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1월 20일, 서울역 광장에서 살인적인 재개발을 피해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들을 추모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2) 지난 1월 17일, 이제는 터만 남아 황량한 남일당 앞에서 ‘끝나지 않은 용산’ 용산참사 2주기를 맞이하여 범국민추모주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후 재개발지역을 순회하는 일정이 진행되었다.
■용산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17일 재개발 지역 3곳을 다녀왔다. 성남 단대지역에는 고층 아파트를 짓는 공사장 펜스 벽에 기대어 나무로 판잣집을 짓고 3가구가 산다. 그 곳에 사는 열한 살 아이는 매일 아빠를 보고 싶다며 운다. 아빠는 2년 전 용산 망루 투쟁에 참가했다가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순천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서울 상도동에서는 철거의 잔재와 폭력의 흔적이 널린 풍경을 눈이 살짝 덮고 있었다. 철거민들은 자기 집은 철거되더라도 대책위 사무실은 철거될 수 없다며 쇠파이프로 잇대어 보강한 집에서 돌아가며 잠을 자고 지킨다. 마을은 파괴되었는데 재개발 사업은 취소되었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들이 없다. 동교동 두리반은 지난여름에 전기가 끊겼다. 2009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저녁에 강제철거를 당했던 두리반 식당 주인장 유채림 씨는 “어느 곳이든 두리반과 같은 규모의 장사할 수 있는 가게를 마련해주지 않으면 싸움을 중단할 수 없다”고 버틴다.
18일에는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개발사업으로 쫓겨나는 사람들은 ‘반인권적으로’ 쫓겨나지만 또한 ‘합법적으로’ 쫓겨난다.” 용산이 그랬고, 우리가 돌아본 재개발지역과 무지막지한 폭력에 맞서서 싸우는 철거지역들에서 그랬다. 조폭이 합법적인 용역으로 둔갑해서 행사하는 모든 폭력은 정당한 업무인 것이고, 이에 대항하는 철거민들의 항의는 모두 불법이다. 동절기 철거나 야간과 새벽 철거, 사람이 없을 때 하는 철거, 주변 지역을 일부러 반파해서 을씨년스럽게 해놓는 철거 등등, 현재의 재개발 관련한 모든 법들은 이런 폭력들을 용인한다.
이런 잘못된 재개발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주거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어떤 경우에도 폭력적인 강제퇴거를 금지하고, 폭력이 행사될 경우 벌하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너무도 상식적인 법안을 주거권 단체들이 마련하고 입법캠페인을 전개하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유엔의 사회권조약과 헌법에서도 명백하게 기본권으로 선언되어 있는 주거권은 집주인과 땅주인의 소유권보다 못한 권리로 전락해 있다. 하지만 부자들의 소유권을 절대불가침의 권리로 인정하고 가난한 이들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는 가짜 서민정권이 집권하는 한 강제퇴거금지법안은 국회에서 진지한 심의 한 번 제대로 못 받고 폐기될 수도 있다. 부자와 토건자본만을 위한 속도전 식 재개발이 사회 양극화의 주범이며, 중대형 아파트 건설을 부추겨온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오늘날 전세대란을 일으킨 근본원인임을 인정하지 않는 집권세력이 철거민들의 인권을 지키려는 법 제정에 나설 리가 없기 때문이다.
끔찍했던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다. 남일당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들에게 왜 엄동설한에 거기에 올랐는지를 묻지도 않았고, 그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강제진압을 서둘렀다가 사람이 죽고 부상을 당하게 만들었다. 잘못된 재개발 정책과 제도의 희생양이었던 철거민들만 감옥살이를 하고 있고, 그날 중상을 입은 부상자들은 십여 차례 수술을 받고도 영구장애를 입었는데 그들은 오늘의 추위와 내일의 끼니를 걱정한다.
야만적인 재개발 제도와 강제퇴거가 여전히 반복되는 상황에서 또 어느 지역의 철거민들이 망루를 짓고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폭력을 수반하는 강제퇴거만이라도 막아야만 용산참사는 끝날 수 있다. 국민소득 2만 불 시대에 언제까지 인권을 무시한 폭력 개발을 계속해야 하는가. 용산참사 2주기에 묻고 또 물어야만 하는 질문이다.
박래군(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 개선위원회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