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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980
2010.12.17 (13:14:48)


[G20 특집] 노숙인이 무섭다?!

솔직히, 나는 노숙인들이 많은 지하도를 지나가는 게 무섭다. 희한한 일이다. 그냥 사람이 많은 곳을 지나다닐 때에는, 그 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일지, 그 안에 위험한 사람이 있을지, 전혀 모르는데도 무서운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지하도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 곳에 자리를 깔고 자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일지 전혀 모르는데도, 괜히 불안하고 빨리 지나가고 싶다. 이 불안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한국 사회에는 매우 특이한 관용구가 하나 있다. '노숙인 차림'이 그것이다. 남대문이 화재로 소실되었을 때에도 온갖 언론들은 '노숙인 차림'의 용의자를 찾았다. 갈색 겉옷을 입은 40대 남성도 아니고, 큰 배낭을 메고 머리가 긴 50대 남성도 아니고, '노숙인 차림'이라고 한다. 정치인 차림, 기업가 차림, 변호사 차림이라는 표현은 없지만 '노숙인 차림'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마치 '살색'이 자연스럽게 살구 빛이 나는 황인종의 피부색을 가리켰던 것과 비슷하다.‘살색’이라는 말은 인종차별적 표현이기 때문에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노숙인 차림'과 같은 관용구는 여전히 경찰의 공식 보도자료에 사용되고 이런 과정에서 '노숙인'은 자연스럽게 위험한 존재로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점이 두드러지는 집단에 대해 쉽게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혐오로 드러나기도 한다. 한국사회가 이주민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들어와 언제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는 위험한 집단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외국인 범죄율은 한국인 범죄율보다 낮지만, 경찰은‘외국인 범죄 집중단속’을 해마다 실시하며, 정치인들은 외국인 범죄의 증가를 강조하며 더욱 강력한 대책 마련과 처벌을 부르짖는다. 모두 우리의‘안전’을 위해서라고 한다.

G20을 앞두고서도‘안전’이 강조되었다. 그 와중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폭력적인 단속으로 강제 추방되었고 단속을 피하다가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하철역에는 경찰이 짝을 지어 순찰을 하고 G20 명찰이 박힌 검은 옷을 입은 무리들이 돌아다녔다. 불심검문도 곧잘 이루어졌다.“수상한 거동”을 보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불심검문은, 허름한 옷차림에 큰 배낭을 둘러멘 노숙인들을 겨냥했고, 폐휴지가 가득 담긴 배낭이 테러용품으로 오인되기도 했다. 불심검문의 이유를 물어보면 별다른 이유가 없다.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불심검문을 통해 경찰이 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공공장소에서 경찰이‘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는 전시효과가 중요했던 것이다. 누군가의‘안전’을 빌미로 누군가는 잦은 불심검문에 노출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은 안전에 대한 욕구를 가진다. 노숙인들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하룻밤 누울 자리를 찾기 위해 관리인이나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한적한 시간이 되면 누군가 시비를 걸어오며 때리지 않을까 불안하다.

언제까지 지하도 한켠에서 잠을 자야 할지, 언제쯤이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언제쯤이면 지붕 있고 방문도 달린 곳에서 잠을 잘 수 있을지, 이런 불안으로부터 안전해지고 싶다. 그러나 경찰을 내세워 국가가 지키려는‘안전’은 오히려 노숙인들을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는다.

국가가‘안전’을 강조하면서 생기는 효과는 두 가지다. 하나는‘안전’을 빌미로 모든 사람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낙인찍힌 집단을 사회로부터 배제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사회에 불안을 가중시키는 집단으로 취급한다. 그/녀들의 저항은 삶의 안전을 위한 정당한 것이지만 사회에 혼란을 주는 것으로 지탄받게 된다. 그/녀들의 삶을 위협했던 수많은 정책들은 정당화되고 더욱 많은 사람들의 삶을 불안하게 위협한다.

사회복지국가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고, 질병이나 실업 등의 사회적 우연성으로 발생하는 위험을 최소화하고,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서비스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국가권력을 사용했다. 이제 더 이상 복지국가는 작동하지 않는다.
복지국가를 대신한 신자유주의 경찰국가는 한국의 이명박 정권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다. 『가난을 엄벌하다』(로익 바캉, 시사인북, 2010)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20년 사이 수감자 수가 두 배나 증가했는데, 그 중 1/6이 수감 전 노숙인이었다.

영국에서는 13%가 수감 전 노숙인이었다. 노숙인이 특별히 범죄를 많이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다. 사회가 포섭하지 못하는 집단을 처벌을 통해 격리하고 배제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G20정상회의와 같은 행사를 앞두고 “노숙인 대책회의”가 열린 것은 단순히 국제 행사를 위한 도시 미화의 차원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과 추방 역시 이례적인 것이 아니었다. G20정상회의가 끝나면 사라지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노숙인이 무서운 게 아니라, 노숙인을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는 사회가 무서운 것이다. 그런 사회는 언제든 누군가를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을 수 있다. 지금은 그 사회로부터‘안전’을 보장받는다고 느끼는 사람이 언제라도 그 사회로부터 배제될 수 있다. 노숙인들을 지목하는 불심검문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는 노숙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낼 연대의 힘만이 우리 모두의‘안전’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류<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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