별적인 불심검문은 거리홈리스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부탁한다. 불심검문을 당했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찰관에게 꼭 신분증을 보여 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불심검문은 강제절차가 아닌 임의절차이며, 법률에도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홈리스를 표적 삼아 관행적으로 진행되는 불심검문에 다소 귀찮더라도 정당하게 거부를 하자. 정당한 거부가 쌓이면 쌓일수록 우리의 인권을 지키는 힘도 커진다.
홈리스행동은 향후 피해 사례를 모아 이 잘못된 현실을 바꾸려고 한다. 고단하고 지난한 과정이겠지만 이런 경험이야말로 우리의 인권을 지키는 중요한 한걸음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