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생계비 결정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수급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될 통로조차 마련되어 있지 못한 현실에서, 2011년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상대빈곤선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 복지/노동/사회단체들과 수급당사자가 민중생활보장위원회(이하 민생보위)를 결성하였습니다. 민생보위는 최저생계비 결정의 근거를 기초생활 수급권자와 빈곤층의 입장에서 제시하기 위하여 2010년 7월 한 달간 기초생활 수급가구의 가계부를 조사하였습니다. 이 글은 그 당시 가계부 작성에 참여하셨던 물당구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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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계부 쓰는 걸 제의받았을 때는 난감했다. 가계부라는 게 수입이 있고 지출이 있어야 하는데 기초생활 수급 받은 건 이미 다 지출한 상태라 무엇을 가지고 가계부를 쓸지 막막했다. 형님이랑 여동생한테 돈을 빌려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는데 돈이 부족하여 아주 기초적인 것도 구입을 못하고 심지어는 교통비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다시 돈을 빌려서 생활하는 상황이 되풀이
슈퍼나 시장에서 간단한 부식만 사는데도 돈이 부족하다 보니 최소한의 것만 구입하게 되었다. 저녁에 가계부를 쓰다보면 비참한 생각도 들고 한심하기도 해서 관둘까 생각도 많이 했다. 그렇게 생활하다가 수급비가 나오는 20일 날 수급비로 여기저기 빌린 돈 갚고, 고시원비 지출하고 잡비를 지출하고 나니 남은 돈이 거의 없는 상황이 됐다. 수급비 받고 며칠 지나서 다시 돈을 빌려서 생활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간신히 밥만 먹고 지내는 생활
최소한의 문화생활도 하지 못하고 간신히 밥만 먹고 지내는 생활이었다. 정부에서 주는 기초생활 수급비로는 고시원비 등 지출하고 나면 부식비도 모자라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가계부를 쓰면서 느낀 점은 수급비를 보다 현실적으로 책정해서 수급대상자들이 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끔 정부에서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수급자들의 어려운 점과 고민을 반영하는 쪽으로 수급비가 현실화되길 바란다.
물당구 / 홈리스 행동 회원, 기초생활 수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