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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1631
2011.02.08 (11:10:28)




사진1) 종각역 측이 붙인 안내문. 이후 종각역 폐쇄는 2월말로 잠정 연기된 상태다.

사진2) 거리노숙인에게 종각역의 의미를 물었다.



■공공역사와 노숙인의 생존, 충돌을 넘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 “연일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며 “독거노인, 노숙인, 쪽방촌 등 취약지역을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가 점검하고 한파에 피해보지 않도록 살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한파는 대통령의 당부를 비웃듯 지난 19일, 거리 노숙인 유 모씨의 생명을 앗아갔다. 1월 19일 새벽 5시경, 서울역 지하도 셔터 앞 통로에서 웅크린 채로 얇은 천 조각을 덮은 채 사망한 노숙인의 시체가 순찰을 돌던 역무원에게 발견된 것이다. 이렇게 한파의 책임인 줄만 알았던 고 유 모씨의 사망은 지하철 역사 내 CCTV를 확인한 결과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 당일 새벽, 망인은 역무원에게 가슴통증을 호소하였고, 역무원의 신고로 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했다. 그러나 구급대는 호흡, 맥박 등 검사를 한 후 망인이 병원 후송에 대한 의사를 명확히 보이지 않자 역무원과 함께 망인을 지하철 셔터 밖 모래함 옆으로 이동시킨 후 복귀했다. 이후 다시 한 번 지하철 순찰대가 망인을 발견했으나 역시 의식이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망인은 사망하기 전 경찰, 구급대, 역무원, 지하철 순찰대라는 숱한 공권력과 마주했지만 그들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도움은 아무것도 없었다.

# 노숙인들로부터 지하철을 지켜라?
올해 1월 초, 종각역 3,4번 통로를 심야시간에 폐쇄한다는 통보가 있었다. 이 문제로 종각역을 잠자리로 이용하고 있던 노숙인들은 새해 초부터 잠자리 걱정에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이들 20여 명의 노숙인에게 종각역은 다른 곳보다 그나마 조용하고, 익숙한 곳이어서 생존을 이어가는 유일한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종각역 측은 2009년 6월, 지상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지하도가 더 이상 통로 구실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그간 노숙인으로 인한 민원이 잦았기 때문이라고 폐쇄이유를 설명하였다. 현재 2월 말까지 심야시간 대 지하도 폐쇄는 연기되었으나, 종각역 노숙인들은 곧 다른 잠자리를 구해야 하는 형편에 처해 있다.
<사진3> <사진설명 : 종각역 측이 붙인 안내문. 이후 종각역 폐쇄는 2월말로 잠정 연기된 상태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다만, 을지로입구역은 지하통로를 폐쇄하는 대신 현재 일부 노숙 장소로 이용되는 ‘중앙원형무대’를 철거하고, 상가를 입점시키는 방식을 쓰고 있다. 현재 공사가 한창이며, 따라서 그곳을 잠자리로 이용했던 거리 노숙인들은 자리를 비워줄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이 지하철 공사는 역 구내의 노숙을 막기 위한 방법들을 고안하고 실행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노숙을 방지하기 위한 ‘상습 물청소’, ‘노숙행위 경범죄 처벌법 위반 검토’ 등의 방법으로 지하철 역구내 노숙을 막기 위한 시도들은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은 이와는 좀 달리 나름의 ‘명분’을 근거로, 노숙할 수 있는 ‘공간’ 자체를 없앤다는 점에서 보다 더 광범위한 것이다.

# 공존을 위한 대안을 만들자!
그간 민간단체들은 공공역사의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위기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함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공공역사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실시해야 할 사안(철도공사의 질의회신문)” 식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노숙인 복지 선진국들의 경험은 이러한 일방통행식 입장은 공공역사측과 노숙인들간의 대립만을 심화, 끝없는 인권침해 사례를 누적할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예로 프랑스의 경우, 1990년대 초반 실업과 빈곤으로 국철역 주변의 거리 홈리스로 시민들의 민원이 심각해지자 “공공서비스로서 사회문제의 방파제가 되겠다”는 기조 아래 국철의 재원과 민간의 재원을 동원하여 탈노숙과 지역정착을 돕는 방식을 취했다. 역 주변 또는 국철숙소 등에 ‘응급숙박시설’과 ‘주간상담소’를 설치하여 민간단체와 함께 노숙인이 활용 가능한 복지 자원들을 연계하고 ‘SOS센터’를 설립해 긴급 상황에 대처했다. 그 결과 ‘지하철 거주자’는 1/3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이는 노숙인을 몰아내는 것이 아닌, 공공역사에서 ‘긍정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지하철 공사가 취하는 입장과는 정반대인 것이다. 프랑스 역시 이런 정책 이전에는 우리와 같이 노숙인들을 역사 밖으로 내 모는데 급급한 행태를 보인 게 사실이다.
<사진4>
단속으로부터 지원으로의 정책 선회의 배경에는 “공공역사가 여행객 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 놓인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있었다. 철도와 지하철의 공공성은 티켓을 손에 쥔 여행객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빈곤과 실업, 가정폭력, 일시적 위기 등 다양한 이유로 짧든 길든 공공역사를 잠자리로 이용해야만 하는 이들도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공공역사를 잠자리로, 삶의 근거로 생활해야 하는 거리노숙인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된 지 오래다. 그리고 이에 따른 갈등은 그들이 ‘거리노숙을 벗어나야’ 해결됨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거리노숙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들이 원치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딛고 일어설 디딤돌이 없거나 적절치 않아서이다. 그것을 마련하는 데 공기업으로서 지하철공사, 철도공사도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지하철․철도의 진정한 사회공헌이고 공공성일 것이다.

<홈리스뉴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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