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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2630
2011.06.16 (17:00:57)

 

  해결 아닌 숙제, 노숙인 지원법

<홈리스뉴스 편집부>

 

4월 29일 저녁, 국회 본회의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출석의원 176명 중 175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정부는 이 달 안으로 법률을 공포할 것으로 예상되며, 2012년 5월부터 법률은 시행될 것이다. 그사이 보건복지부는 법률에 따른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할 것이다. 이미 복지부는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그러나 본 법은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것과는 달리, 정작 정책의 당사자인 홈리스 당사자들에게 있어서는 지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법률의 주요 내용부터 살펴보자.

 

#법률 명칭의 협소함과 낙인

지난 4월 7일, 홈리스 지원법 제정 현장설명회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당사자들의 요구는 ‘노숙인’이란 용어는 낙인이 심함으로 폐지하자는 것이었다. 또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 검토보고서 조차 “법률 제명으로 ”홈리스(노숙인등)” 용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적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법제명은 ‘노숙인등’으로 제정되고 말았다. 앞서 당사자들이 지적한 낙인의 문제와 함께 ‘노숙인등’이란 법제명은 이후 정책 대상의 확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문제도 있다.

 

#편견과 차별을 조장할 조항들

법안 4조 ①항에 따르면 “(노숙인등)은 스스로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성실히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 조항이 법적 권리에 상응하는 성실의무에 대한 언급이라면 최근 개정된 한부모가족지원법의 예에서 보듯이 성실의무에 관한 조항이 있다면 차별을 규제하는 조항 역시 균형을 갖추도록 반드시 삽입해야만 함에도 노숙인등에 대한 의무만을 강요하고 있다. 또한 동조 ②항에는 “응급상황 발생 시 경찰 또는 노숙인등 관련 업무 종사자의 응급조치에 응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있다. 응급상황은 응급지원자에 대한 절대적 의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응급지원자의 의무가 아닌 ‘노숙인등’에게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누구도 자신의 상황을 고의적으로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상식을 인정할 때, 이 두 조항이 가질 실제 효력은 행정과 서비스 공급자의 책임회피로 드러날 것이 자명하다.

 

  사진1.JPG

<사진 1 : 홈리스지원법 현장설명회 모습, 참석한 홈리스 당사자들은 경험에서 비롯한 여러 의견을 각 의원실에 전달하였다>

 

#아님 말고 식의 복지지원 조항들

본 법안은 ‘주거, 급식, 의료, 고용’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복지지원은 전부 “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에 불과하다. 애초 법안을 제출한 4명의 의원들조차 복지지원을 모두 의무조항으로 규정했으나, 국회 논의·의결과정에서 전부 안 해도 그만인 임의조항으로 둔갑하고 만 것이다. 이유로 든 것은 바로 ‘예산’이었다. 법률이 필요한 이유는 복지지원을 제대로 해서 홈리스 상태를 벗어나도록 돕자는 것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적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필수적임에도 이를 빗겨가겠다는 것은 법률의 목적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사장된 인권보장 조치

본 법안은 사회복지사업법 상 개별사회복지법인 타 법들에 비교할 때 인권보장 조치들이 대부분 삭제되었다. 당초 발의법안에 담겼던 ‘이의신청, 정보공개청구, 권리구제’ 조항을 “「행정심판법」에 의해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어 별도 규정할 필요가 없다“고, 사회보장기본법에서 권리구제 절차가 언급되었다며 모두 삭제한 것이다. 그러나 ‘한부모가족지원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노인복지법’ 등은 이의신청, 심사청구 같은 권리구제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이것 역시 또 다른 차별 아닌가? 한편 본 법안 19조에는 “복지서비스 이력 관리”라는 조항을 삽입하여 “노숙인등에게 제공되는 각종 복지서비스의 중복을 방지”하겠다고 한다. 이미 사회복지사업법이 정보의 효율적 처리를 위해 “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법에서 재 규제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권보장에는 인색하고 통제에는 기민한 법이 ‘복지’와 ‘지원’과 ‘자립’이란 이름으로 탄생한 것이다.

 

  사진2.JPG

<사진 2 : 홈리스 지원법 제정 청원인 대표의 국회 앞 1인 시위>

 

# 아직 할 일은 있다

위와 같이 탈 많은 법률이 제정된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위 법률은 정착 내년 5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비판만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미 착수되고 있을지도 모를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에 실력있게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지하듯,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법률보다 상세한 규정들을 담게 된다. 즉, 홈리스 상태에 처한 이들의 삶을 좌우할 내용들이 복지부의 작업을 통해서 결정될 것이다. 이미 법률에서는 정책 계획 수립, 연도별 시행계획, 주거지원의 기준·방법·절차, 고용지원에 관한 사항, 응급상황의 종류와 필요한 조치·관련 업무 종사자의 범위 등 굵직한 내용들을 시행령에 위임하였다. 또한 급식지원에 관한 사항, 진료시설 설치, 인권교육에 관한 사항 등도 시행규칙에서 마련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에 개입하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행태를 보았을 때 복지부는 국회보다 더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홈리스 운동의 개입이 없다면, 복지부는 어떤 근거를 갖다 대든 비용 절감을 위한, 홈리스에 대한 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내용만을 강화하려 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복지부가 구상하는 시행령, 시행규칙에 대한 반박과 대안 요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근본적인 대응은 홈리스 당사자들의 결집에서 비롯한다. 홈리스 지원법 제정 청원을 위해 1,531명의 홈리스 당사자들이 서명으로 힘을 모았듯, 홈리스법 제정 청원인 집회를 통해 결의를 보여줬듯, 홈리스지원법 현장설명회에서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실을 향해 날선 질타를 뱉어냈듯 그러한 의지와 노력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런 힘들은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을 넘어, 그야 말로 제대로 된 홈리스지원법을 제정하는 힘으로 상승될 것임은 의심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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