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미디어 요~지경]은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미디어의 행태를 고발하는 꼭지



코로나19 보도가 퍼뜨리는 홈리스 혐오



 <홍수경 / 홈리스행동 회원>


사회적 재난이 된 코로나19

멈추지 않는 코로나19 확산 소식에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 자체는 누구에게나 위협적이지만 노인, 장애인, 홈리스 등 취약계층에게 더 치명적이다. 코로나19 감염·사망자 가운데 취약계층 비중이 높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재난 상황에서 불평등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자 취약계층에 대한 언론의 보도 역시 증가했다. 언론에선 코로나19와 홈리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를 다룬 언론 보도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코로나19로 위기 상황에 놓인 홈리스에 대한 보도이다. 감염 우려로 무료급식소 등의 운영이 끊겨 어려움을 겪는 홈리스의 상황을 전한다. 두 번째는 이들을 위해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 혹은 단체의 선행에 대한 보도이다. 마지막으로 현상에만 집중해 홈리스를 ‘더럽고’, ‘민폐 끼치는’ 존재로 낙인찍는 형태의 보도이다.


홈리스는 돌아다니는 바이러스?

▲   홈리스를 향한 낙인과 혐오가 그대로 드러난 기사 제목. <출처=이데일리 2월 2일자 기사 화면캡처>

지난 2월 2일 이데일리는 <"신종코로나? 감염돼도 그만"…나눠준 마스크도 안 쓰는 노숙인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여러 노숙인 관계기관에서 거리 홈리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지만, 정작 홈리스들이 ‘걸려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마스크를 쓰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홈리스로부터) 세균이 옮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우려하는 사람의 인터뷰가 나온다. 사람들이 홈리스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불안에 떨고 있다는 골자의 보도는 다른 언론사에서도 잇달아 나왔다. 2월 16일 세계일보에서 보도한 <공항서 터 잡은 노숙자를 바라보는 ‘불편한’ ‘불안한’ 시선 “씻지도 않아”>에선 코로나19 확산 저지의 중요한 장소인 인천 공항에 상주하는 홈리스 때문에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기사는 공항에서 노숙하는 행위를 관리할 권한은 없지만 “소란을 피우거나 여행객들에게 피해를 주면 제재할 수 있다”는 공항 관계자의 인터뷰로 마무리된다.

이 같은 언론 보도에서, 홈리스는 무신경하고 더러운 그야말로 ‘돌아다니는 바이러스’ 그 자체로 취급된다.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존재 자체가 민폐인 홈리스가 거리, 공항처럼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 시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치워져야’ 한다고 느끼기 쉽다. 코로나19 감염 공포 아래 홈리스를 향한 혐오와 차별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져나간다.


언론이 정말 말해야 하는 문제

이렇게 드러난 장면 그 자체에만 집중한 보도는 정작 현상 너머 중요한 문제를 가린다. 홈리스가 거리에 머무는 사실 자체가 불편한 언론은 왜 홈리스가 이 시국에 거리에 있을 수밖에 없는지, 현행 홈리스 복지 체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등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적정 주거가 없는 홈리스는 정부에서 감염 예방 조치로 권고하는 다중이용시설 자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지킬 수 없다. 또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민간이 운영하던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았고, 노숙인시설에선 신규 홈리스의 입소를 제한하는 등 기존에 지속해서 지적되어 온 홈리스 복지체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홈리스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에 더해 끼니를 해결하는 것 등을 걱정하는 이중고, 삼중고에 처해 있다. 그러니까 지금 시점에서 언론이 할 일은 코로나19로 인해 홈리스가 겪는 어려움이나 이를 돕는 일부 사람들의 선행을 전시하듯 늘어놓거나 홈리스를 향한 혐오와 낙인을 퍼뜨리는 게 아니다. 현상 너머를 고민하고 질문하는 보도가 필요하다.


존재 자체가 바이러스인 사람은 없다

지난 2월 21일, 을지로입구역에서 60대 거리홈리스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시신 수습과정에서 찍힌 사진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 채팅방으로 퍼지며 코로나19 감염 의혹이 퍼졌다. 이는 곧 각종 언론 보도로 이어졌고 경찰은 해당 홈리스의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한 거리홈리스의 죽음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는 사이에 그의 삶은 사라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바이러스 그 자체로만 존재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 자체가 바이러스로 취급되어도 괜찮은 사람은 없다. 바이러스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가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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