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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3093
2010.06.04 (11:12:38)
■「희망의 인문학」, 도구 아닌 목적 돼야


서울시는 지난 3월 23일 동국대학교에서 2010년 ‘희망의 인문학’ 과정 입학식을 진행하였다. 서울시는 희망의 인문학을 서울형 복지 프로그램으로 “저소득 시민에게 인문학을 통하여 자립의 의지를 키우면서 새로운 꿈과 희망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 운영”되는 것이라 소개하고 있다.
올 해의 강좌 구성은 작년보다 강화되었다고 한다. 인문학을 중심으로 한 강좌를 기본교과로 하되 창업과 재테크 등의 실용강좌가 추가되었고, 명사 특강, 문화 공연과 같은 체험학습도 마련되었다.

서울시는 ‘희망의 인문학’을 2008년 313명의 인원으로 시범시행 한 이후 참여율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올 해는 작년보다 357명을 증원한 2,000명을 대상으로 하며, 참여 자격은 ‘자활․자립 의지가 있는 노숙인 및 저소득시민’이다. 운영은 노숙인 시설이나 지역자활센터에서 25~30명 단위로 반을 구성하면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5개 대학에서 강의를 맡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울러 서울시는 2006년부터 개별 기관에서 실시되던 일자리 사업을 ‘노숙인 일자리갖기 프로젝트’란 이름을 걸고 총괄하기 시작했다. 분산돼 있던 일자리 사업을 서울시에서 총괄하기 시작하면서 일자리 제공의 책임성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고 두 해 지나 서울시에서는 ‘인문학 과정’을 실시하였다. 이에 많은 당사자들과 활동가들은 이제 서울시의 노숙인 복지도 그간 없었던 교육복지라 불릴 만한 수단을 갖추게 될 것이란 희망을 품었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문제는 서울시가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데 있다.
복지에 있어서도 ‘자기 결정권’은 원칙적으로 지켜져야 할 항목이다. 복지 수요자는 여러 복지 서비스 중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선택․요청하고, 제공자는 그에게 적절한 복지를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희망의 인문학’은 어떤가? 2009년 서울시의 일자리사업 안내 자료에 따르면 일자리 참여

▲ 지난 23일, 인문학 과정 입학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YTN>
대상으로 “인문학 코스 참여자 우선 배정”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올 해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시 인문학 담당자와 통화한 결과 이번에도 인문학 참여자에게 일자리 우선 배정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한다. 서울시 입장대로 인문학을 통해  ‘정신적 자립’을 하고,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경제적 자립을 이루자는 데 뭐가 문제냐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인문학 수업에도 동의하고, 일자리 사업 참여에도 동의하는 이들에 한정된 이야기다. 일자리를 애타게 구하고 있는 홈리스 생활자 모두가 인문학을 필요로 한다는 가정은 지나친 억측이다. 실례로 작년 인문학 과정에 참여했던 유 모씨에게 인문학 강좌는 “끌려가서 듣는” 것이었다. 지역자활센터 사업장에서 계속 일 하기 위해 인문학은 선택 아닌 필수였기 때문이다.

둘째, 위와 맥락을 같이 하는 문제로 서울시는 인문학을 서울시 치적 선전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인문학 과정을 ‘서울형 복지’로 내세워, 인문학이 대세인 시류를 타 서울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언론들을 통해, 서울시 내 지하철 게시판을 통해, 사례 모음을 통해 선전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예산을 통해서도 극
명히 드러난다.

올 해 서울시 노숙인 복지 예산은 작년 대비 10% 삭감되었고, 그 중 일자리사업 예산은 무려 27.5%나 줄어들었다. 반면 인문학 과정은 26%나 증액되었다.
이렇게 일자리 예산은 줄여 놓고 인문학 과정만 증편하다보니 인문학 과정과 일자리 사업을 연동시키려는 서울시 정책은 어긋날 수밖에 없다.
한 모씨는 얼마 전 특별자활근로(일당 2만원, 월 39만원의 서울시 일자리)를 신청하러 갔으나 인문학 과정을 듣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는 복지기관의 안내를 들어야 했다.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인문학 과정을 신청했지만 특별자활근로는 몇 개월 더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자리 경쟁률이 치열하기 때문에 인문학을 신청하더라도 바로 일자리와 연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희망의 인문학이 홈리스 생활자들에게 진정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인문학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일자리, 주거, 의료 등과 같은 기본 생활에 필요한 복지 강화가 선결되어야 한다.

서울시 ‘인문학 과정’이 선별적 복지의 도구가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서울시는 즉각 그 이름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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