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행동 기자모임 기획] 지나쳐 버리기 아까운 이 한 장의 사진
악마(?), 황제를 보았다
참여연대가 7월 한 달 간 진행한 ‘최저생계비 한 달 나기 희망 UP캠페인’에 참여한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개제한 최저생계비 체험수기로 구설수에 올랐다. 차명진 의원은 후기에서 “식사비 6,300원으로 쌀 800원어치, 쌀국수 1봉지, 미트볼 한 봉지, 참치캔 하나를 사고 황도를 먹으며 책을 읽었다.”면서 “이 정도면 황제의 식사가 부럽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홈리스행동 기자모임은 차명진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체험 사진을 그냥 ‘지나쳐 버리기 아까운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선정하고 더운 여름 저녁 차명진 의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팔라이트: 저 사진속의 사람이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와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무엇을 느낄 것 같은지, 사진을 찍은 사람의 시선은 어떠한지를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몽: 밥그릇이 세 개 보이는데, 하나는 밥 비벼 있고, 다른 하나는 물이 떠있네요. 손으로 숟가락 잡고 있고 숟가락 밥 중앙에 반찬이 올려져있고요.
팔라이트: 이마에 주름이 져 있고, 양쪽 눈썹이 치켜져 있고, 과도하게 입을 벌린 것처럼 보이는 게 전반적으로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 보여요.
토끼: 사진에 보면 양은그릇이 세 개인데, 그릇 하나에 반찬을 넣어서 비벼 먹고 있는데, 쪽방에서 없이 살아도 김치 종지라도 올려놓고 먹지 아무것도 없는 건 너무 꾸민 것 같아. 내가 쪽방에서 살았는데, 쪽방 사람들이 실제로 돈이 없고 먹을 게 없어도 김치와 단무지는 좀 사서 먹는 편이거든요. 그래야 실제로 밥이 넘어가니까.
고요: 사진을 보면 너무 부정적인 생각만 드네요. 실제로 참여해서 가난한 사람들의 애환을 알고자 하는 취지는 하나도 없고.
팔라이트: 참여 하면 됐지, 굳이 사진을 찍었을까요? 보여주기 위한 연출 사진 같아 보이는데요. 표정이나 밥 먹는 동작이나.
토끼: 너 그 밥 진짜 먹었니..? 묻고 싶은데. 밥 먹는 사람이 젓가락은 멀찌감치 있고. 자세히 보면 밥그릇 밥은 비벼 있는데 숟가락에 올려져있는 밥은 맨밥이고, 섞여 있는 밥하고 뜬 밥하고 달라. 뜬 밥 정중앙에 반찬이 올려져있고 이상하지. 내가 쪽방에서 자주 비벼 먹어서 알거든.
팔라이트: 사진속의 모습은 밥을 보여주기 위한 거 같지 않나요?
몽: 젓가락도 멀리 있고,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반찬을 올렸지? 보좌관이 사진 찍기 전에 반찬 올려놓아 줬나?
토끼: 요것만 먹고 다른 건 안 먹었을까? 내가 보기에는 사진만 찍고 나가서 장어덮밥 먹었을 거야.
고요: 상식을 가진 사람일까요? 보통은 의원이면 겉으로라도 가난한 사람들이 안됐지만, 나라살림이 어려우니 어쩔 수 없다 정도로 라도 꾸미는데, 황제의 밥상이라니 상식이하네요.
토끼: 참치랑 미트볼이랑 넣어서 먹었다는데 느끼해서 절대 못 먹어. 그런데 그걸 황제의 식사라고 한다니. 결국 안 먹었다는 이야기야. 단무지라도 있으면 내가 이해나 하지. 선배체험자는 정말 밥을 먹으려고 김치를 샀는데, 이 친구는 안 먹으려고 작정하고 그럴싸하게 보이게 미트볼을 샀단 말이야. 안 먹으려고 작정한 거지. 죽지 않으려면 먹겠지만, 한 사흘 굶고 와서 먹고 있나. 딱 보니깐 연출이네, 연출
팔라이트: 먹는 동작도 아니고 정지된 동작이네요
토끼: 그렇지. 밥을 차마 입에다 넣지는 못하고, 먹느냐 마느냐 기절할 지경이었겠네.
고요: 미트볼과 참치 생각만 해도 느끼한데요. 보통 정치인들이 잘하는 정치적인 쇼조차 하지 않는 위선조차도 찾아 볼 수 없는 무지한 사람이네요. 그 사람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이고.
토끼: 결국 불쌍한 사람들을 더 불쌍하게 만들어서 자기는 황제가 된 거지.
홈리스행동 기자모임의 날카로운 사진 분석을 통해 차명진 의원의 사진은 다분히 연출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차명진 의원이 이 식사를 정말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차명진 의원이 수기 끝자락에 밝힌 ‘최저생계비만 올리는 것으론 답이 안 나올 것 같습니다. 국가재정에도 한계가 있고요’를 증명하듯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24일 내년 최저생계비를 단 5.6% 인상하여 발표했다. (1인 가구 53만 2583원) 바닥생존의 경계에서 생존게임을 하게 하는 최저생계비, 우리는 ‘지나쳐버리기 아까운 이 한 장의 사진’에서 가난한 이들을 우롱하고 두 번 죽이는 ‘악마’와 ‘황제’를 동시에 보았다.
*홈리스 행동 기자모임은 홈리스당사자와 함께 2009년 기자학교를 거쳐 작은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쓰기 모임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내고, 또 알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