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 Ⅰ]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여기 존엄한 삶이 무너졌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합동 사회장 열려…반복되는 비극을 멈춰야 한다

 

<정성철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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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합동 사회장에 참여한 홈리스 당사자의 모습 <사진출처=빈곤사회연대>

 

지난 8월 17일 양동(남대문로5가) 쪽방 주민 남씨의 부고가 전해졌다. 남씨를 처음 만난 건 2015년경 그가 서울역에서 거리 노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당시 그에게 수급신청(기초생활보장제도)을 제안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그에게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씨의 어머니는 소득과 재산이 많지 않았기에 남씨가 수급권을 보장받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부양의무자인 어머니에게 소득·재산 조사에 동의하라는 서류가 전해지고, 이 때문에 자신의 자식이 가난해서 수급신청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 비참하여 남씨는 신청을 포기했다. 이후 그는 거리와 시설을 전전했다. 건강이 나빠지는 게 눈에 보였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그를 2017년 서울역에서 다시 만났다. 반가움에 인사를 나누고 어떻게 지내냐 물었다. 그는 수급자가 되었고 쪽방에 들어갔다고 답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덧붙였다. 2020년 양동 쪽방 지역에서 민간개발에 앞선 사전 강제퇴거가 시작됐다. 그에게 억울하게 쫓겨날 수 없지 않냐며 임대주택을 요구하는 양동 쪽방 주민회에 함께 하자고 제안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본인의 삶을 ‘실패한 삶’으로 규정하며 ‘실패한 놈이 나가라면 나가야지’라고 답했다. 1년여 동안 만날 때마다 제안한 끝에 그가 주민회에 가입했다. 그게 한 달여 전이었다. 

 

코로나19와 경제위기, 폭염이라는 위기가 중첩된 가난한 삶들의 죽음

남씨의 부고를 전해 들은 날은 광화문과 서울시청 사이에 있는 서울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합동 사회장>이 시작된 날이다. 7월과 8월, 장애와 가난을 이유로 한 죽음이 연일 뉴스에 보도됐다. 7월 말 서대문구 옥탑에 살던 뇌병변장애인 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8월 초 노원구에서 수급신청 결과를 기다리던 B씨가 각혈의 흔적이 남아 있는 차 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그는 생전에 만성 간염을 앓고 있었다. 이 외에도 서울시 은평구와 도봉구, 경기도 수원시와 동두천시에서 그리고 서울역 거리와 쪽방 지역에서 장애와 가난을 이유로 한 죽음이 연일 발생했다. 강서구 화곡동에서는 한 달 사이 수급자 네 명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검안서에는 사인이 불상 또는 병사로 적시되지만, 이들은 빈곤과 불평등에 압사된 것이다. 이 죽음들은 천수를 다하지 못한 사회적 죽음이었다.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합동 사회장은 이러한 죽음이 안타까움으로 소비되고 흩어지지 않도록, 변화를 바라는 이들의 마음을 모아내기 위한 장례였다.

 

문제는 ‘발굴’이 아니라 박탈된 기본권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죽음은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비극이다. 공무원과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꾸준히 ‘발굴’과 ‘강제’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발굴하더라도 시설 연계나 자활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혹은 아플 때 병원을 이용하도록 강제할 수 없어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진임을 넘어서 죽음의 사회적 책임을 희석하고 그 책임을 사망한 개인들에게 떠넘기는 해악이다. 위기가구로 발굴되어도 이용할 수 있는 복지제도가 없다. 현재의 수급비로는 인간다운 삶,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수급자가 되기도, 수급자로 살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와 경제위기 그리고 폭염이라는 위기가 중첩된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삶은 위급하다. 하지만 정부는 대통령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공약을 파기했다. 경제위기를 근거로 76여 개 복지제도 선정기준에 사용되며 수급자들의 생계비에 직결되는 기준중위소득을 실제 중위소득보다 낮게 책정했다.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최대한 집에 머물며 위생시설을 개별 사용하고 2m 거리두기를 지키라고 엄포하면서도, 개발로 인한 강제퇴거를 방조하고, 거리와 쪽방·고시원 등 비적정 주거에서 생활하여 방역 지침을 지킬 수 없는 이들에 대한 대책은 수립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최초의 사망자가 집단밀집시설인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 발생했지만,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에게는 여전히 집단밀집시설이 최우선 선택지로 제시되고 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같이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려오지만 돌봄의 책임 역시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국회는 고액 주택 소유주들의 세금 감면 논의에 혈안이 되어있다. 이 사회 안에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자리는 있는가?

 

분배 정책의 총체적 실패, 우회로는 없다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합동 사회장이 진행되는 동안 289명, 90개 단체가 시민장례위원으로 함께 했다. 90여 명의 장례위원이 분향소에 방문하여 동료를 추모하는 발언과 기도, 조문을 이어갔다. 

 

 

당신의 존엄이 곧 나의우리의 존엄임을 기억하겠습니다.”

가난과 장애를 동정하는 일 대신 혐오와 차별을 방조하는 사회를 바꿉시다코로나 시대 우리의 추모가 뜨거운 행동으로 이어지길

 

시민장례위원들이 남긴 추모의 메시지다추모 메시지들은 남씨의 삶이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실패한 것은 그가 미래를 위한 어떤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만든 한국 사회의 분배 정책이다.  현재의 비극을 멈추는 방법에 우회로는 없다. 빈곤과 불평등을 방조하는 사회구조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 남씨를 비롯하여 장애와 가난 때문에 세상을 등진 이들의 명복을 빌며, 빈곤과 차별 없는 세상, 반복되는 비극을 멈추기 위해 계속 싸워나갈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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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장에 참여한 이들이 남긴 추모의 글귀 <사진출처=빈곤사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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