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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동자동 쪽방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대통령실 앞에서 고인들의 영정을 들고 공공주택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동자동사랑방

 

<쪽방신문 19호>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들이 모여 주거권을 외치다

 

박승민(동자동사랑방, 활동가)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이하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이 발표 후 만 3년이 지났다. 202125일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발표가 나자 우리는 앞으로 살아갈 임대주택을 기대하며 설레었고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투쟁했다. 그러나 민간개발을 주장하는 토지·건물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진전 없이 제자리에 멈춰 있다. 주민들은 대책 없이 흐르는 시간에 지쳐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웃들과 함께 쪽방을 벗어나 모여 살 수 있는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5일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발표 3년을 맞아 개발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우리는 숙연해졌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사업 발표 후 돌아가신 주민 84명의 영정을 모시기로 하며 잊고 있던 이웃들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주민들의 영정을 준비하면서 개발을 기다리다 지쳐 임대주택지원을 받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주민들을 파악한다면 우리가 알 수 있었던 숫자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추측과 그새 많이 돌아가셨다는 탄식 속에 그리움이 함께 뱉어졌다뒤섞여 있는 영정 속에서 만난 반가운 사람. 한정민. 그의 방은 햇볕 한 줌 들지 않2평 남짓한 쪽방. 길이라고도 할 수 없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통로를 통해 그는 세상으로 나왔고 사랑방을 오갔다. 동자동 공공개발 발표가 났을 때 그는 누구 보다 좋아했다. 쪽방 주민의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바라는 마음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던 스티커 선전물에 그는 욕실 있는 집에 살고싶다는 마음을 담아 공공주택사업을 환영했다. 씻고 싶어도 마음대로 씻을 수 없어 불편했던 그에게는 제대로 된 욕실이 있는 집이 너무도 간절했다. 느릿느릿 어눌한 말투로 개발이 꼭 돼야 한다며 좋아했던 그는 개발 발표가 있은 지 몇 달 후 피를 토하며 쓰러져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그렇게 며칠 후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김정호 이사장님. 김정호 이사장님은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해 앞장서며 이것만은 반드시 꼭 이루겠다고 하셨다. 우리도 집 같은 집에 살아 보자는 간절함은 폐암으로 투병 중임에도 힘든 몸을 이끌고 언제나 공공주택사업을 위한 투쟁 현장에 함께 했다. 하지만 병이 깊어지고 사업이 지체되면서 김정호 이사장님은 그토록 바라던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이들에게 동자동 쪽방은 죽어서만이 떠날 수 있는 곳이었다. 동자동 쪽방촌은 죽음이 너무 흔해 눈물조차 말라 버린 곳이다. 개발 발표가 나고 주민들은 환호했지만, 고령과 질병을 가진 많은 주민은 집이 다 지어질 때까지 살아 있을까 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런 걱정은 개발 발표 후 지난 삼 년 동안 돌아가신 주민들의 숫자로 확인되며 남아 있는 이들의 여전한 걱정이기도 하다.

 

민간개발을 주장하며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반대했던 건물주들은 현재 쪽방 건물을 폐쇄하며 쪽방 수를 줄이고 있다. 또한, 쪽방 등록을 취소하거나 세를 놓으면서도 전입신고를 막고 있다. 이러한 계략은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발표 이후 발생하고 있는 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이 지체되면서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문제가 이렇게 주민들에게 또 하나의 고통을 더 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도 지자체도 주민들이 겪고 있는 이와 같은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고 있으니 주민들은 더욱 답답하기만 하다.

 

개발 발표 3년을 맞으며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은 돌아가신 분들의 영정을 하나씩 품에 안고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에게 기대와 희망이었던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은 시간이 흐르며 희망 고문이 되더니 지금은 원망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웃들과 함께 살던 곳에 임대아파트가 지어져 쪽방을 벗어날 수 있게 되는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선이주 선순환의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은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인근 어딘가에 모여 살게 하면서 정부가 나서서 개발한다고 하니 주민들은 안도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동안 돌아가신 주민분들을 보며 얼마나 더 죽어야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이 이루어질까 생각하게 된다. 죽기 전에 집 같은 집에 살아 보고 싶은 바람이지만 개발사업이 지체될수록 그때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지금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의 심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도시 빈민의 최악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표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수십 년 동안 방치되며 최악의 주거로 전락해버린 쪽방촌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려 정부가 나서서 추진하는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은 더이상 지체없이, 안정된 주거에 한 명의 주민이라도 더 정착할 수 있도록 조속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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